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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남편의 출장

by 프라우지니 2016.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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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없는 동안 인터넷이 불통이였던 관계로...

이 글은 남편이 돌아온 후에 올리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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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출장을 갔습니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만드는 남편은 시시때때로 출장을 다닙니다.

 

저희가 살던 그라츠는 2시간 거리의 도시라 당일치기로 다녔었고, 린츠에서 멀지 않는 독일 뮌헨은 1박2일로 다녔던지라 출장을 간다고 해도 부담감은 별로 없었습니다.

 

출장 가는 남편을 따라가려고 노력도 했었습니다.

 

“남편, 그라츠 갈 때 나도 데리고 가.

당신이 일하는 동안 나도 그라츠에 가서 친구 좀 만나자.”

“안 돼!”

“왜? 어차피 가는 차, 빈자리에 앉아가겠다는데...”

“안 돼, 회사 사람들이랑 같이 가.”

“그래서 안 돼?”

“회사 차이고, 보험도 직원들 포함이라 직원이 아닌 사람이 탑승하면 곤란해.”

 

그라츠나 뮌헨이나 매번 출장 때마다 물어보지만 그때마다 회사차, 회사사람, 회사 보험 등을 운운하면서 안 되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 해 주니 따라가겠다고 떼쓰는 것도 매번 하다가 말아야했죠.

 

이번에는 남편이 비행기를 타고 조금 멀리 러시아로 갔습니다.

 

 

 

러시아 출장이 있을 거라는 건 지난겨울부터 알고 있었는데...

 

남편의 여권의 한 면에 러시아 비자를 받아오는걸 보고는 그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건 대충 짐작을 했었지만, 여름휴가를 코앞에 두고 가게 될지는 몰랐습니다.

 

네, 저희 여름휴가 갑니다.

마눌의 휴가날짜인 8월22일~ 9월11일에 맞춰서 남편도 이때 휴가를 받았습니다.

(휴가라고 해도 마냥 놀고먹는 휴가가 아닌 4학기를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지만 말이요.)

 

잔소리 할 때 외에는 말이 없는 남편인지라 출장 소식도 딱 한마디 했습니다.

 

“나 러시아 출장 가.”

“언제 가는데?”

“다음 주 월요일에.”

“그날 국경일이잖아.”

“...”

“왜 가는데?”

“.....”

“프로그램이 잘됐는지 차에 장착해서 테스트 하러 가?”

“응”

“지금은 다른 지점이라 자동차 프로그램 안하는 줄 알았는데..”

“...”

“린츠공항에서 출발해?”

“아니.”

“그럼 비엔나에서 출발해?”

“응.”

“린츠에서 비엔나까지는 비행기로 가?”

“아니.”

“기차타고 가?”

“응.”

“그럼 차타고 린츠에 가?”

“아니.”

“전차타고?”

“아니.”

“그럼 뭐타고 가?”

“...”

 

 

“응”(긍정), “아니”(부정), “에~”(애매한 대답).

 

남편은 마눌의 질문이나 부모님의 질문이나 웬만하면 이 세 마디로 다 처리합니다.

그래서 뭐 한 가지 알아내려면 스무고개를 해야 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출발시간도 도착시간도 애매+ 아리까리하게 대답을 하는지라 결국은 남편이 출장 간다고 싸가지고 온 회사노트북 가방에 들어있는 여행사의 발권서류를 보고서야 정확한 날짜와 시간을 알았습니다.

 

 

 

 

여정 표에 나와 있는 출발날짜와 도착날짜가 남편이 이야기 한 것과는 조금 틀립니다.

 

“남편, 월욜날 갔다가 목욜날 온다며?”

“응.”

“그럼 4일인데, 왜 여기는 10일 예정이야?”

“....”

"예정보다 빨리 온다는 이야기야?“

“응.”

 

그렇게 한국도 국경일(광복절), 여기도 국경일(마리아 승천일)인 8월 15일.

 

마눌은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출장 가는 남편의 아침을 챙기고, 남편이 예약한 택시에 오르는 것을 보면서 출장 가는 남편을 배웅했습니다.

 

요즘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가 테러 때문에 불안한지라, 이 시기에 남편이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것은 심히 불안하지만 그렇다고 가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고...^^;

 

가는 남편의 뒤통수에 마눌이 걱정하고 있다는 멘트를 날렸습니다.

 

“남편, 모크스바에 도착하면 바로 문자 해!”

 

마눌이 비행기를 타고 다닐 때 남편이 항상 마눌의 뒤통수에 똑같은 멘트를 날렸었습니다.

 

“도착하면 바로 문자 해!”

 

그때는 흘려들었었는데..

 

오후에 도착 해 놓고 자정이 넘어서 도착 문자를 날리기도 했고, 문자 보내는 걸 까먹고 있다가 남편의 전화를 받기도 했었는데..

 

이제야 그 말을 했던 남편의 마음을 알거 같습니다.

잘 도착했다는 문자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불안한지..

 

 

 

 

오후쯤에 도착한다고 하더니만 조금 늦은 오후가 되니 남편에게서 문자가 왔습니다.

 

“호텔에 도착했고, 저녁에는 러시아 음식을 먹으러 갈 것이고, 내일부터 일 시작.”

 

남편의 비행기가 잘 도착했고, 호텔에도 잘 도착했다니 안심이 됐습니다. 돌아오는 귀국편 항공기만 무사하게 도착하면 걱정스러운 남편의 출장은 잘 마무리될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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