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이야기

남편이 반성하는 방법.

by 프라우지니 2016. 8. 13.
반응형

 

그 날은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도 없었던지라 학교를 가면서 우산을 챙기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하교시간이 되니 하늘에 구멍이 난 것도 아닌디..

비가 억수같이 옵니다.

 

집으로 오는 길.

비가 오기는 했지만, 학교에서 내려올 때는 차를 얻어 타고 내려왔고,

그날따라 동네 쇼핑몰에 살 물건이 있어서 전차에서 내려서 물건을 사고 다시 전차를 탔습니다.

 

쇼핑몰과 집의 거리는 자전거를 타면 2분, 걸으면 10분, 전차를 타면 한 정거장.

(물론 전차 정거장에서 집까지 걸어야 하기는 합니다. 한 7분?)

 

15분마다 오는 전차를 기다리고, 전차에서 내려서 집에 걸어가는 시간까지 따지자면...

 

그냥 걸어가는 것이 시간도 절약하고, 건강에도 좋은 방법입니다만...

 

그날따라 비가 오는지라 일단 전차를 기다려서 타기는 했는디..

 

억수같이 내리던 비가 조금 덜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조금 억센지라...

 

남편에게 전화를 했었습니다.

 

“남편, 나 전차 정거장인데 비가 와. 우산 가지고 오면 고맙고..”

“뭔 비가 온다고? 그냥 걸어와.”

“그? 알았어.”

 

제 성격이 안 온다는 인간을 졸라서 오게 만드는 인간형은 절대 아닌지라..

그냥 “알았다.“고 하고는 집까지 걸어갔습니다.

 

근디.. 이 비가 맞기에는 조금 거한지라..

집까지 걸어가는 7분 동안 저는 홀딱 젖었습니다.

 

머리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면서 현관문을 여니 남편이 조금 놀랐습니다.

 

방안에서 창문으로 보는 비와 실제로 밖에서 내리는 비는 차이가 많이 있죠.

“물에 빠진 생쥐”로 집에 온 마눌의 보더니 남편이 한마디 합니다.

 

“비가 이렇게 오는데 왜 말을 안했어?”

“뭔 비가 오냐며? 그냥 (걸어) 오라며?”

“....”

 

남편은 마눌을 “사자새끼”로 키우는 아빠인지라 뭐든지 마눌이 스스로 하게 만들죠.^^;

스스로 비도 맞아가면서 집에 오라고 말이죠.^^;

 

비 맞은지라 바로 젖은 옷 갈아입고 샤워한 후, 공부하려고 주방으로 올라가버리니..

남편이 완전 쫄았습니다. 아니, 마음이 불편한 모양입니다.

 

“인간아, 마눌이 비 맞고 오니 기분좋냐?”

 

평소의 마눌이라면 이런 반응이 나와야 하는디..

오늘은 조금 달라서 그랬던거 같습니다.

 

마눌이 공부하는 주방에 와서는 괜히 어슬렁댑니다.

몇 번을 그렇게 왔다리~ 갔다리 하더니만 조용한 남편의 방.

 

 

공부하다가 자정 무렵에 잠을 자려 내려갔더니만..

남편이 애교를 떨면서 한마디 합니다.

 

“이것 봐, 내가 밖에 널어놨던 빨래 다 접었어.^^”

 

아무래도 마눌 눈치가 보이니 나름 예쁜 짓이라고 했지 싶습니다.

평소에 절대 안하는 일을 한 것을 보면 말이죠.

 

자기가 한 만행(마눌 비 맞고 집에 오게 한 일)에 대한 반성인거죠.

 

“앞으로 조심해라!”

 

마눌이 이 말을 한 것은 오늘 한 일을 용서한다는 의미인거죠.

 

“앞으로는 전화하면 바로 뛰어 나와라~”

“알았어. 앞으로는 오라고 하면 바로 갈게!”

“난 치사하게 싫다는 거 오라고 매달리지 않아.

앞으로도 안 온다고 하면 그냥 비 맞고 올 거야.”

“아니야, 앞으로는 잽싸게 뛰어 나갈게.”

 

이렇게 이번 일은 마무리 됐지만, 마눌은 압니다.

오라고 전화해도 남편은 오지 않을꺼라는 걸...

 

저번에는 며칠 동안 저녁마다 오페라나 연극을 보러 갔다가 늦게 귀가를 했었습니다.

저녁 11시가 다 되가는 시간인지라, 남편에게 “마중”을 나오라고 했었지만..

그때도 “거절”을 했었습니다.

 

나만 걸어가면 괜찮은데 (이것도 무섭습니다. 단지에 가로등이 어두침침해서 말이죠.), 젊은 남자가 내 뒤에 따라오면 무서운지라, 이럴 때는 남편에게 전화를 해서 집에 가는 7분 동안 계속 수다를 떨어댑니다. 지금 어디쯤이라고 방송을 해 가면서 말이죠.

 

결혼하고 9년 동안 매일매일 하는 남편 교육(?)인데..

이것이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한 모양입니다.

 

언제쯤이면 마눌 말이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고, 마눌 한마디면 바로 뛰어나올 수 있으려는지.. 그날이 오기는 할런지..

 

일단 노력은 해봐야겠습니다.^^

 

눌러주신 공감이 저를 춤추게 합니다. 감사합니다.^^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반응형

'일상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엔나 시누이집에서의 3박4일  (13) 2016.09.04
겁나는 자전거타기  (15) 2016.08.27
나 홀로 집에  (9) 2016.08.24
남편의 출장  (8) 2016.08.23
요즘 내 일상  (6) 2016.08.15
시어머니가 주신 선물, 모카신,  (21) 2016.08.12
무산된 내 외식 계획  (14) 2016.08.10
재미있는 우리 집 자동차 매매현장  (10) 2016.08.07
친구의 부탁, 간병알바  (0) 2016.08.04
9년 전 결혼사진  (14) 2016.08.0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