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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시어머니가 주신 선물, 모카신,

by 프라우지니 2016.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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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도 아니고, 크리스마스도 아닌데 시어머니께 선물을 받았습니다.

 

최소금액의 연금을 받아서 생활하시는 시어머니신지라, 이유 없는 선물은 안 받으려고 하는데, 이번에는 남편도 별 말을 안 하는지라 (하긴 했었네요.^^) 그냥 눈감고 챙긴 선물이 있습니다.^^

 

평소에 시어머니는 저에게 쇼핑가자고 하십니다.

 

같이 쇼핑을 가면 시어머니가 저에게 무언가를 사주시겠다는 걸 거절하느라 진땀이 나는지라,

이제는 웬만하면 함께 안 가려고 노력을 하지만..

 

그래도 고부간이 “뭘 샀다.”거나 “뭐가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 일들은 주고받는 대화중에 일부이기도 하죠.

 

얼마 전에 신발은 사고 싶다던 시어머니의 말씀 뒤에 시누이가 한마디를 덧붙였습니다.

 

“엄마가 굽 높은 여름신발을 사고 싶다는데.. (안될 말이지)!”

 

며느리인 저는 지금 “요양보호사” 공부중이니 어르신들에 대해서 조금 더 아는지라..

저도 한마디 덧붙였습니다.

 

“엄마, 높은 신발 신었다가 넘어지시기라도 하면 바로 골절 이예요.

어르신들은 뼈가 쉽게 부러질 뿐 아니라 아물지도 않는지라 항상 조심하셔야 해요.”

 

딸과 며느리의 만류에도 시어머니는 신발을 사셨습니다.

 

5cm정도 높이의 여름 슬리퍼를 사셨다고 자랑삼아서 보여주시는데...

이미 사신지라 조심하셔서 신으시라고 한마디하고 말았습니다.

 

엄마가 신발자랑하실 때 저도 갖고 싶은 신발이 있다고 말씀드렸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모카신 (Geox 게옥스) 신발 밑창이 닳아서 저도 새로 하나 사야하는데...”

“가자, 내가 사줄게!”

 

당장에 나설 준비를 하시는지라 얼른 만류를 했었습니다.

 

“엄마, 됐어요. 내가 정말 필요하면 살게요.”

 

내 신발은 엄마가 사주시기에는 가격이 너무 셌거든요.

 

Geox 게옥스 모카신을 사려고 가격을 알아보니 비싼 것은 140유로,

보통이 100유로인지라 시어머니가 사주시기에는 과해도 너무 과한 품목입니다.

 

정말로 못 신고 다닐 정도가 되면 사야지..했었습니다.

 

그리고 3학기 종강하는 날.

홀가분한 마음에 집에 오는 들렸던 동네 쇼핑몰.

 

신발을 사려고 작정한 날은 아니었는데..

그날 제 눈에 정말로 확 띄는 것이 있었습니다.

 

 

 

 

Geox 게옥스는 아니지만 모카신은 맞고, 까만색은 아니지만 마음데 드는 디자인이고..

나름 지명도 있는 Esprit 에스프리 모카신이 파격세일해서 단돈 30유로.

 

보통 모카신은 100유로 정도인 것을 가만하면 30유로면 정말로 거저인 상품입니다.

 

다행이 제 사이즈도 아직 남아있으니...

얼른 계산을 하고 업어왔습니다.^^

 

생각외로 저렴한 가격에 썩 훌륭한 제품을 구한터라, 집에 오자마자 시어머니께 달려가서 자랑을 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저렴한 가격에 신발을 샀다고 말이죠.

 

신발값을 확인한 시어머니가 얼른 방에 가시더니 30유로를 가지고 오십니다.

이 신발은 당신이 사주고 싶었던 것이니 당신이 내주시겠다고 말이죠.

 

“아니, 엄마가 왜 내 신발을 사주세요? 저도 돈 있어요.”

“아니다, 너 이번학기 니 성적표가 너무 훌륭해서 내가 선물하나 해 주고 싶었다.”

“아니라니까요 엄마. 당신 아들이 제가 엄마한테 뭘 받은걸 알면 난리날껄요?”

“괜찮다. 뭐라하면 이건 내가 니가 공부 잘해서 주는 상이라고 해라.”

 

아시죠? 제가 조금 공부를 합니다.^^

 

http://jinny1970.tistory.com/1846

내 3학기 성적표

 

제 글에 독일에서 공부하셨다던 한 방문객이 비밀댓글을 달아주셨었습니다.

당신이 직접 공부를 하셨기에 제가 받은 성적표가 얼마나 값진 것인지 안다고 하셨는데..

정말 감사했습니다.

 

성적표에 적힌 Sehr gut (1등급/만점)뒤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있는지 아시는 분이 저를 칭찬해 주시니 힘이 많이 됐습니다.^^

 

저녁에 퇴근한 남편에게 어머니께 받은 30유로를 보여주면서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습니다.

 

“신발은 엄마에게 보여드렸더니만, 엄마가 신발값을 주셨어.

공부잘했다고 주시는 선물이라고..”‘

“아니 왜 엄마한테 신발을 보여드렸어?”

“생각했던 거 보다 훨씬 싸고 디자인도 이쁜거라 자랑삼아 보여드렸지.”

“신발을 보여드린 건 돈을 달라는 소리였잖아.”

“에이, 뭐 그런 해석이 있어. 그럼 빨리 엄마한테 돈 갖다드릴까?”

“....”

 

남편이 대답을 안 하는 거 봐서는 그냥 있어도 된다는 이야기 같았는데..

그래도 돈을 들고 시어머니께 가서 돌려드리려 했습니다.

 

“엄마, 저 이돈 안 받을래요. 신발은 그냥 제 돈으로 살래요.”

“아니다. 이 돈은 니가 받은 성적표에 대한 나의 칭찬(=인정)이다.”

 

제 성적에 대한 칭찬이라고 하시니 더 이상 돈을 돌려드릴 수 없었습니다.

 

시부모님이 제가 보여드리는 성적표를 “그냥 무심하게 보시는구나..”했었는데,

사실은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낸 며느리를 칭찬해주고 싶으셨던 모양입니다.

 

전 신발값 30유로보다 훨씬 더 큰 시어머니의 사랑을 오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엄마!

 

눌러주신 공감이 저를 춤추게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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