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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9년 전 결혼사진

by 프라우지니 2016.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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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결혼기념일에 대해서 포스팅하면서 제가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내년 결혼기념일에는 저희 결혼사진을 공개하겠습니다."

 

기억을 못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겠지만..

 

저는 제가 한말에 대해서는 가급적 책임을 지려고 노력하는 인간형인지라..

 

제가 한 약속을 잊지 않고 준비했습니다.^^

 

이쯤에서 저희부부의 지나간 결혼기념일이 궁금하신 분만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1329

잊었던 결혼 7주년 기념일

 

http://jinny1970.tistory.com/1629

8년, 우리가 함께한 날들,

 

 

 

 

저희 방 작은 액자에 있는 9년 전 결혼사진입니다.  사진이 또렷하게 나오지는 않아서 상태가 조금 거시기 하지만, 그날을 설명하기에는 훌륭한 재료입니다.

 

결혼식 날인데 제가 왜 시아버지와 팔짱을 끼고 사진을 찍었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납니다.

사진을 보는 사람들은 다 시아버지가 제 신랑인줄 알더라고요.

 

새신랑보다 더 새신랑같이 입으신 정장 때문인 것도 있고,

아무래도 제가 팔짱을 껴서 인 것 같기도 하고.

 

이때는 몰랐었습니다.

 

아들 결혼식에 시아버지가 왜 나비타이를 메고 오신 것인지...

오스트리아는 원래 정장에 이렇게 나비타이를 메는 것인지..

 

나중에 알았습니다.

 

시아버지가 하나밖에 없는 아들 결혼식에 오신다고 새 옷을 장만하셨었다는 사실을.

시부모님 두분 다 새옷으로 차려입고 오셨었습니다.^^

 

새신랑은 대학졸업 할 때 입었던 정장을 입었는디..

아들 장가보내시는 부모님은 새 옷으로 쫙 빼입고 오신 이유가..

 

두 분에게는 인생에서 기념할만한 날(아들 장가가는 날)이였던 거 같습니다.

 

9년 전 저희가 결혼할 때, 결혼날짜를 잡기위해 3개월 전에 시청에 예약을 했었습니다.

 

남편은 7월 7일 날 결혼하려고 예약을 시도했지만, 이날은 이미 20쌍의 예약이 있어서 힘들다니 날짜를 잡은 것이 7월4일인 미국의 독립기념일입니다.

 

오스트리아에는 7월 7일이 "칠월칠석 견우직녀가 만나는 날"도 아닐 텐데, 이날 유난히 예약이 많이 잡혀있다는 사실이 조금 의외였습니다.

 

단순히 행운의 숫자인 7이 두 번 반복되어 그런 것인지...

 

결혼식은..

저희 부부와 결혼식에 필요한 증인 2명만 참석하는 걸로 남편은 결혼을 매듭지으려고 했습니다.

 

나야 친정이 멀어서 가족들이 올수 없다고 하지만, 겨우 2시간 거리에 살고 있는 시부모님께 알리지도 않고 몰래 결혼 하는 건 아닌 거 같아서...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아? 부모님이 멀리 사시는 것도 아닌데, 왜 도둑 결혼을 해?

나중에 부모님이 아시면 얼마나 섭섭하시겠어? 사정이 있어서 못 오시는 건 상관이 없지만, 나중에 아시면 실망하실 거야. 일단 결혼날짜는 알려드리자."

 

남편은 마눌의 말을 안 듣는 척 하면서, 나중에 보면 마눌이 의도한대로 움직이는 조금은 삐딱한 성격입니다. 처음부터 그냥 착하게 들어주면 좋겠구먼, 왜 항상 삐딱선을 탔다가 돌아오는 것인지...^^;

 

주말에 간 시댁의 점심 먹는 자리에서 남편은 무표정한 표정으로 우리의 결혼날짜를 알렸습니다.

 

"7월 4일에 그라츠에서 결혼하는데, 그날 시간이 되면 오시던가.."

 

참 무뚝뚝한 성격인데, 이것도 시아버지에게 받은 것이니 어쩔 수 없죠.^^;

 

그리고 저는 우리가 결혼한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시는 시어머니의 표정을 봤습니다.

설마 결혼할꺼라는 생각은 안 하신 듯 했습니다. 그러니 그렇게 놀라셨겠죠?

 

"계획 철저한 아들"인지라 결혼도 쉽사리 결정하지 않을 꺼라 생각하신듯했지만,

시어머니가 하나는 모르고 계셨습니다. 며느리가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결혼할 때쯤 남편이 입에 달고 살았던 말도 내가 외국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당신이 외국인이라 합법적으로 이곳에 살려면 비자를 받아야 하는데, 그 방법이 결혼이야."

 

어찌 결혼하는 이유가 사랑보다는 비자때문인거 같죠?

 

"인간아, 이야기를 해도 꼭 그런 식으로 해야 되겠냐?

이왕에 하는 결혼인데, 사랑 90%에 비자 10% 때문에 결혼한다고 해야지.

지금 당신이 하는 말을 듣다보면 사랑 10%에 비자 90%야."

 

물론 사랑해서 하는 결혼이지만, 남편이 태생적으로 이렇게 말을 하는 스타일인지라..

조금 서운해도 그냥 넘어갑니다.

 

결혼식이라고 해도 웨딩드레스 대신에 하얀 원피스를 대신했고, 미용실의 요란한 신부화장과 올림머리 대신에 평소에 하던 화장에 내가 만든 하얀 리본을 머리에 두어 개 꼽는 것으로 대신했습니다.

 

어쩌다 보니 부케도 준비 못한 결혼식 이였지만, 나름 행복한 날이였던거 같습니다.^^

 

저희 부부는 9년 전이나 지금이나 저희는 변함없이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토닥거리고 싸우는 건 여전하지만 그래도 그 싸움 뒤에 사랑이 존재하고 있다는 걸 알기에 얼굴을 붉히며 싸우고 나서도 돌아서면 금방 잊을 수 있는 거 같습니다.

 

올해 결혼기념일에 저는 남편에게 여름 남방을 하나 선물했고,

남편과 하루 나들이를 위해서 하루 휴가를 냈고, 근사한 식사와 시내관광도 시켜줬습니다.

 

올해는 결혼하고 나서 제일 근사한 결혼기념일을 보낸 거 같습니다.

 

내년 결혼기념일쯤에는 우리가 어디쯤에서 살고 있을지 예상불가지만..

 

내년에도 변함없이 저희부부는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고 여러분께 자랑질 하는 글을 쓰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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