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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나도 가보자, 체스키 크롬로프

by 프라우지니 2016.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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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쇼핑몰에 체코관광의

대대적인 광고를 하러 사람들이 왔었습니다.

 

(우리 동네에 있으니 "우리동네 쇼핑몰인데...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쇼핑몰이

오스트리아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대형몰입니다.)

 

할리우드 스타들도 종종 나타나고,

저도 파멜라 앤더슨이 온 날은 사인 받으러 갔었습니다.^^;

 

2012.07.08 - [일상이야기] - 파멜라앤더슨 사인회를 가다

 

파멜라앤더슨 사인회를 가다

사람이 살다보면 전혀 생각지 않은 일도 하게 되는거 같습니다. 나는 헐리우드의 스타! 섹시스타 파멜라 앤더슨은 별로 관심도 없었는데.. 그녀의 팬사인회까지 간걸 보면 말입니다.^^ 사실은 할

jinny1970.tistory.com

 

평소에 휴가는 항상 아래(크로아티아)쪽으로

가는 남편이 웬일로 슈퍼마켓 앞에 자리 잡고 있는

그 안내 매장으로 가더니만,

 

이런 저런 것을 물으면서 여러 개의

체코 도시 지도들을 챙겨온 일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우리 집에 있던 10여개의

두툼한 지도책을 심심해서 펼쳐보던 어느 날.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적이 있는

마을 이름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마을 이름도 이름이지만,

마을이 자리하고 있는 형태가

우리나라 안동의 하회마을처럼

강이 마을을 굽이쳐서 돌아가는 형상이라

 

평범해 보이지는 않아서 인터넷에

살짝 이 마을 이름은 한번 쳐봤습니다.

 

 

그랬더니만 이 마을에 대한 정보가

엄청나게 떠오릅니다.

 

Cesky krumlov

체스키 크룸로프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서

얼마나 먼지 구글 지도로 검색을 해 보니..

 

완전 대박입니다.

 

구글지도에서 캡처

 

우리 집에서 100km 남짓한 거리에

세계적인 관광지라는

그 체스키 크롬로프가 있습니다.

 

차로 달리면 1시간 남짓이면 도착하는데,

 

이곳을 가까이에 두고 안 보면

너무 섭섭한 거죠.

 

이날부터 남편에게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남편, 우리 언제 하루 시간 내서
체스키 크룸로프로 놀러 가는 건 어떨까?”

“그라츠나 비엔나는 2시간 넘게 달려야 하는데,
여기는 1시간이면 돼!

보트 타러 아터쎄(짤츠캄머굿지역의 호수중에 가장 큰 호수)
가는데도 1시간 넘게 걸리잖아.

우리 가볍게 이곳 한 번 구경 해 보자!”

 

사실 이렇게 노래는 했지만,

 

학기 중에는 너무 바쁘고, 피곤해서

간만에 쉬는 주말이면

그냥 퍼져서 자기 바빴습니다.

 

주말이라도 푹 자야 1주일 동안

쌓인 피로가 풀리니 말이죠.

 

 

 

이때부터 인터넷에서

이 마을에 대한 것들을 주워

읽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멋진 동네이고, 얼마나 아름다운지..

왜 한 번쯤 가봐야 할 동네인 것인지..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동네는 어떤 곳인지..

 

그곳을 다녀온 사람들이 올린

사진들은 다 멋져보였습니다.

 

더군다나 집에서 가까운 곳이니

정말 기필코 한 번쯤은

가 봐야 할 것 같았습니다.

 

이때쯤 저희부부의

결혼 9주년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4일에 결혼을 했습니다.)

 

이때부터 마눌이 하루 한 번씩

자기가 계획한 것을 이야기를 했습니다.

 

“7월 4일은 내가 휴일이거든,
당신도 하루 휴가를 내!

우리 결혼기념일에 체스키 크롬로프로
하루 나들이를 가는 거야.

 

당신이 결혼기념일 선물로 나한테 100유로를 줘,
그럼 내가 그 돈으로 체스키에 가서 다 쏠께!“

 

가면 어디에서 뭘 보고,

어떤 여정으로 마을을 돌 것인지,

시간은 얼마나 걸릴 것인지..

 

 

 

 

엔지니어인 남편은 가기 전에

이런 것들을 사전조사 하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엔지니어가 아닌 마눌은 무계획이 계획이고,

“쇠뿔도 단김에 빼는” 스타일인 관계로..

 

일단 “출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계획했다고 다 계획대로

움직여지는 것이 아니니 말이죠.

 

이렇게 결혼기념일에

“하루 나들이”를 노래했지만,

 

이것이 정말 실현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남편의 회사일이 바쁘면

그날 휴가를 내지 못할 수도 있고, 

 

“휴가 냈냐?”고 물어봐도

남편은 묵묵부답이라

노래는 노래로 끝날 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결혼기념일(월요일)을 앞둔 주말,

토요일 저녁에 남편이 한마디 했습니다.

 

“체스키에 가면 뭘 하고, 뭘 보고,

어디 가서 뭘 먹을 것인지

계획 세운 것을 가지고 와봐!  

 

가면 주차는 어디에 해야하고

주차비는 얼마나 내야하는지도.”

 

 

결혼은 9년이지만,

서로 안지 15년이 다 되어가고 있는

이 시점에 마눌의 성격(무계획, 얼렁뚱땅,

쇠뿔도 단 김에 빼는 스탈?)을

누구보다 더 잘 알면서 이런 것을

주문하는 남편이 가끔은 신기합니다.

 

정말로 마눌이 이런 것들을

계획할 꺼라고 생각을 하는 것인지...^^;

 

그래도 가겠다는 의지는 보이는 거 같아서

그때부터 저녁 내내 스마트폰에

코를 박고서 열심히 정보를 찾았습니다.

 

최소한 그곳에 가면 주차는 해야 하니

주차장의 위치나 가격까지는 알아야죠.

 

근디 아무리 찾아도 한국의

블로거들이 올린 정보에서는

주차장의 가격이 안 나옵니다.^^;

 

 

 

그렇게 인터넷 사이트를 찾아서 헤매다가

체스키 크롬로프 공식사이트까지

접속하게 됐죠.

 

그리도 당당하게 남편에게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체스키에는 주차장이 4군데 있는데,

1~3번까지는 하루에 150코루나를 내야하고,

4번 주차장은 시간당 15코루나야,

 

여기에 주차하면 다른 곳보다
조금 더 저렴할 거 같아.

5시간정도 주차한다고 쳐도
100코루나 정도면 될 테니..“

 

마눌의 설명과는 별도로

남편 또한 이미 체스키에 접속해서

정보를 모으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마눌에게 무거운 짐을 안깁니다.

 

“거기가면 당신이 가이드니,
당신이 알아서 다 계획을 짜.”

“계획은 무슨 계획을 짜,
코딱지만한 동네니 그냥 발 닿는데
구경하다가 배고프면 밥 먹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오면 되는 거지.”

“그래도 당신 책임이니 당신이 알아서 해!
(=계획 짜!)

 

“우쒸, 나 체스키 안 가!

결혼기념일에 그냥 부부가 오붓하게
잘 먹고 잘 놀다 오자고 가는 건데,

가서 또 싸우고 스트레스 주고
할 거면 안 가는 것이 좋겠어.

 

당신을 그냥 출근해.
난 집에서 하루 종일 잘껴!”

(이미 휴가낸 사람에게 다시 출근을 하라네요.^^;)

 

이런 약간의 실랑이가 있기는 했지만,

저희부부는 결혼 9주년을 기념해서

나들이를 즐겼습니다.

 

체스키의 이모저모와 이곳에 대한

저의 생각은 앞으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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