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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남편을 위한 김밥 도시락

by 프라우지니 2016.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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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병원실습 마지막 날 김밥을 싸느라 새벽 4시에 일어난 날!

 

김밥 6줄 말아서 싸면서 썬 김밥중에 몇 개를 빼서 담았습니다.

 

 

 

“오늘 김밥 싸는데 간식으로 가져갈래?“

“아니”

 

 

남편은 무엇이든지 물으면 “아니”라는 대답을 먼저 하는지라 안 묻는 것이 좋은디..

왜 매번 묻는 것인지...^^;

 

남편은 한국음식을 하면 먹기는 하지만, 자신이 먼저 어떤 음식을 해 달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해 놓은 음식을 군소리없이 먹어주니 한식을 좋아하는 것도 같지만, 먼저 어떤 음식을 해 달라고 안하는걸 보면 안 좋아 하는 거 같기도 하고...^^;

 

남편이 한국음식을 해 달라고 안하니 제가 한국음식을 안하는 경향도 있기는 한 거 같습니다.

 

자주 해 달라고 하면 자주 음식을 할 수도 있는 것이 마눌의 마음이건만..

(요리하는 거 안 좋아한다며?)

 

김밥 5개를 통에 담아 남편이 가져가는 간식봉투에 넣었습니다. 김밥 통 위에는 “맛있게 먹어!”라는 쪽지와 함께 남편에게는 김밥을 쌌다고 말하지 않고 그냥 간식봉투에 넣어놨었죠.

 

그날 오후에 통화를 하면서 남편에게 물었습니다.

 

"내가 싸준 김밥은 잘 먹었어?“

“엉? 김밥? 안 먹었는데?”

 

남편은 회사일이 바쁜 날은 간식을 먹을 시간도, 점심을 먹을 시간도 없다고 합니다.

그런날은 쫄쫄 굶고 일한다는 것인지 원...^^;

 

어허~ 새벽에 싼 김밥을 저녁까지 가지고 다니면 완전히 시어버렸을 것인디..

 

저녁에 남편이 퇴근하자마자 남편의 가방을 잽싸게 채서 그안에 있는 간식봉지를 확인했습니다.

간식으로 싸준 과일 통이랑 김밥을 담아줬던 통이 나란히 비어있습니다.

 

말은 안 먹었다고 했지만, 간식시간에 김밥을 먹었던 모양입니다.

참기름도 바르고 깨도 뿌린 김밥을 말이죠.

 

사실 김밥에서 나는 참기름 냄새가 익숙하지 않는 서양인들에게는 별로 유괘하지 않는지라 많이 조심스럽습니다. 남편도 가끔씩은 한국음식을 할때마다 주방에 진동하는 참기름냄새에 대해서 말할때가 있습니다.

 

저또한 김밥을 싸가지고 가는 날 전차를 타면 내가 싸가는 김밥에서 나는 참기름 냄새가 위로 솔솔 올라오는지라 옆 사람이 냄새의 진원지를 찾아서 내가 안고 있는 김밥 가방까지 코를 들이밀까봐 아주 조심스러운 것이 참기름 냄새거든요.

 

어째 또 이야기가 삼천표로?

 

그날 저녁 빈 김밥 통을 가지고 온 남편에게 물었습니다.

 

“낼도 간식으로 김밥 가져갈래?”

“난 금방 한 음식 아니면 안 먹는 거 알면서...”

“낼 아침에 일어나서 새로 싸 줄께!”

“... 그러던가..”

 

남편은 원래 어떤 음식이던간에  한번만 먹는데.. 마눌이 싸준 김밥은 맛있었던 모양입니다.

그 다음날도 싸달라고 하는걸 보면 말이죠.^^

 

그 다음날 새벽에 일어나서 김밥을 새로 싸주겠다고 했던 마눌은 한 가지 잔머리를 생각해냈습니다. 사실은 정말 새벽에 싸려고 했었지만, 김밥 한 줄을 위해 1시간 일찍 일어나는 건 무리가 있는지라..

 

김밥은 그날 저녁에 싸서 썰어서 담아두었다가..

그 다음날 아침에 전자렌지에 살짝 데운 후에 조금 식혀서 간식 통에 담아줬습니다.

 

하지만 남편에게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전날 만들어두었던 김밥이였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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