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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고맙고 미안한 남편의 지원

by 프라우지니 2016.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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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실습을 나가는 요즘 저의 아침시간은 조금 더 빨라졌습니다.

 

보통 우리 집의 아침은 오전 6시에 시작합니다.

일어나서 아침을 차리고 오전 6시 15분이 되면 남편이 일어나서 아침을 먹습니다.

 

부부가 나란히 아침을 먹고 집을 나서는 시간은 보통 오전 6시 45분 정도입니다.

 

남편은 아마도 오전 7시 30분 전에는 회사에 도착해서 일을 시작 하는 거 같습니다.

지금은 집에서 차로 2~30분 거리에 있는 곳으로 출근을 하거든요.

 

학교를 갈 때는 남편의 차를 타고 갔지만, 요양원에 실습을 갈 때는 자전거를 타고 다녔었는데..

겨울로 들어서면서는 요양원에도 남편이 데려다 주는 경우가 많아서 항상 아침 출근은 남편과 함께 했었습니다.

 

남편이 집에서 쉬는 주말 같은 경우, 제가 요양원에 출근해야 하게 되면 남편이 제 출근시간에 맞춰서 저를 데려다 주고는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주말 아침잠을 계속 이어서 자는 조금은 미안한 상황도 자주 있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가면 되니까 계속 자라고 해도 추운 겨울날 아침에 마눌이 혼자 자전거를 타고 가는 것이 안쓰러웠던 것인지 일부러 깨우지 않아도 제 출근 시간이 되면 부스스 눈 비비고 일어나서 나서던 남편!

 

이때 참 많이 고맙고 미안하고 그랬었습니다.

제가 받는 직업교육인데 남편도 함께 받고 있는 거 같아서 말이죠.

 

학교를 가던, 요양원을 가던 항상 출근시간은 남편이 시간에 맞췄었는데...

이제는 남편이 마눌의 출근시간에 맞춰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병원의 출근시간은 오전 6시 45분! 그 시간 전에 출근해서 유니폼 찾아서 입고 6시 45분에 시작하는 “근무인계“에 참석하려면 늦어도 저는 6시 30분에는 병원에 입장해야 합니다.

 

 

 

 

올 2월에는 우리 동네까지 전차가 들어온다고 했었는데..

그래서 병원실습은 남편의 도움 없이 혼자서 전차를 타고 가면 될 줄 알았었는데..

 

안타깝게도 우리 동네에 전차가 들어오는 시기는 2월 말입니다.

 

남편이 지금 전차가 다니고 있는 종점에 저를 데려다 주는데 걸리는 시간은 (차로)2~3분. 하지만 제가 버스를 타고서 전차 종점까지 가는 시간은 아무리 빠듯하게 잡아서 20분은 필요합니다.

 

남편한테는 “내가 혼자서 출근한다”고 큰소리를 치기는 했지만, 제가 6시 종점에서 출발하는 전차를 타려면 집에서 5시 30분에는 나와야 가능하게 됩니다.^^;

 

병원 출근을 위해서 전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출근준비를 합니다.

아무리 말려도 남편은 제가 일어나는 시간에 맞춰서 일어납니다.

 

5시 15분쯤에는 부부가 나란히 앉아서 아침을 먹고 준비를 하고 5시 45분에는 집을 나섭니다.

남편이 저를 전차 종점에 내려주는 시간은 6시 10분전!

 

 

 

 

전 종점에서 6시에 출발하는 텅 빈 전차를 타고서 병원으로 출근을 합니다.

 

출근 첫 날은 남편이 얼마나 서둘렀던지 병원에 도착한 시간이 6시 10분인지라 바로 병동으로 가지 않고 병원 로비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었지만..

보통 병원에 도착하는 시간은 6시 20분입니다.

 

저야 원래 출근시간이 빠르니 그렇다고 치고, 마눌 덕에 갑자기 남편의 출근시간이 빨라도 너무 빨라진지라, 살짝궁 남편한테 물어봤었습니다.

 

"남편, 회사에 출근하면 몇 시야?“

“한 6시 30분 되나?”

“회사에 출근해서 벌써 근무 시작한 사람이 있어?”

“아니!”

“그럼 당신이 1번 타자야?”

“응”

 

말이 쉬워 1시간 빠른 출근이지, 아시는 분은 아실 겁니다.

아침 잠 30분이 얼마나 꿀맛이고 얼마나 소중한 보약인지..(정말?)

 

오늘도 남편은 무뚝뚝하게 마눌의 병원실습 날을 확인합니다.

병원실습 가는 날은 새벽 5시에 일어나야 하는 날이니, 그만큼 더 신경을 써야하거든요.

 

새벽잠이 많은 남편에게 새벽 1시간이 어떤 의미인줄 알지만, 오늘도 마눌은 남편에게 신세를 집니다.

 

“남편, 전차가 우리 동네까지 들어오는 2월 26일부터는 내가 알아서 혼자 출근할게,

그때부터는 남편은 더 자다가 천천히 출근해!”

하지만 마눌은 압니다.

전차가 다녀도 남편은 새벽에 일어나서 마눌과 나란히 아침을 먹고 출근하게 될 거라는 걸..

 

마눌 또한 남편만큼 무뚝뚝한 편인지라, 고맙다는 말은 잘하지 않지만..

고맙고 미안한 남편의 지원이 있어서 더 힘이 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제가 받는 직업교육이지만, 사실은 부부가 나란히 함께 하는 직업교육입니다.

 

외국인 마눌이 많이 힘들고 외로운 배움의 길을 걷는데 조금이라도 힘이 돼 주려고 노력하는 남편이 있어서 저의 직업교육은 조금 더 수월한 거 같습니다.

 

제게 이렇게 무안한 지원을 해주는 남편이 있어서 저는 참 많이 행복한 아낙입니다.

 

남편! 감사합니다.

당신이 내게 주는 모든 지원과 사랑과 관심은 앞으로 두고두고 갚도록 하겠습니다.

(워째? 이 아낙이 혼자서 글 쓰면서 감동하나며? 지금 울고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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