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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불복불 병원실습

by 프라우지니 2016.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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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실습 기간인 우리 반 학생들은 린츠 시내와 시외의 여러 병원에서 실습을 합니다.

 

대부분은 오스트리아 사람들이라 외국인인 저보다는 조금 더 수월할거라는 것이 외국인인 제 생각입니다만.. 모르죠! 같은 병원이라고 해도 저마다 실습하는 병동이 다르니 어떤 병동이 걸리게 될지는 완전 불복불입니다.

 

병원실습이 시작된 후는 서로 실습하고 있는 병동과 병동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쉬는 시간의 주요한 화제이고 말이죠. 대부분은 불평등하고, 불친절한 병원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입니다.

 

“아니, 실습 첫 날, 아무도 나한테 필기를 하라고 말을 안 해 줘 놓고는 ”근무인계“가 끝낸 후에 환자들의 상황을 묻는 거 있지? 그걸 내가 어찌 아냐고? 미리 알려줘야 하는 거 아니야?”

 

“간호사들이 완전 전문용어로 환자에 대한 증상을 이야기 해 놓고는 나보고 못 알아듣는다고 막 짜증을 내면서 ”빨리 전문용어를 배워라!“ 하는 거 있지?”

 

특히나 우리 반 30대 아낙 같은 경우는 수업시간에도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면서 문자를 주고받고, 인터넷을 하고, 시시때때로 수업을 방해하는 4살 수준의 매너를 가지고 있는디...

 

그녀는 실습 시작 전부터 병원과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병원 근무 중에는 핸드폰을 소지하면 안 된다고 한다고 하더라구! 나는 아이가 셋이나 있어서 항상 핸드폰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안된다고 하는 알아? 정말 짜증나!”

 

그녀의 매너가 4살인 건 알고 있지만, 병원근무도 핸드폰을 옆구리에 차고 하겠다니 참 가관입니다. 이렇게 처음부터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그녀가 어찌 병원 실습을 잘 마칠 수 있으려는지...^^;

 

다들 자기 실습 병원에서의 힘든 일이나 간호사들의 불친절함에 대해서 호소를 하는데..

저는 입을 꾹 다물고 가만히 있었습니다.

 

저는 그들이 당하는 혹은 처해있는 상황과는 전혀 달랐거든요.

 

개중에는 긍정적인 ”실습평가서”를 써준다고 소문난 병원을 직접 찾아 가서 실습신청을 했음에도 소문과 실제는 조금 다른 모양입니다.

 

 

 

사진을 찍을 당시는 직원사진들이 많이 비었었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자비로운 수녀님 병원의 내과 2” 직원들입니다.

 

실습 첫 날 아침, 대부분의 간호사들이 20대 초중반이라 조금 놀랐었습니다.

나이 많은 사람보다 어린 사람들이 사람을 이해하는 폭이 좁은디...^^;

 

저의 실습장도 우리 반 다른 학생들이 말한 것처럼 아무도 저를 여러 사람에게 소개 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간호사 개개인이 저에게 와서 “새로 온 실습생인감? 반가워 나는 간호사 ”슈테피“야” 이런 식으로 인사를 했습니다.

 

실습 첫날 거의 열 명의 직원들이 이렇게 저에게 와서 자기소개를 하는지라, 모든 직원들 이름을 기억하기도 어려웠지만, 일단 모든 직원들이 깜장머리 중년의 외국인 실습생에게 거부감은 없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호의적인 직원들이라고 해도 제가 잘해야 하는 거죠!

 

잘 해 주려고 하는데, 자꾸 삐딱선을 타는 실습생을 예뻐해 줄 직원들은 없으니 말이죠.

 

 

 

 

제가 병원에서 입는 유니폼입니다. 간호사들은 목 부분에 파란색이고, 실습생이나 간호조무사들이 입는 옷은 목 부분이 이렇게 초록색입니다.

 

저는 실습생임에도 윗주머니에 가지고 다니는 필기도구에 가위와 반창고까지 가지고 다닙니다.

환자들 사이를 다니다가 보면 잘라야 할 것들도 많고, 반창고가 필요한곳도 있거든요.

 

 

 

 

근무 첫 날, 입원중인 환자들의 몸무게, 혈압 등등을 재고, 혼자서 씻기 불편하신 환자들의 몸을 닦아드리고, 새 입원복을 갈아입혀 드리는 일들이 대충 정리가 되니..

모든 간호사들이 다 휴게실에 모였습니다.

 

저야 제가 근무해야하는 조의 사람들을 따라서 다니니 그들이 휴게실에 가는지라 저도 그 뒤를 따라 들어갔습니다.

 

이른 출근을 한 간호사들이 대충 환자들을 돌보고 난뒤가 그들의 휴식시간이자 조금 늦은 아침을 먹는 듯이 보였는데, 함께 앉지 못하고 뒤에 서있는, 실습 첫날이여서 어벙벙하게 서있는 저의 손을 끌어당겨서 그들 옆에 앉혔습니다.

 

“실습생이야? 이름은 뭐야? 어떤 직업교육 과정이야? 몇 년차야?”

 

다들 눈에 띄는 동양인 실습생에게 관심을 가져주면서 그들 옆에 앉게 하고는 먹을 것도 내 앞으로 밀어주었습니다. 실습 첫날의 감동이었죠.^^

 

우리 반 학생들은 그들의 실습병원의 간호사들이 얼마나 도도하고, 거만하고 실습생에게 핀잔을 주고 등등등.. 그런 이야기만 들어서 완전 걱정했는데, 제가 근무하게 된 이곳 간호사들은 저에게 얼마나 친절하고 잘해주시던지...

 

실습생에게 주어지는 실습환경은 불복불이라 어떤 병동에서 일하게 될지, 어떤 사람들 사이에서 일하게 될지, 아무리 열악한 환경이라고 해도 그저 주어진 환경에서 320시간을 버텨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제 실습병동의 간호사들은 제가 수월하게 배울 수 있게 설명 해 주고, 저에게 많은 기회를 주고, 서툰 발음은 교정 해 주고, 제가 잘 못 알아듣는 단어는 어떤 의미인지 설명 해 주고, 제가 조금 더 쉽게 배울 수 있게 조금 더 쉬운 단어 찾는 일까지 해주는 참 많이 친절한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저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병동 내에 알람이 울리면 얼른 뛰어나가서 어떤 병실에서 일어난 “급한 상황”인지 확인하고, 일하다가 간호사들이 봐야할 환자의 상태일 경우는 얼른 그들에게 보고를 하고 말이죠.

 

저는 실습생으로서 저와 함께 일하는 간호사들에게 조금 더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환자들에게 조금 더 친절한 실습생임을 보여줄 예정이고, 또 그럴 겁니다.

 

이렇게 하루하루 열심히 근무하고, 실습하다보면 저는 아주 긍정적인 실습평가서를 받게 되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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