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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시어머니와 함께 한 외출

by 프라우지니 2015.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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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시어머니와 처음으로 단 둘이서 외출을 했었습니다.

동네 쇼핑몰이 아닌 시내로 말이죠.

 

작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남편의 시계가 고장 난 걸 시어머니께 살짝 알려드렸습니다.

 

“엄마, 당신 아들 시계가 고장 났어요.(=선물로 시계를 사 주세요.)”

 

엄마는 시계를 사려면 린츠시내를 나가셔야 한다고 하셔서 제 교통카드를 말씀드렸습니다.

 

“엄마, 내가 가진 월정액 교통카드는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동반 1인이 무료이니 제 카드를 가지고 가세요.”

“내가 누구랑 가라고? 너희 아빠랑? 됐다고 해라! 절대 안 가실꺼다.”

“그래도 이왕이면 주말에 나가세요. 그럼 제 카드를 가지고 가시면 되니까 따로 교통비(왕복4유로)를 내실 필요 없잖아요.”

 

한동안 아무 말씀 안하시던 엄마가 한마디 하십니다.

 

“너, 나랑 갈래?”

 

에궁^^; 주말에만 늘어지게 잘 수 있는지라 주말에 어디를 가는 건 별로 안 좋아 하는디..

그렇다고 시어머니가 물어 오시는데 며느리가 돼서 냉정하게 “싫어요!”할 수는 없죠.

 

“에~ 봐서 시간이 되면 함께 갈께요.”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엄마랑 뭘 사러 가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같이 쇼핑몰에 가면 자꾸 가게로 데리고 가셔서 이런저런 옷들을 내 몸에 갖다 대십니다.

 

“이 색이 너한테 어울린다. 한번 입어봐라!”

“엄마, 저 옷 많아요.”

 

얼른 그 자리를 피해서 가게를 나와 버리면 엄마는 뒤에서 입을 내미시곤 말씀 하셨습니다.

 

“나 삐졌다. 너는 왜 맨날 내가 뭘 사준다고 하면 싫다고만 하냐?”

 

며느리가 돼서 알뜰하신 시엄마 쌈지돈을 털수는 없죠.

저도 돈이 있으니 제가 필요하면 사 입을 수 있고 말이죠.

 

몇 번 엄마랑 쇼핑몰에 갈 때마다 이런 사소한 일들이 있었던지라...

“나 이제 엄마하고는 같이 쇼핑몰에 안 갈꺼예요.” 했었는데..

엄마가 이제는 린츠시내를 같이 쇼핑하자고 데이트 신청을 해 오십니다.

 

시내를 쇼핑하면서 또 “나 너땜에 삐졌다!”하실 수도 있으니 참 쉽지 않는 일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쇼핑은 혼자서 하는 걸 좋아합니다.

누군가를 몇 시간씩 데리고 다니면서 “이옷 이뻐? 저옷 이뻐?”하는 것도 취향이 아니고 말이죠.

내가 그래서 그런지 남이 “쇼핑가자”고 하면 왠만해서는 응하지 않는 편입니다.

 

아무튼 시어머니가 청 해 오신 데이트는 조건을 달아서 승낙을 했습니다.

 

“저한테 뭐 사준다고 하시거나, 뭘 입어보라고 권하지도 마세요!”

정말 시엄마가 돈이 넘치시는 부자시라면 왜 사양을 하겠습니까만은 시엄마도 아끼고 아끼시면서 사시는 분이라 항상 “사준다” 고 하셔도 그 마음만 감사하게 받는 며느리입니다.

 

그렇게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12월의 한 토요일에 나란히 시내로 나갔습니다.

 

원래 이렇게 어르신을 모시고 밖에 나가면 팔짱을 끼여서 엄마를 보호해드려야 하지만..

저는 조금 남성스러운 성격의 아낙입니다. 꼬집기 보다는 때리는 것이 성격상 편하죠.

(그렇다고 누구를 때리지는 않습니다만, 성향이 그렇다는 것이죠.^^)

길을 걸을 때도 남편의 팔짱을 끼는 성격이 아닌지라, 남편이 마눌의 팔짱을 끼죠.^^;

 

팔짱 안 껴주는 며느리의 팔에 시어머니가 먼저 팔짱을 끼어 오십니다.

그렇게 나란히 팔짱을 끼고 시내를 다니면서 남편의 시계도 사고 시간을 보냈습니다.

 

시간은 흘러 배고픈 시간

 

린츠 중앙 광장에 있는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가리키시면서 엄마가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저기 가서 점심 먹자! 내가 쏜다.”

 

그렇게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나란히 레스토랑으로 입장을 했습니다.

 

 

 

 

며느리는 참치피자를 엄마는 햄피자를 주문했습니다.

이태리 피자는 우리나라처럼 토핑이 넘치게 피자반죽 위에서 흐르지 않습니다.

소스도 아주 쪼금, 치즈도 아주 조금, 토핑의 수는 대체로 5가지를 초과하지 않습니다.

 

제가 주문한 참치피자를 보자면..

치즈, 토마토소스, 참치, 양파! 참 단순한 내용물입니다.

 

우리나라의 “컴비네이션”이란 이름으로 온갖 토핑이 올라오는 이런 피자는 이태리 식당에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 본인이 “토핑추가”를 한다면 불가능 하지는 않겠지만, “피자반죽 위에 모든 것이 올라와 있는 짬뽕 피자를 왜 시키지?” 할거 같기도 합니다.^^

 

 

 

 

 

참치피자를 받은 며느리는 먹기 전에 시어머니께 맛을 보시라고 잘라서 먼저 드렸습니다.

참치피자를 받으신 어머니도 며느리에게 맛 보라고 햄피자의 귀퉁이를 조금 잘라 주셨습니다.

(하지만 서양 문화는 음식을 바꿔먹는 문화는 아닙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피자를 맛있게 먹고 남은 피자는 싸 가지고 왔습니다.

피자가 이렇게 남으면 웨이터가 물어보죠.

 

“싸 가시겠습니까?”

 

이때 그러겠다고 하면 웨이터는 주방에서 호일을 잘라서 가지고 옵니다.

우리나라 피자헛처럼 피자박스에 포장 해 주지 않습니다.^^;

 

피자를 사겠다는 말씀은 어머니가 하셨지만, 며느리가 계산하려고 했었습니다만,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데리고 외출하신 기념으로 내시겠다는데 자꾸 사양하는 것도 실례인지라 감사하게 얻어먹었습니다.

 

가격을 물어오신다면..

피자와 음료 2인이 27유로정도 나온거 같습니다.

보통  피자는 10유로 선이고, 음료는 2~3유로 선입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팔짱을 끼시고 외출하신 것이 너무 좋다고 하셨습니다.

 

우리 집만 그런지 아니면 다른 어르신들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시부모님은 따로 친구분을 만나지 않으십니다. 한마디로 친구 분이 없으십니다. 시어머니도 시아버지도 말이죠.

시어머니는 한 달에 한 번씩 어딘가에 강의를 들으러 다니시는 것 외에는 외출이 거의 없으시죠. 시아버지도 외출이라고는 어머니와 함께 가시는 슈퍼마켓 쇼핑과 은행에 가시는 정도.

 

가끔씩 같은 단지에 사시는 삼촌(시아버지의 동생)이 당구를 치러 오시고, 매주 일요일 늦은 오후에는 삼촌(시아버지의 형) 내외분이 카드놀이를 하러 오십니다.

 

한번은 제가 시부모님께 여쭤본 적이 있었습니다.

“두 분은 친구 분이 없으세요?”

 

두 분 다 없다고 하셨습니다. 시부모님 연세의 분들이 다 시부모님처럼 친구가 없는지, 아니면 친구들이 많아서 정규적으로 친구 분들을 만나시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나가서 만날 사람이 없다는 것이 이상하면서도, 아마 시아버지와 시어머니가 가장 친한 친구여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원래 엄마와 딸이 외출하는 것이 정상인데, 비엔나에 사는 시누이는 시댁에 자주 오지도 않고, 왔다고 해서 친구들 만나러 바쁘게 나다니니 엄마랑 외출은 꿈도 꿀 수 없는 거죠. 딸 대신에 며느리 팔짱을 끼고 외출을 하신 엄마는 많이 즐거워하셨습니다.

 

시어머니가 너무 즐거워하시니 앞으로 자주 시간을 내서 외출을 해야할거 같습니다.^^

물론 다음번에는 며느리가 어머니께 식사대접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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