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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길위의 생활기 2013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510-공짜를 바라보는 서양들의 자세!

by 프라우지니 2014.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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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 살다보면 날짜도 요일도 잊어버리기 쉽습니다.

 

덕분에 마눌은 길 위에 사는 2년 동안 남편에게 크리스마스나 생일때 선물을 챙겨 받지 못했습니다.^^; 정신줄 놓고 낚시에 열중한 남편을 둔 아낙이나 겪을 수 있는 일입니다.^^;

 

문제는 남편뿐 아니라 마눌도 정신줄을 자주 놓는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도시에 들어가서야 혹은 수퍼마켓으로 장보러 가서야 알게 되는 것들도 종종 있습니다.

 

“발렌타인 데이”도 수퍼에서 초코렛을 팔 목적으로 걸어놓은 광고에서 발견하게 되고 말이죠!

 

그렇게 정신줄 자주 놓고 사는 부부인지라..

부활절이 오는지 가는지도 사실 모르고 있던 시점입니다.

 

남편에게는 중요한 연어시즌이 끝나가고 있다는것만 알았죠!

 

 

 

 

 

아이들을 데리고 휴가를 오는 키위(뉴질랜드 사람)들이 많이 온다..했더니만,

아이들이 학교를 안 가는 부활절 휴가였던거죠!

 

저희가 머물고 있는 와이타키 강어귀의 홀리데이파크의 젊은 주인은 시즌별로 오는 낚시꾼보다는 가족휴가를 더 중점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하긴, 낚시꾼은 기껏와봤자 2명이 차 한 대에 오게 되지만..

가족들은 일단 오면 기본이 4인에, 조금 심하면 7~8명까지도 가능하니,

장사로 따진다면 낚시꾼보다는 많은 가족들이 찾아줘야 더 이득이 되기도 할 거 같습니다.

 

공짜 좋아하는 마눌은 이스터(부활절) 선데이를 기다렸습니다.

 

내가 머물고 있는 캠핑장에서 공짜로 먹을 것을 준다는데..

없는 시간이라도 내서 꼭 챙겨먹어야 하는 거죠!

 

 

 

 

 

드디어 그날이 왔습니다.

 

주방 옆의 바비큐에서 소세지를 굽고 있습니다.

그 옆에 양파도 굽고 있습니다.

 

소세지는 구운 양파와 함께 먹어야 제 맛인거죠!^^

 

사실 소세지는 수퍼에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그런 종류입니다.

 

내 돈 주고 사먹으면 그냥 저냥 먹을만한 맛이겠지만..

남이 구워서 공짜로 준다고 하니 더 맛나게 느껴지는 거죠!

 

 

 

 

 

한국 사람인 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나는 이 캠핑장을 이용하는 고객이고, 캠핑장에서 고객을 상대로 하는 행사이니 만큼 저는 소세지를 먹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캠핑장에서 1주일도 넘게 머문 상태니 고객도 일반고객은 아닌거죠!^^;

그러니 당당하게 이 행사에 참가할 수 있는 거죠!

 

소세지를 준다는 10시가 조금 넘어가고 사람들이 하나둘씩 오는데..

이들의 반응이 참 흥미롭습니다.

 

소세지를 먹으러 오기는 왔는데..

 

쭈뼛쭈뼛 부끄러워서 얼굴 못 드는 아이처럼 제대로 줄을 못서고 옆에서 빙빙 돕니다.

 

남편 또한 마찬가지로 오기는 왔는데..손은 쉽게 내밀지 못하는 거 같습니다.

 

고객에게 공짜로 주겠다는데, 고객이 오히려 더 부끄러워하고 손도 못 내밀다니..

 

결국 소세지 하나를 챙겨먹은 마눌이 줄을 서는둥 마는둥 서있는 사람들 손에 이미 버터가 발린 식빵을 하나씩 쥐어줬습니다.

 

(남편은 상황이 이러면 마눌에게 마구 눈치를 줍니다. 왜 나서냐구???)

 

식빵을 들고 줄을 서면...

식빵위에 소세지랑 구은양파를 얹어주게 되거든요.

 

 

 

 

버터(저렴한 마가린을 바른듯)바른 빵에 소세지랑 구은 양파를 받아서,

그 위에 각자의 입맛에 맞게 소금, 후추를 뿌리고, 마스터드나 케찹을 바르면 완성이 됩니다.

 

이미 한 개를 해치운 마눌이 한 개쯤 더 먹으려고 시도를 했지만,

마눌의 팔을 잡고 말리는 남편이 있어서 한 개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어차피 소세지는 구워진 상태이고, 사람들이 먹으러 안 오면 다 버려야 하거든!

그러니까 나라도 음식 쓰레기를 줄이는데 한 몫해야 한다고!!!“

왠 뚱딴지 같은 소리를 해 봤지만, 마눌의 팔목을 잡은 남편의 힘이 쎈지라..

결국 입맛만 다시면서 우리집(차)으로 돌아가야만 했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공짜를 주면 감사하게 먹고, 나도 누군가에게 공짜로 줄 것이 있으면 주죠!

물론 나에게 준 사람과 내가 주는 사람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결론적으로 보면 주고 받은건 마찬가지니 말이죠!^^;

 

주는 공짜를 감사하게 받기보다는 색안경 쓰고는..

“왜 나에게 이런 친절을 베푸세요?”(=이 인간이 나에게 뭔가를 바라는 것은 아닌가?)

하고 되묻는 것이 얼마나 큰 실례인지 서양인들은 잘 모르는 거 같습니다.

 

개인적이고, 사생활 존중하느라 남에게 폐 안 끼치는 것이 중요한 서양인이라지만..

사심없이 주는 공짜는 있는 그대로 감사하게 받는 자세는 필요한거 같습니다.

 

(어째 글의 시작과 끝이 쪼매 안맞는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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