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전 남편과
장을 보러 갔다 왔습니다.
갈 때는 기분이 좋았는데,
돌아올 때는 떨떠름한 기분만 안고 돌아왔죠.
슈퍼마켓에서 만난 불친절한 직원 때문에
기분이 상한 마눌에게
위로보다는 기름을 얻는 남편!
이번에도 남편은 내 탓을 했습니다.
내 독일어를 상대방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죠.
남편은 마눌에게 뭔 일만 생겨도
항상 “마눌탓”이라 했습니다.
“당신의 독일어가 완벽 했으면 그런 일을 당하지 않았다.”
남편의 말도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매번 이런 말을 듣는 마눌도 짜증은 납니다.
마눌이 독일어로 뭘 물어보면
친절하게 대답이나 해주고 이러는 것인지..
뭘 물어보면 “찾아봐!”
내지는 “그것도 몰라?” 하면서
마눌의 독일어 공부에 동기부여는 커녕
열 받아서 독일어 공부 안하게 만드는
능력을 가진 남편이 할 말은 아닌데..
슈퍼 입구에 있는 전단지를 보니
“25% 할인쿠폰” 안내가 있었습니다.
글자가 작아서 보이지 않았지만,
오늘 사용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해도
일단 받아놓으면 다음주에 사용할 수 있으니
챙겨야지요.
슈퍼에서 파는 모든 식품에
이 스티커만 붙이면
25% 더 저렴하게 살수 있으니,
얼른 고객센터에 갔죠.
창구의 직원은 내가 다가오는 걸 보면서도
창구를 벗어나고 있었습니다.
직원을 붙잡을 목적으로 한마디!
“Entschuldigung 엔출디궁? (실례합니다.)”
내 말에 뒤도 안 돌아보고
직원이 한마디 날리며 사라집니다.
“잠깐만 기다리세요.”
금방 올 줄 알았던 직원은
금방 나타나지 않았고, 나는 계속 기다렸는데..
어디갔나 했던 직원은 그 사이 창구를 벗어나
물건을 사러 온 친구인 듯한 사람과
밖에서 수다를 떨고 있더군요.
그래도 기다리고 있으니
창구로 돌아온 직원!
나는 외국인이고 혹시나 내 독일어 발음을
못 알아 들을 수도 있으니..
전단지에 붙어있는 25%할인 쿠폰 사진을
내보이면서 물었습니다.
“Haben Sie ein Rabattpickerl
하벤 지 아인 라밧피컬?”
(할인쿠폰 있나요?)
내 말에 직원은 무표정한 표정으로 한마디.
“am Montag 암 몬탁
(월요일부터)”
오늘은 토요일이니
다음 주부터 사용이 가능한 할인쿠폰이
없다는 것으로 이해를 했습니다.
이미 슈퍼 안에 들어간 남편을 찾아서는
장을 보고 슈퍼를 떠나려는데
남편이 한마디 했죠.
“당신 먼저 차에 가, 나는 현금인출 좀 하고 갈께.”
차에 먼저 가서 물건을 싣고 있으니
남편이 오는데
남편 손에는 할인쿠폰이 들려 있었습니다.
“그거 어디서 났어? 직원이 나에게는 월요일부터라고 했는데?”
“당신이 말을 제대로 못하니 못 받은 거지.”
“나는 할인쿠폰이 있는지 물었지.”
“그러니까 못 받았지.”
“그럼 어떻게 물어봐?”
“Haben sie bitte ein Rabattpickerl fuer mich?”
“하벤지 비테 아인 라밧피컬 퓌 미히?”
나는 “할인쿠폰이 있나요?” 하고 물었고,
남편은 “나를 위해 할인쿠폰
한 장을 주실 수 있나요?” 했습니다.
나는 fuer mich (나를 위해)를 빼먹었고,
Bitte (영어의 Please플리즈)도 쓰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내가 한 말이 무례 하지는 않았는데..
내가 뭘 원하는지 알면서
내가 외국인이라고 쿠폰도 안 주고
퉁명스럽게 대답을 한 것인지..
우리동네 대형쇼핑몰에 있는 슈퍼에서도
나는 항상 이렇게 물었습니다.
“Haben Sie ein Rabattpickerl?”
할인쿠폰 있나요?
물론 남편이 말 한대로
내가 말한 문장에 내가 원하는 것이
제대로 표현되지는 않았습니다.
내가 한 말은..
“나에게 할인쿠폰 한장 주세요.”가 아닌
“할인쿠폰이 있나요?”
하지만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사람들은 바로 알아듣죠.
“아! 이 외국인 아낙이 할인쿠폰을 달라고 하는구나.”
가끔 찰떡같이 못 알아듣는
직원들도 있기는 했습니다.
나는 할인쿠폰을 달라고
“할인쿠폰 있나요?”했는데..
달라는 할인쿠폰은 안 주고
대답만 합니다. “네”
그러면 한마디를 더 해야하죠.
“할인쿠폰 한 장만 주세요.”
우리동네 슈퍼에서는 아무런 문제없이
할인쿠폰을 받았는데,
옆 동네 슈퍼에서만 안 통하는 내 독일어.
오늘 집으로 오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한국에도 외국인에게 유난히
불친절한 사람들이 있겠지..”
한국에서 잘살던 외국인들도
가끔 만나는 불친절한 인간 한 사람 때문에
“한국 살이”가 짜증이 나고 싫어지기도 하겠지.
모국을 떠나서 사는 사람들은 다 외국인이고,
자기도 자기 나라를 떠나면
외국인 신분이 되는 것을!
나는 평생 당할 일이 없을 거 같아
그러는 것인지..
나와는 다른 피부색을 갖고 있고,
다른 언어를 사용해서
내가 사용하는 언어를
조금 어눌하게 말하는 외국인이라고
무시하거나 차별해서는 안되는 것을!
나를 무시하고 차별한
그 직원 때문에 기분이 상했지만,
이미 기분이 상한 마눌에게 위로보다는
„독일어 공부“ 채찍질을 하는 남편.
오늘따라 오스트리아에서의 삶이 더 외롭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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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우리부부의 겨울 등산기 3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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