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며느리입니다.
시부모님 앞에서는 영원한 약자죠.
시부모 앞에서 큰소리 치고 사는 며느리도 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며느리는 저같이 약자로 살지 싶습니다.
내가 힘이 없어서 약자인 것이 아니라, 당신들의 아들과 함께 사는 며느리이니 시부모님을 존경하고 또 가능한 당신들의 뜻을 따르려는 며느리의 마음가짐이죠.
시부모님이 외국인이라 한국 시부모님처럼 그렇게 어렵게 대하지는 않지만.. 앞에 “시”자가 붙은 사람들과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건 동서양을 막론하고 비슷한 거 같네요.
국제 결혼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시엄마랑 친구처럼 지내요~”
“시댁 식구들과 너무 편하고 좋은 사이에요~”
“저는 시댁에 가도 시엄마가 해 주는 밥 먹는 며느리에요~”
저도 처음에는 그런 줄 알았습니다.
외국 시댁은 한국과는 다를 줄 알았죠.
한국처럼 시엄마가 어렵지 않는 건 사실입니다.
한국에는 어머니께 존칭을 하고 공손하게 말을 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외국어는 시엄마, 시아빠라고 해도 그냥 다 “너!”
시부모님인데 “엄마,아빠, 너희들 밥 먹었어?”
경상도 말로 “엄마, 니 밥 묵었나?” 뭐 이런 분위기죠.
그러니 한국에 비해서 시부모님이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 건 사실입니다.
말이 편하니 시부모님과 편하고 시엄마와도 친구처럼 느낄 수 있죠.
하지만 가끔씩 방문하는 시댁에서 며느리는 백년손님입니다.
시댁이니 시어머니가 주방의 주인이시고, 며느리는 손님이니 당연히 엄마가 요리를 하시죠.
시어머니가 해 주시는 요리를 앉아서 먹기만 하는 며느리도 있지만..
저는 시어머니가 요리를 하시면 옆에서 돕거나, 샐러드를 합니다.
손님도 정도껏 눈치가 있어서 이렇게 옆에서 거드는 것이 사랑받는 며느리의 비결이죠.
며느리가 돕겠다고 하는데 “됐다, 넌 손님이니 그냥 앉아있어라~”하는 시어머니들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두 가지가 있죠.
첫 번째는 며느리와 거리를 유지하고 싶은 시어머니의 마음.
이런 경우는 며느리가 당신의 주방에 들어오는 것이 싫으신 경우죠.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당신의 주방에 들어와서 옆에서 자꾸 왔다 갔다 하면서 신경 쓰이는 것이 싫은 마음을 “넌 손님이다.”로 살짝 포장한 경우입니다.
두 번째는 며느리를 딸같이 아끼고 싶은 시어머니의 마음.
세상의 시어머니들 중에 정말로 후자의 마음을 갖는 사람이 없지는 않겠지만 흔하진 않죠.
이런 시어머니를 가지신 분들은 정말 결혼 잘하신 겁니다.^^
저도 시댁과 차로 2~3시간 떨어진 도시에서 살 때는 시댁에 가면 시어머니가 해 주시는 음식을 먹던 며느리입니다.
음식준비가 끝날 때까지 우리 방에서 놀다가 “밥 먹자!”하면 가는 눈치 없는 며느리는 아니었고, 점심시간 한두 시간 전에 시어머니의 주방에 가서 요리보조를 했습니다.
“넌 손님이다”하는 시어머니라고 해도 혼자서 며칠 동안 아들내외의 끼니를 책임지는 것이 사실 쉬운 일은 아니죠.
주방에 들어가서 엄마가 하시는 음식을 적당히 거들어야 밥 먹을 때 눈치가 안 보입니다.^^
그렇게 떨어져 살 때는 “외국 시댁”은 정말 한국과는 다르다고 느꼈었죠.
하지만 시댁에 들어와서 살다보니..
“시”자가 붙은 사람들은 동서양을 초월합니다.
시댁 사람들이 대놓고 며느리를 왕따 시킬 때도 있고, 또 은연중에 그런 걸 느낄 때도 있죠.
가끔은 당신들은 언짢은 마음을 제일 만만한 며느리에게 한 마디해서 “당신들의 스트레스를 푸나?“싶을 때도 있습니다.
며칠 전에 시아버지가 저에게 하신 행동도 그런 유형이었죠.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3275
며느리도 뒤끝 있는 까칠한 인간이다.
며느리가 동네북입니까?
왜 불편한 마음을 며느리에게 푸시나요?
그 일이 있고나서는 마당에서 시아버지를 만나도 그냥 한마디 하고 지나쳤습니다.
“할로~ 파파!”
평소 같으면 날씨부터 시작해서 별로 중요하지 않는 이야기로 며느리를 30분씩 잡고 이야기 하시는 시아버지인데, 그날 이후 며느리와 대화가 불가능합니다.
당신도 아무 잘못 없는 며느리에게 퉁명스럽게 말씀하신 것이 마음에 있으셨으니 며느리에게 전처럼 쉽게 말 거는 것이 불편하셨을 수도 있겠고, 며느리도 아빠랑 말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죠.
아빠가 마당에 있을 때는 일부러 잘 나가지 않았고, 장보러 가면서 마당에서 아빠를 만나도 “할로~”외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뭐 필요하세요?” 이런 말도 안했습니다.
필요하시면 두 분이 나들이 하듯이 장을 보러 가시면 되니 말이죠.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남편이 강으로 카약을 타러 간다고 아빠께 부탁을 했습니다.
아빠가 우리랑 같이 차를 타고 가서 우리가 카약을 내린 다음에 아빠는 차를 다시 집으로 가지고 오셨다가 우리가 도착지에서 전화를 하면 아빠가 우리를 픽업하러 오시죠.
집에서 1 시간 정도 떨어진 곳으로 아빠랑 같이 차를 타고 가는데 아빠가 뒷자리에서 계속해서 말씀을 하십니다.
남편은 운전하느라 집중하고 있으니 결국은 앞자리에 앉은 제가 시아버지의 말에 맞장구를 쳐줘야 하는 거죠.
“아! 그러셨어요?” “그랬군요,”
이런 말들로 “내가 당신의 말을 듣고 있다.”는 신호를 해야 상대방도 신이 나서 말을 하죠.
간만에 며느리와 이야기를 하니 아빠가 신이나 신듯 말씀을 하셨습니다.
아빠가 하신 말씀은 뭐 대단한 것은 아니고 마당의 일이나 옆집의 일들이죠.
여자들의 떠는 “수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남자들의 나이가 들면 엄청 수다스러워집니다.
그냥 옆집 아줌마라고 생각하시면 딱 맞을 정도의 수다죠.
남편이 나이가 들어가면 아내의 베프가 될수도 있답니다.^^
그렇게 우리가 카약을 출발할 곳에 도착해서 우리부부는 내리고 아빠는 차를 가지고 가셨고, 3~4시간이 지난 후에 우리가 도착한 지점으로 우리를 픽업하러 오셨죠.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문을 열어보니 아빠가 우리 건물 앞에 파프리카와 토마토를 따서 두셨습니다.
토마토야 마음대로 따서 먹어도 되지만, 파프리카 같은 경우는 필요하면 매번 아빠가 주시는 것만 먹습니다.
마당에 넘치도록 달리는 파프리카인데 아빠가 관리(?)를 하시니 우리가 필요한 경우가 있을 때는 아빠한테 말씀드리면 아빠가 직접 따주시죠.
그랬던 파프리카인데 아빠가 몇 개를 따서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저는 이것이 아빠가 저에게 내미는 화해의 제스처로 이해했습니다.
며느리에게 잘못 했다는 건 당신도 아신 듯 한데..
평생 “잘못했다, 미안하다,”라는 말을 해본 적이 없으신 분이라 안 하시죠.
남편은 마눌의 눈꼬리가 올라간다 싶으면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일단 하는 말!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시어머니가 가장 부러워하시는 것이 바로 이거죠.
“그래도 네 남편은 바로 고개를 숙이고 잘못했다고 하니 좋겠다.
나는 평생 들어본 적이 없다. 지가 잘못한걸 알아도 그 말은 안 한다니!”
엄마가 아빠한테 평생 들어보지 못하셨던 말을 13년차 며느리에게 절대 하실 일은 없고, 당신이 며느리에게 내미는 화해의 손길이 당신이 우리에게 주실 수 있는 야채인거죠.
“내가 괜히 심술이 나서 그랬다. 괜히 너에게 짜증내서 미안하다.”
아빠는 이런 마음을 담아서 주신 거라 생각합니다.
당신도 편지 않은 마음이니 엄마께 말씀하셨던것일테니 말이죠.
며느리가 뭘 여쭤보려고 말을 걸면 환하게 웃으시면서 쳐다보는 표정에서도 그걸 느낍니다.
“나 다시 너하고 편하게 지내고 싶다.”
이제는 다시 전처럼 아빠를 편하게 대해야 하겠죠?
오늘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강에서 즐기는 카약은 몇번을 갔었지만, 아직 영상편집은 하기 전인데, 오늘부터 부지런히 편집을 해봐야겠습니다.
여러분께 오스트리아 강의 풍경을 조만간 선보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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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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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작년에 즐겼던 카약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이 강에서 카약을 타는데, 좀더 상류로 올라가서 올해 보는 풍경은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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