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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나의 반나절 가출기

by 프라우지니 2020.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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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한테 맞고 집 나왔습니다.”

이건 아낙의 주장입니다.

 

사건 속으로 들어가 보면 사실 남편의 직접적인 폭력은 아니었습니다.

남편을 때리려고 팔을 들었다가 튕겨서 자기 얼굴을 때린 꼴이 된 거죠.

 

자기가 자기를 때려놓고는 아프다고 울어대던 아낙!

그 길로 벌떡 일어나서 옷 주어입고 집 나왔다고 합니다.

 

토요일 오전에 말이죠.

누구 이야기냐구요?

 

짐작하심시롱 모른 척 하시기는...

접니다!

 

결혼 13년차로 들어가고 있는 우리 부부.

 

소 닭 보듯이 서로 좀 멀뚱멀뚱 했으면 좋겠는데..

우리 부부는 항상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습니다.^^;

 

아시는 분만 아시겠지만..

월~금요일까지 우리 집 아침은 새벽5시 50분에 시작합니다.

 

라디오 알람이 울리면 벌떡 일어나 주방에 와서는 남편의 아침과 도시락을 준비하죠.

 

문제라고 한다면 우리 집의 취침시간은 빨라야 자정.

보통 새벽 1~2시죠.

 

(가능하면 남편이 잠든 다음에 침대로 들어가려고 합니다. 마눌이 보이면 수염을 마구 문질러대면서 장난을 걸어대는 남편 때문에 일찍 자려고 했다가는 스트레스만...ㅠㅠ)

 

이때 잠이 들어서 5시 50분에 일어나는 것이 솔직히 쉽지는 않습니다.

 

월~금요일은 일어나야 하니 자동적으로 일어나고!

늦잠을 잘 수 있는 주말인데, 내 근무가 걸리면 나는 또 벌떡 일어나야 하죠.

 

그렇다고 주말 근무를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수당이 더 나오는 근무니 말이죠.^^

 

간만에 주말 근무도 없어서 늘어지게 잘 수 있는 주말.

 

전날 아니 새벽 2시쯤에 잠이 들었는데,

8시도 안된 시간에 남편이 마눌의 신경을 건드려주십니다.

 

 

오히려 이렇게 긴 수염이 더 나을듯도 하고...

 

잠자는 마눌의 얼굴에 (며칠 수염을 깎지 않은) 수염 난 얼굴을 문지르는 남편.

 

사실 문지르는 건 아니고 마눌 뽈따구에 뽀뽀를 하는 모양인데..

당하는 마눌은 아파서 미치기 일보직전!

 

수천 개의 바늘로 박피를 받는다고 생각하시면 맞습니다.

금방 얼굴이 붉어지고 아파오죠.

 

수다스러운 마눌이 입 다물고 잠자고 있으니 나름 예쁘다고 취한 행동 같은데..

잠이 부족한 마눌을 이런 식으로 깨우면 “급 헐크 모드”로 들어갑니다.

 

짜증나서 때리려고 팔을 휘둘렀는데,

남편의 철저한 방어에 내가 나를 때린 꼴이 된 거죠.

 

잠 못 자서 짜증나고, 수염 때문에 얼굴이 아파서 짜증나고, 맞아서 아프고!

(남편을 때려야 했는데 내가 맞아서 억울하고..^^;) 잠자다 말고 소리 내서 울었습니다.

 

울다가 벌떡 일어나서는 옷을 주섬주섬 입고 집 나올 준비를 했습니다.

나이가 있으니 가출까지는 아니지만 일단 집 나올 준비!

 

마눌이 외출 준비 다해서 방으로 들어서니 “뿔난 마눌 달리는 방법 1“에 들어가는 남편.

 

마눌을 무릎 위에 앉혀 놓고는 머리를 쓰담쓰담 해줍니다.

보통 이러면 마눌이 풀리는데, 오늘은 맞아서 아프니 안 풀립니다.

 

마눌이 일단 나가겠다니 순순히 보내주는 남편!

마눌이 뿔났을 때는 가능한 건들지 않아야 한다는 걸 살아오면서 터득 한거죠.

 

아! 그러고 보니 부부싸움 할 때마다 마눌이 집을 나갔었네요.

 

집 나가서 시간을 보내던 마눌이 집에 들어가면..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반갑게 맞아주었던 남편!

 

토요일 오전!

 

일단 집을 나왔고!

 

동네 쇼핑몰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토요일이라 사람들도 넘치고, 쇼핑몰에서 시간을 보내기는 싫고!

 



 

그래서 시내로 진출했습니다.

생일기념으로 산 태블릿까지 옆에 끼고 나왔죠.

 

태블릿까지 들고 가출한 내가 찾은 곳은 태블릿이랑 마주 볼 수 있는 장소.

카페나 햄버거집도 있기는 하지만, 이런 영업집에 오래있으면 민폐죠.

 

 

그래서 찾은 곳이 도서관!

 

시내에 있는 도서관은 토요일은 정오까지만 문을 열고!

린츠 중앙역 건너편에 있는 도서관은 토요일은 오후 3시까지!

 

일단 3시간 정도 앉아있을 공간이 있으니 나름 만족스럽게 입장을 했습니다.^^

그렇게 도서관의 구석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빨간 소파가 있는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태블릿을 올려놓으니 나름 폼이 나네요.

 

도서관에는 무선 인터넷이 있어서 유튜브 동영상 시청도 가능.

터를 잡고서 유튜브 시청을 하다 보니 남편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헐크되서 나간 마눌이 도대체 어디쯤에 있는지 궁금했나 봅니다.

가출해도 오는 전화는 챙겨서 받는 마눌이라 전화를 받았죠.

 

남편이 가장 먼저 확인 하는 건 내 위치!

도서관에 자리를 잡았다고 하니 나름 안심한 모양입니다.

 

잘 놀다가 저녁에 조심해서 들어오라는 남편의 당부 말씀!

 

가출한 아낙한테 조심해서 들어오라니...

마눌은 도서관에서 오후 3시까지 놀다가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남편은 때리지 않았지만, 맞았다고 주장하던 아낙의 반나절 가출을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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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마눌이 챙기는 남편의 아침과 점심 도시락!

매일 같은 메뉴는 아니지만, 이런식으로 준비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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