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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남편의 초보 간병기

by 프라우지니 2020.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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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적어도 1년에 2~3번은 감기에 걸립니다.

그때마다 2~3주의 병가를 내서 집에서 머물죠.

 

침대에 자리를 잡고 누워서는 코 푼 휴지도 그냥 침대 밖으로 던져버리고!

화장실을 갈 때 외에는 침대에서 꼼짝도 안 합니다.

 

덩치도 크고 건장한 남자가 의외로 감기에는 약한 것을 보니..

덩치와는 달리 면역력은 약한가?” 싶은 것이 마눌은 생각하죠.

 

결혼생활 12년이 넘어가는 동안 마눌이 감기로 드러누운 적은 딱 한 번 있었습니다.

정말로 하늘과 땅이 빙그르 돌고, 열이 39도까지 올라갔었죠.

 

그때 이후 이번이 2번째입니다.

그때는 “독감”이었고, 이번에는 조금 심한 감기 증상이었죠.

 

 

 

일단 목이 아프고 편도선이 붓기 시작하면서 시작한 감기.

침을 삼키기 힘든 상황이라 깨어있는 동안은 계속 먹어야 했던 목캔디.

 

감기를 앓기 시작한 시기가 연말이라 다행히 근무는 없었고!

남편도 연말연휴 휴가 중이라 옆에서 마눌의 간병을 했죠.

 

이번 감기에 남편보다 더 효자노릇을 했던 건 목캔디.

침대 옆에 두고서는 밤낮으로 목이 아플 때마다 애용했습니다.

 

남편인 설탕이 들어간 사탕이라 건강에 안 좋다고 했지만..

지금은 건강보다는 내 목 아픈 것이 더 심각하니 무시!

 

감기 걸린 마눌은 식욕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차 마시고, 목캔디 먹고, 잠만 잤죠.

 

끼니도 건너뛰고 잠을 자는 마눌에게 남편이 아침이라고 챙겨준 메뉴.

과일 차 한 잔과 버터/꿀 바른 검은 빵 한쪽!

 

빵은 평소에도 안 먹던 아침메뉴였는데..

남편이 먹어야 한다고 들이미니 억지로 먹어야 했던 빵 한쪽.

 

과일 한 접시가 아침메뉴인 마눌인데, 빵 한쪽이라니..

이때는 식욕이 없는 상태라, 남편의 윽박에 억지로 먹었었죠.

 

감기를 자주 걸려봤더라면 남편에게 이런저런 주문도 했을 텐데..

초보 환자라 마눌은 남편이 주는 것만 먹었죠.

 

남편에게 “과일”을 부탁해서야 사왔던 귤과 바나나.

남편은 환자로는 프로인데, 간병인으로는 초보여서 그랬나 봅니다.

 

 

 

 

감기 걸린 마눌의 저녁이라고 들고 온 건 남편이 해서 냉동실에 넣어놨던 인도식 카레.

난이라는 빵과 거기에 요거트 소스까지 나름 차려온 한상.

 

침대에 누워있는 마눌 앞에 내려놓는 쟁반.

인도식 커리는 남편이 좋아하는 메뉴이지 마눌용은 절대 아닌디..

 

이건 마눌이 평소에도 안 먹는 메뉴인데, 감기 걸린 마눌의 저녁메뉴??

안 먹는다는 마눌에게 “한 수저라고 먹어야 한다”는 남편.

 

결국 마눌은 커리 한 수저를 떠먹는 것으로 저녁을 대신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다 남편이 받아서 먹었죠.

 

사실 이건 마눌용이 아니라 남편의 저녁상이었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서 마눌의 증상이 호전될 무렵에 아프기 시작한 남편!

이번에는 마눌이 다시 간병을 할 차례죠.

 

 

 

감기 걸린 남편의 아침 메뉴는 마눌 마음입니다.

여러 가지 과일에 비타민 풍부한 과일 차 한 잔!

 

감기에 걸리면 비타민들이 풍성한 과일을 많이 먹어야죠.

그래서 평소보다 더 과일들의 종류가 많아지죠.

 

마눌이 아플 때는 구경 못했던 과일들이 주방에 넘쳐나기 시작합니다.

 

남편은 시시때때로 마눌의 “과일접시”를 받아서 먹어야 하고,

방에도 언제나 까먹을 수 있는 귤등을 접시에 담겨있습니다.

 

아! 남편이 감기 걸리면 보온병에 뜨거운 차를 담아서 항시 대기 중입니다.

언제나 따뜻한 차를 마실 수 있게 말이죠.

 

마늘이 감기 걸렸을 때 남편은 보온병을 이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마눌은 항상 다 식어빠진 차가운 차를 마셔야 했죠.

 

마눌이 아파본 적이 없어서 남편에게 “보온병에 차”를 주문하지 못했었네요.

다음번에 또 감기 걸리며 그때는 프로 환자 흉내를 잘 낼 수 있을 거 같아요.^^

 

 

 

감기 걸려서 침대에 누워있으면 유난히 주문이 많아지는 남편.

 

우유에 굵은 곡류가루를 넣어서 하얀 죽을 쑤어 달라고 하기도 하고,

때로는 신선한 빵에 햄을 넣은 샌드위치를 주문하는 남편.

 

햄샌드위치를 위해서는 동네 슈퍼마켓을 가야하죠.

비가오던, 눈이 오던 밖의 날씨의 상관없이 가야합니다.

 

신선한 햄을 금방 구운 빵에 넣어서 남편 앞에 대령해야 비로소 조용해지는 남편.

남편이 감기에 걸리면 마눌의 일이 2배가 되는지라 엄청 피곤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프면 하얀 죽 위주로 음식을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곳에서도 그런 비슷한 것을 먹습니다.

 

하얀 흰 빵(셈멜)을 먹던가 아니면 우유에 곡물가루를 넣어서 죽을 쑤던가,

마른 과자에 차같은것을 먹기도 하네요. (이건 다 남편이 아플 때 먹는 종류)

 

 

 

남편 감기의 하이라이트는 “스파게티”

 

감기가 다 나아가고 있을 때쯤에는 항상 찾는 메뉴죠.

아픈 상태인 남편이 직접 할 때도 있지만, 마눌에게 해 달라고 할 때도 있죠.

 

이때 만드는 스파게티는 “빠른 조리”가 특징입니다.

스파게티 면이 삶아지는 6~7분간.

 

이 시간 안에 갈은 고기를 넣고 토마토 통조림과 토마토 페스토를 넣어서 후딱 만들어야 하죠. 언제 후다닥 만든 스파게티 동영상도 한번 찍어봐야겠네요.^^

 

스파게티를 끝으로 남편은 자리를 털고 있어났습니다.

침대에 누워있는 동안에 남편은 “프로 간병인”인 마눌의 완벽한 서비스를 받았습니다.

 

1년에 서너 번 감기를 앓는 남편에게는 “일상”같은 감기.

자신이 뭘 원하는지 제대로 알고 있죠.

 

마눌 또한 매번 있는 병치레라 가뿐하게 해치웠습니다.

 

나도 아프고, 남편도 아프면서 비교가 됐던 참 다른 간병.

남편은 “프로 환자”에 초보 간병인이었고, 마눌은 “초보 환자” 프로 간병인!

 

이번에 받아본 남편의 간병은 “빵점”이었습니다.

아침에는 과일도 없었고, 보온병에 차도, 그 외 어떤 서비스도 없었습니다.

 

평소에 자신이 주문하고 또 마눌이 해준 것을 항상 반복하니 마눌이 아플 때 신경써줄 수도 있었을 텐데.. 너무 다른 서비스를 이번에 비교하게 된 마눌이 타박도 해봤습니다.

 

“왜 나는 보온병에 따뜻한 차를 준비 해주지 않았어?”

“당신이 해 달라고 하지 않았잖아.”

“나는 왜 아침에 과일을 주지 않았어?”

“그래서 바나나랑 귤 사다줬잖아.”

“그건 내가 사오라고 하니 당신이 사다 준거지 알아서 사온 건 아니잖아.”

“.....”

 

완벽하지는 않아도 남편이 아픈 동안 웬만하면 모든 것을 다 해주려는 마눌.

자신이 아플 때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다 마눌을 통해서 얻는 남편.

 

남편은 환자일 때와 간병인일 때의 처지가 달라서 마눌을 챙기지 못했던 것인지..

아니면 환자의 요구가 많아질까 봐 귀찮아서 미리 차단했던 것인지..

 

이것이 아리송한 간만에 아파본 마눌의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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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스글로크너 산악도로의 끝에 있는 마을, 하일리겐블룻.

그곳에서 찾은 저렴한 숙소, 유스호스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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