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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날 위한 휴가??

by 프라우지니 2019.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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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이름하야 “아내를 위한 휴가”였죠.

 

휴가를 준비할 때는 “매번 가는 그저 그런 휴가”려니 했었는데..

출발 전날 저녁에 남편이 보내준 이메일에는 조금 의외의 휴가가 준비되어있었습니다.

 

 

애초에 아래로 내려가는 길에 그로스크로크너(산)쪽으로 내려간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곳에 있는 숙소예약이 정보가 들어있는 이메일에는 그런 가부다 했었는데...

 

내가 받았던 두 번째 메일을 보고는 조금 당황했었습니다.

“이건 뭐지?”

 

애초에 계획을 짜는 데는 관심이 없는 아낙과는 달리 남편은 휴가를 가기 전에 계획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철저한 전략을 짜죠.

 

“어떤 길로 갈 것이며, 몇 시에 출발해서 몇 시에 도착할 예정이며, 중간에 간식은 어느 지역에서 몇 시쯤 먹을 것인가!“ 까지!

 

이렇게 철저한 계획아래 움직이는 남편과 스트레스 받지 않고 여행하는 방법은..

마눌은 생각을 그냥 놓으면 됩니다.

 

“가자!”하면 가고, “먹자!”하면 먹고, 가끔은 마눌 맘대로 하려고 해서 남편에게 스트레스를 주기는 하지만 나는 나름 남편 말 잘 듣는 착한 마눌^^(아닌 거 같은디...)

 

 

남편의 이메일을 받고 마눌이 놀랐던 이유 하나는..

크로아티아 쪽으로 내려 갈 때마다 노래를 불렀던 “포스토이나 동굴”.

 

“우리 반나절만 포스토이나에 가서 그 유명하다는 동굴 구경하자!”

 

“내가 입장료 쏠게, 한번 가보자!”

 

“우리 포스토이나에서 점심 먹고 갈까?”

 

별의별 말로 남편을 꼬셔봤지만 매번 보지 못했던 포스토이나 동굴.

내가 포스토이나 동굴을 보러가자고 한 시점부터 따져보니 족히10년이 걸렸네요.

 

포스토이나는 우리가 가는 길에 있어서 시간만 조금 내면 충분히 볼 수 있는 곳이었는데도 남편은 매번 “다음에!”을 외쳤었죠.

 

크로아티아 가는 길목에 있어서 매번 올 때 갈 때 내입에서 흘러나왔던 그 이름 포스토이나.

그곳에서 우리가 1박을 합니다.^^

 

이번 여행에는 차에서 잠을 잘 수 있게 만든 나무 제작물을 설치하지 않아서 캠핑이 아닌 숙소에서 머물게 되는데, 포스토이나 숙소를 남편이 잡았습니다.

 

구글지도에서 캡처

 

그리고 날 놀래킨 또 다른 숙소는 바로 슬로베니아 “피란”

 

슬로베니아는 나라 면적에 해당하는 해안선이 꽤 넓은 편인데 대부분은 이태리에 빼앗긴 것인지 슬로베니아에 속한 해변 도시는 몇 개가 되지 않습니다.

 

슬로베니아의 해변도시는 “Koper코페르, Izola 이졸라, Piran 피란“정도죠.

 

크로아티아의 해안도시랑 슬로베니아의 해안도시는 어떻게 다른지 궁금했던지라 휴가를 갈 때마다 매번 남편에게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남편, 우리 내려갈 때 피란을 통해서 갈까? 아님 돌아올 때라도!”

“다음에..”

 

크로아티아 쪽으로 내려갈 때마다 어김없이 마눌이 입에서 흘러나오는 “포스토이나, 피란”

이 소리를 매번 듣는 남편도 피곤했겠지만, 매번 “다음에”를 듣는 마눌도 짜증이 났었습니다.

 

 

 

남편이 보내준 휴가 기간 중에 묵게 되는 숙소 정보에 나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도시“피란”이 있습니다.

 

나는 그냥 도시가 어떻게 생긴 것인지 궁금해서 보고 싶었을 뿐이고..

짧으면 2시간에서 반나절 정보면 충분한데 피란에서 2박이라니 뭘 하려고???

 

이런 생각보다는 일단 남편이 애초에 말했던 계획과는 달라도 너무 달라서 놀랬습니다.

그로스크로크너도, 피란도, 포스토이나도 다 마눌이 보고 싶다던 곳들.

 

남편이 애초에 말했던 계획은 갈 때 그로스크로크너 보고 크로아티아의 Madulin매둘린에서 3박하고 올 때는 그라츠에 들린다고 하더니만, 매둘린은 어디로 간 것인지..

 

남편의 이메일을 받고 걱정과 불안감 때문에 머리가 복잡했습니다.

 

“사람이 안 하는 행동을 하면...”

 

평소에는 매번 “다음에”을 외치던 마눌이 보고 싶다는 곳이 다 들어있는 휴가.

마눌이 하자는 것은 청개구리처럼 반대로 놀던 남편이 웬일???

 

왜 막판에 이런 휴가를 계획했는지 남편에게 물었습니다.

 

“남편, 왜 그래? 매둘린 간다며 왜 피란을 넣었어?”

“당신이 보고 싶다며?”

“아니, 평소에는 내가 하자는 건 기 쓰고 안하더니 왜 그래?”

“당신이 하자고 하고, 가자고 하는 건 다 갔잖아.”

 

마눌이 갖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보고 싶은 거를 위해서는 투쟁해서 쟁취해야 하는 척박한(?)환경이었는데, 이렇게 쉽게 한 번에 다 보게 되니 어쩐지 불안한 마음.

 

생각 해 보니 마눌이 가자는 대로 갔던 적도 있었던 거 같기도 하고...

 

크로아티아 도시들을 보고 싶다는 말에 해안을 따라서 했던 도시구경도 내가 원한 거였고!

몬테네그로의 코토르로 가면서 크로아티아 해안도시를 따라서 두브로브닉을 찍으며 갔던 로드트립도 내가 원한 거였네요.

 

생각해보니...

남편은 마눌이 가고 싶고, 보고 싶다는곳을 매번은 아니지만 신경 써서 수용해줬습니다.

 

“대신 알지? 다음번 휴가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거야!”

 

남편의 휴가야 매일 카약을 타고는 바다 위를 떠 있다가 작은 섬 같은데서 하루 종일 앞으로 굽고, 뒤로 구우며 피부에 색을 내다가, 물에 한두 번 들어가는 하루를 보내는 것이죠.

 

마눌이 보고 싶다는 도시들만 도는 여행이라 이번에는 크로아티아는 빠진 슬로베니아 여행이 됐습니다. 오래도록 보고 싶어 하던 곳을 봤으니 이제 이곳들은 됐고...

 

여행갔다 온지 며칠 지나지 않아서 TV에 나오는 도시를 보고 한마디 했습니다.

“남편, 우리 류블랴나(슬로베니아 수도)랑 자그레브(크로아티아 수도)는 언제 보지?”

 

류블랴나도 크로아티아로 달리는 길에 매번 지나치는 도시인데 아직도 못 봤고, 크로아티아의 해안에 자리하고 있는 도시들을 거의 다 봤는데, 아직 자그레브만 못 봤습니다.

 

다음번 보고 싶은 곳은 “류블랴나랑 자그레브”가 되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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