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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내 김치를 좋아해주는 내 동료

by 프라우지니 2019.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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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요양원에 있는 여러 명의 외국인 직원들.

그중에는 나와 외모가 흡사하게 생긴 아시안도 있습니다.

 

아시아 출신이라고 해도 동남아시아인들은 피부색이 어둡고, 우리와 이목구비가 확 티나게 다르지만 중국인, 일본인들과 동남아시아에 골고루 퍼져있는 중국계는 한국인과 거의 비슷합니다.

 

그녀는 라오스 출신이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동남아 쪽의 외모가 아닌 중국계.

그래서 그녀는 한국인인 나와 거의 비슷한 외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그녀의 이름을 보고, 그녀가 일본인인줄 알았죠.

어찌 들으면 일본인 같은 이름이거든요.

 

나와 비슷하게 생긴 외모 덕에, 동료직원들은 가끔 나에게 그녀의 이름을 부르곤 합니다.

얼핏 보면 정말 헷갈리는 모양입니다. 내가 나인지 그녀인지..

 

비슷한 외모에 같은 외국인지만, 그녀는 나와는 다르죠.

그녀는 2~3살 때 엄마 품에 안겨서 보트피플로 유럽에 입성한 이민자거든요.

 

외모는 이곳 사람들과 차이가 나는 외국인지만,

이곳에서 학교를 다닌 그녀의 독일어는 현지인입니다.

 

그래서 같은 외국인이지만, 아니 그녀는 외국인이 아니네요.

국적도 더 이상 라오스가 아닌 오스트리아 일 테니!

 

비슷한 외모이고 태생은 외국인이지만, 그녀는 외국인이 겪은 언어에서 오는 이질감과 문화의 차이는 거의 모르지 싶습니다. 어릴 때부터 두 문화 사이에서 방황하며 자랐을 테니..

 

처음에는 그녀가 참 싫었습니다.

 

같은 외국인인데 동료들 앞에서 나의 조금은 튀는 독일어 발음을 이야기하고,

“뭐래?”하는 반응을 자주 보여거든요.

 

같은 외국인인데(그녀는 자신이 외국인이라 생각을 안 하겠지만, 최소한 외모는) 왜 대놓고 사람들 앞에서 나에게 면박을 주고 그러는지 짜증도 났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녀의 성격을 알게 되고 나서 그녀를 더 이상 피하지는 않죠.

 

오빠 3명 밑에 막내딸로 자란 그녀는 어릴 때부터 오빠들 사이에서 치고받고 살았답니다.

옷은 항상 오빠들이 입던 것을 물려받아 공주치마 같은 건 입어본 기억도 없고!

 

살아온 환경이 그래서 그런지 전혀 여자답지 않은 그녀.

 

마음은 안 그런데 말하는 건 참 재수없는 타입입니다.^^;

 

요양원에 출근해서도 각방의 어르신들의 상태를 세심하게 챙기지만 입은 항상 투덜거리죠.

 

 

 

어릴 때 와서 이곳의 학교를 다니고, 이곳의 문화를 접하면서 자란 그녀지만, 입맛만큼은 엄마가 해주시는 음식을 먹고 자라 라오스 입맛인 모양입니다.

 

근무 중 점심이나 저녁을 먹을 때 그녀가 챙기는 것은 바로 이 핫소스.

 

내가 아는 아시아 음식은 태국, 베트남, 중국음식 정도인지라 라오스 음식은 잘 모릅니다.

 

그래서 그녀가 처음 이 소스를 가지고 등장했을 때는 “저거 베트남 소스 아닌가?” 했었죠.

베트남 쌀국수 먹을 때 넣어먹는 소스 같았거든요.

 

 

그녀가 매운 걸 좋아한다는 걸 알고, 김치도 좋아한다고 해서 내가 만든 김치를 한번 줬었습니다. 내 김치를 먹고 나서 그녀가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맛있다”와 “고맙다”가 여러 번 반복된 것을 봐서는..

꽤 맛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그녀가 페이스북에 포스팅한 내 김치사진도 봤죠.

 

 

 

내 김치가 자기 입맛에는 조금 덜 매운 듯 해서 빨간 땡초를 썰어서 같이 먹었나 봅니다.

 

내가 준 김치는 그리 적은 양이 아니었는데...

그녀는 그걸 한 번에 다 해치웠답니다. 밥도 없이 맨입으로 말이죠.

 

김치를 좋아한다고 해서 지하실에 있는 김치 한통을 갖다 줬는데 이렇게 열광을 해주니 너무 감사했습니다. 내 김치가 맵지 않다는 건 조금 의외지만 말이죠.

 

그녀는 최근에 내가 만든 명이김치 한 통도 선물로 받았습니다.

 

슈퍼에서 산 명이는 겁나 비싸지만, 나는 직접 명이를 뜯으러 다녔으니 넉넉하게 했던 명이나물 김치. 만들어서 지하실에 넣어놓으면 내가 밥 먹을 때만 먹게 되니 꽤 많은 양들이 신 김치가 됩니다.

 

그 신김치중에 한통을 내 딴에는 큰 인심 쓴다고 줬더니만 그녀가 하는 말.

 

“지난번 배추김치는 맛있었는데, 이번 명이 김치는 짜더라.”

 

보통 음식을 선물 받으면 맛없어도 “맛있었다.”하는 것이 인사인데 솔직해도 너무 솔직한 그녀.^^;

 

명이나물을 처음에 절일 때 젓갈을 조금 넉넉하게 넣기는 했지만, 밥이랑 먹으면 맞는 간인데... 그녀처럼 맨입으로 김치만 먹으면 당근 짠 맛이죠.

 

“명이나물을 소금으로 절이지 않고, 그냥 젓갈을 넉넉하게 넣었어.

밥이랑 먹으면 간이 맞을 꺼야.”

 

내말대로 그녀가 나중에는 밥이랑 먹었는지 알 길이 없지만..

그 후 그녀에게 다시 김치를 주지는 않고 있습니다.

 

지금은 배추가 조금 비싼 시기이고, 내가 오래전에 만들어둔 시어 꼬부라진 배추김치가 아직도 조금 있고, 지금은 내가 미친듯이 담아놓은 명이나물 김치와 명이나물 페스토를 이용해서 빨리 먹어치워야 하는 시기라 당분간 김치를 만들 계획은 없습니다.

 

김치 만드는걸 배워볼 생각도 있는 그녀에게 다음에는 내 “쉬운 김치 양념 만드는 법”을 알려줘야 겠습니다.

 

모든 재료를 믹서에 넣고 한 번에 갈아서 해치우는 내 김치 양념은 정말 쉽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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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요리 이야기가 나온김에 (김치도 요린감???)

내 얼렁뚱땅 만드는 요리 동영상 하나 업어왔습니다.

 

슈퍼에 갔다가 저렴한 소고기를 만나서 만든 요리죠.

나도 먹고, 남편도 먹고, 나름 푸짐하게 해먹은 불고기 요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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