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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내가 어르신께 쳤던 뻥

by 프라우지니 2019.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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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요양원에 계시는 90대의 어르신들은 세계 2차대전을 거쳐오신 분들입니다.

 

몇 어르신의 방에는 아직도 나치 군복을 입은 남자의 사진도 있습니다.

아마 어르신의 '아버지'이지 싶습니다.

 

나치들이 유태인을 구분하는 방법 중 하나는 포경수술”.

 

영화에서 보니 유태인들은 아들을 낳으면 8일이내 포경수술을 한다고 합니다.

이때는 신생아가 통증을 못 느끼는 때라나요?

 

정말로 포경 수술한 유태인을 다 절단 냈던 독일/오스트리아 사람들은 포경수술을 안했는지는 예전에는 관심도 없었던 일입니다. 제가 요양보호사로 일하기 전까지는 말이죠.

 

요양원에서 일하면서 어르신(할배)을 씻겨드리다 보니 알게 됐습니다.

 

정말로 포경수술은 유태인들만 하는 것이었나 봅니다.

그것이 위생이던, 종교적은 이유에서건 말이죠.

 

우리 요양원에 유난히 까다로운 할배가 한분 계십니다.

 

이제 백 살을 코앞에 두고 계신 분으로 그동안은 별 도움 없이 혼자서 생활을 하셨는데,

세월이 가니 혼자 걷는 것이 힘이 드셔서 낙상을 몇 번 하셨습니다.

그리고는 직원들이 도움을 받으셨죠.

 

이분은 여느 어르신과는 다르게 직원의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니라 직원을 부리십니다.

조금만 어긋나도 잔소리를 하시죠.

 

소변을 못 가리시는 분들은 성인용 기저귀를 착용하시는데,

이 분은 기저귀가 영 못마땅하신 모양입니다.

 

인터넷에서 캡처

 

결국 이 어르신에게는 소변용 콘돔이 처방됐습니다.

소변 줄을 끼우는 것이 어르신도 편하고, 밤 근무를 하는 직원도 편하죠.

 

그렇게 어르신이 소변 줄에 연결된 콘돔을 끼워야 한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문제는 이분께 콘돔을 끼우는 것이 엄청 어렵다는 것.

 

직원들 사이에서도 이 쉽지 않은 문제때문에 화제가 됐었습니다.

시도는 했는데 제대로 성공한 직원은 몇 되지 않는다고 말이죠.

 

직원들 사이에 이런 이야기가 들려도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제가 그 어르신이 머무시는 층에 근무를 들어갔습니다.

 

아침 8~저녁 7시까지 근무를 하고, 630분경에 잠잘 준비를 끝낸 어르신께 콘돔을 끼워드려야 합니다. 그 어르신에 대해 소문만 들었었는데, 이제는 제 차례가 됐습니다.

 

이날 저녁에 어르신께 콘돔을 씌워드려야 하니 먼저 공부(?)를 해야 합니다.

어르신 방에 있는 콘돔 하나를 갖다가 사무실에서 다른 직원에게 물어봤습니다.

 

어르신이 까다롭고 제대로 못하면 짜증을 낸다고 하시니 한 번에 끝내야 하죠.

 

콘돔 소변줄은 예전에 방문요양을 할 때 직접 시술(씌워) 본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경험이 없는 건 아닌데, 이 어르신 같은 경우는 심하게 거시기(작아?) 해서 콘돔을 씌우는 것이 엄청 힘들다고 합니다.^^;

 

소문은 이미 들었고, 얼마나 힘들다는 것도 이해를 했고, 어떻게 콘돔을 끼워야 하는지도 이미 해본 동료에게 물어봤으니 이제는 실전만 남았습니다.

 

이 어르신은 직원들을 만만히 보시는 경향이 있는지라 절대 만만하게 보이면 안 된다는 충고도 받았습니다. 그러니 어르신 앞에서는 자신감을 보여야 하는 거죠.

 

 

 

인터넷에서 캡처

 

저녁 630분 어르신이 잠자리에 드실 시간.

방에 들어갔는데 어르신은 아직 침대에 드실 생각을 안 하십니다.

 

어르신 이제 잠자리에 드셔야죠?”

몇 시 인데요?”

“630분이요.”

“....”

조금 있다가 올까요?”

그래요.”

 

자꾸 시간을 조금씩 미루시는 어르신.

왜 그런지 동료가 이야기 해줘서 알았습니다.

 

네가 처음이라 어르신이 널 못 미더워해서 자꾸 피하시는 거야.”

 

내가 퇴근하기 전까지 어르신을 침대에 눕혀드려야 합니다.

그래서 자꾸 미루시는 어르신 방에 들어갔습니다.

 

이제는 어쩔 수 없이 내 앞에 오신 어르신.

저를 보면서 한마디 하십니다.

 

이거(콘돔) 씌워 본 적 있어? 없지?”

 

이 어르신에 대한 소문과 평판을 들었으니 여기서 기죽으면 절대 안 됩니다.

 

있어요.”

 

딱 한번이지만 정말 있었습니다.

그때는 60대 남성이라 아주 쉬웠고요.

 

드디어 할배가 침대에 누우시고 내 손이 활약해야 하는 시간.

 

외간여자한테 당신의 거시기를 맡기고 누워계신 어르신에게도 힘든 시간이셨겠지만,

두 손으로 열심히 수습해서 넣어보려는 저에게도 진땀나는 시간이었습니다.

 

많이 해봤다고 뻥을 쳐놨으니 능숙하게 성공해야 하는데,

소문대로 절대 쉽지 않은 상황.

 

땀을 삐질 삐질 흘리면서 열심히 주어 담으니 결론은 성공. 이미 퇴근시간에서 10분이 지나있었지만 어르신께 친 뻥이 뻥으로 남지 않아서 다행인 날입니다.

 

어르신께 초보라 찍히면 계속 믿지 못하시니 한번 할 때 제대로 일을 처리해야 어르신도 앞으로 계속 믿으시고, 저 또한 자신감이 생기게 됩니다.

 

요양보호사들은 가끔 뻥을 칩니다.

그 뻥이 뻥이 안 되게 하는 것은 본인의 노력에 달렸구요.

 

제가 오늘 친 뻥은 뻥으로 끝나지 않아서..

조금 늦은 퇴근을 하면서도 기분은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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