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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내가 가지고 있는 섭섭한 마음

by 프라우지니 2019.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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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객관적으로 봐도 참 괜찮은 요양보호사입니다.

(오늘은 무슨 수다를 떨려고 초반부터 자기 자랑이실까?“)

 

요양원에서는 항상 웃고 다니고, 어르신들께도 친근하게 말을 걸고, 내가 힘들어도 도움이 필요하신 분이 계시면 다른 직원이 나서기 전에 먼저 가서 도움을 드리고...

 

특히나 신체에 묻은 오물 같은 건 신경 써서 깨끗이 닦습니다. 오물이 피부에 오래 묻어있으면 나중에 피부에 염증이 생겨서 더 큰 문제가 야기될까 걱정이 돼서 말이죠.

 

이렇게 겉으로는 나름 친절한 요양보호사이지만..

일하면서 시시때때로 섭섭할 때가 아주 많습니다.

 

그중에 으뜸은 나를 매번 아쉽게 하시는 분.

날 “천사”라 칭하시는 90대 중,후반의 어르신 부부.

 

나를 만나고 벌써 4년째인데, 아직 내 이름을 모르십니다.

 

이 어르신들은 제 이야기에 등장하셨던 부부이십니다.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2393

내가 준비한 칫솔 선물

 

 

요양원 사진을 찾다가 발견한 사진입니다.

 

요양원에 들어오셨던 어르신들이 나가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돌아가신후 장의사 차를 타고 요양원을 떠나시는것!

 

할매께 저는 다른 직원들을 부르는 Schwester 슈페스터(간호사)중에 한 명이죠. 연세가 많으셔서 기억을 못하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귀도 잘 안 들리고, 눈도 잘 안보이고, 기억력도 희미해지셔서라고...

 

여기서 잠깐!

 

한국의 요양원에서는 모든 직원들을 다 선생님으로 부르지만, 독일어권에서는 모든 의료계 (여성) 종사자는 다 슈베스터(간호사/수녀/여자형제 sister )로 불립니다.

 

그러니 나는 간호사는 아니면서 간호사로 불리는 꼴이죠.

 

내 이름을 기억 못 하셔도 그러려니 하고 지냈는데..

일한지 얼마 안 된 직원의 이름은 단박에 외우시고, 그 직원의 이름을 말씀하십니다.

 

“요양원에서 슈베스터(저죠)랑 릴리가 마사지를 제일 성의 있게 해줘요.”

 

릴리는 들어온 지 두어 달 됐을 뿐인데, 그 직원의 이름은 기억하고..

 

나는 “천사”라면서 왜 내 이름은 기억을 못하시는지...

천사도 이름을 가지고 있는디..^^;

 

매번 제 이름을 말씀드리지만 발음도 잘 못하십니다.

제 이름인 “Jin 진”은 독일어로 읽으면 “Jin 인”입니다.

 

 

어떻게 들으면 “잉”으로도 들리죠.

 

그래서 몇몇 직원들은 내 이름이 아닌 내 성인 “신”으로 날 부르는 것인지..

 

“요술쟁이 지니”라고도 해 보고,

청바지 할 때 그 “청바지의 그 블루 진”이라고도 해 봤지만..

 

다른 소리는 잘 들으시면서 내 이름인 “진”은 항상 엉뚱한 발음을 하십니다.

 

상대방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 주는 건 그 사람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인간관계의 첫걸음이죠. 상대방에 대한 예의와 존중.

 

최근에 들어온 24살짜리 청년직원이 내 이름을 부르는데 쪼매 이상합니다.

 

몇몇 직원이 나를 부르는 내 성(신)으로 나를 부르는 거 같기도 하고,

“잉”으로 나를 부르는 거 같기도 하고, 어떻게 들어도 “진”은 아닌 내 이름.

 

그래서 바로 확인 들어갔죠.

 

“너 방금 나를 뭐라고 불렀냐?”

“응?”

“신은 내 성이야, 내 이름은 진이야. 블루진 할 때 그 진.”

“....”

 

그 다음부터 청년직원은 내 이름을 제대로 부릅니다.

 

오래된 직원들이야 자기들 꼴리는 대로 나를 부른다고 쳐도,

신입 같은 경우는 제대로 잡아야죠.

 

직원들도 나랑 나름 가깝다고 느끼는 직원들은 내 이름을 정확하게 “진”이라고 부르는데..

 

같이 일은 하지만 그냥저냥 봐도 별로 안 반가운 직원들은 나를 여전히 “신”으로 부릅니다.^^; 사람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건 그 사람에 대한 예의가 맞다고 생각하게 된 일도 있었습니다.

 

 

지층에 사시는 깐깐한 낼 모래 백 살을 바라보시는 할배.

실습생 때부터 봐왔으니 내 얼굴은 너무도 잘 아시는 어르신.

 

젊으실 때 어느 회사를 운영하셨다나 아님 나름 높은 관리직으로 계셨다나??

얼마나 깐깐하신지 모든 직원들이 다 고개를 흔들죠.

 

나도 그 할배를, 그 할배도 나를 좋아하지는 않는 사이입니다.

연세가 많으신 분들 중에 외국인을 탐탁지 않게 여기시는 분들도 계시고...

 

할배는 당신이 듣고 싶은 대답을 내가 안 하면...

“당신이 말하는 거 못 알아듣겠어요.” 해 버리십니다.

 

외국인인 직원이니 당신이 못 알아듣는다고 해도 할 말은 없죠.

하지만 알죠, 당신이 알아들어놓고 그러신다는 걸!

 

평소에 그렇게 서로 소 닭쳐다보듯 하던 사이였는데..

내가 지층에 (혼자) 근무를 하러 내려간 날.

 

그 할배가 나에게 하셨던 첫 질문은 바로 내 이름 묻기.

 

싫어도 좋아도 그 할배가 호출 벨을 누르면 달려가는 직원은 달랑 나 하나.

할배는 나에 대한 예의로 이름을 물어오셨다고 생각했습니다.

 

내 이름을 부르신다고 해서 친근하게 주고받는 Du(두/너)가 아닌 Sie(지/당신)로 대화를 하시지만, 

 

 

 

그래도 “슈베스터(간호사)” 보다는 “진” , 아니면 “슈베스터 진“이라고 부르시려고 물어 오신 거죠.

 

역시 사람을 관리하는 직종에 종사하셨던 분이셔서 사람을 대하는 기본적인 매너를 알고 계신다고 생각했습니다.

 

내 얼굴은 알아도 내 이름은 모르고..

내가 한국인인 것도 몰라서 나를 설명할 때 “그 검은머리 간호사 있잖아..”

 

이건 아니죠.

 

요즘도 어르신 방에는 자주 들어갑니다.

 

오후에 마사지를 해야 하는 시간에는 내가 일부러 들어갑니다.

하지만 전 같은 그런 마음은 들지 않습니다.

 

마사지를 해 드리고 나오려고 하면 내 손을 잡으시면서 “가지 말고 그냥 계속 여기 있어요.”하시지만, 그것이 내가 좋아서라기보다는 내가 해 드리는 마사지 때문에 그러신 것이니 웃으며 나옵니다.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요양보호사들의 이름을 모릅니다.

 

 

 

더 이상 인간관계를 맺고 싶지 않다는 의미일수도 있지만, 자꾸 까먹으시니 포기하시는 것도 있죠.

 

하지만 그중에 특정 요양보호사의 이름을 부르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중에 당신에게 친절했거나 아님 적대적 이였거나 둘 중에 하나죠.

 

특정 어르신은 저를 너무 좋아하시고, 내가 방에 들어가면 얼굴까지 환해지면서 나를 반기시는데, 왜 내 이름은 기억을 못하시는 걸까요?

 

몇 년 된 내 이름은 아직도 모르시는데 일한지 두어 달된 직원의 이름은 단박에 외우시는 어르신.

 

내가 지금 질투를 하는 걸까요?

내가 너무 제 이름을 제대로 불리는 것에 집착하는 걸까요?

 

두어 달된 직원이 나만큼 마사지를 잘 해 준다니 ..

두어 달된 직원의 이름을 단박에 기억할 정도로 마사지가 저보다 훌륭한 모양입니다.

 

오늘은 심히 섭섭한 마음을 여러분께 쏟아놓습니다.

이런 투정은 어디 부릴 때가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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