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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내 마흔아홉 생일의 풍경

by 프라우지니 2019.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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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블로그를 오시는 분은 짐작하셨겠지요?

제가 중년아낙이라는 걸.

 

제 아이디를 관심 있게 보신 분은 아시리라 믿습니다.

jinny1970. 저는 1970년생, 진입니다.

 

제 생일은 양력으로는 1970년 1월9일, 음력으로는 1969년 12월 2일.

어중간한 기간에 태어나 저는 제 띠가 항상 헷갈립니다.

 

띠는 음력으로 한다는데 그럼 닭띠고!

나는 평생 생일을 양력으로 샜는데 그럼 개띠고!

그래서 혹시 운세를 보면 개띠나 닭띠 중에 더 좋게 나온 걸로 봅니다.^^

 

생일이 1월이라 남들은 8살에 들어가는 학교를 7살에 들어갔고, 남들은 유치원에서 한글 떼고 오는 학교를 유치원 건너뛰고 들어간 덕에 받아쓰기는 30점.

 

나는 왼손으로 쓰는 글씨를 오른손으로 교정하려는 선생님의 지도 덕에 저는 받아쓰기와 글씨쓰기의 이중고를 겪었었죠.

 

지금은 왼손으로 글 쓰면 그냥 둔다고 하는데, 제가 초등학교에 들어갔던 40년도 훨씬 전에는 왼손잡이는 패서라고 고치려는 선생님들의 노고가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입학하고 저는 매일 엄마께 “나 졸업하고 싶다.”고 외쳤다고 합니다. 어린 맘에 학교 다니는 것이 몹시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왼손으로 글씨를 쓰다가 선생님이 볼 때는 잽싸게 오른손으로 바꿔야 하니 힘들었을 법도 합니다. 어린것이 눈치만 늘어난 시기이기도 한 것 같구요.

 

결과적으로 알려드리면 6개월간의 노력 끝에 저는 마침내 글씨를 오른손으로 쓰게 됐죠.

그래서 저는 왼손잡이가 아닌 양손잡이입니다. 밥 먹는 것과 칼은 여전이 왼손을 쓰지만!

 

자! 생각도 안 나는 어린 시절의 추억은 여기까지!

 

한국나이로 치면 저는 50 이 넘었지만, 제가 사는 곳은 생일이 지나야 나이를 계산하죠.

그리고 저는 떡국도 먹지 못하는 신세라, 생일이 지나야 한 살을 더 먹습니다.

 

올해도 제생일은 돌아왔습니다.

 

혹시 생일에 근무를 하게 되지 않을까? 쪼매 불안했었는데..

이번 주는 통 크게 쫙~ 쉽니다.

 

그래서 할 일없는 제 생일날이 됐죠.

 

오스트리아(독일도 포함일걸?) 는 생일 전에는 절대 생일축하나 선물을 하지 않습니다. 불운이 온다고 생각하는 까닭이죠.

 

그래서 생일잔치도 생일이 이미 지나간 분들을 한 번에 묶어서 한답니다.

 

우리처럼 1월 생일인 사람 15일에 한 번에 다 묶어서??

 

이런 일 절대 없습니다.

15일 이후에 생일인 사람에게는 불행이 찾아온다고 믿으니!

 



 

생일 전에 축하 하는 건 불운이라고 생각한다며..

 

제 생일을 축하하는 광고물은 전날 받았지만, 7,77유로짜리에 상품권에 25% 할인권까지 보냈으니 내게 올지 모르는 불운은 용서하기로 했습니다.

 

자기네 딴에는 날짜 맞춰서 보내려고 했는데 일찍 왔거나 ..

일찍 왔어도 기다렸다가 내 생일에 뜯어봤어야 했는데 일찍 뜯어본 내 탓이죠.

(겉봉투에 생일축하“라고 안 쓰여 있는데 어찌 아누?)

 

그리고 우연의 일치인지 지난해에 내가 했던 “오스트리아 의료종사자 신분증”이 드디어 나왔습니다.

 

제 생일 전날 배달 되어온 것이 마치 생일선물 같습니다.

 

기억하시는 분이 있으실지 모르겠는데..

제가 2017년 1월10일에 오스트리아의 간호조무사 시험을 봤었죠.

 

그 당시 시험이 생일 다음날이라 “나에게 주는 생일선물“이라 생각하고 공부를 했었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준비한 지난이야기.

 

http://jinny1970.tistory.com/1985

나에게 주는 생일선물

 

2년후인 올해 내 생일에는 (제가 사는 주에서 만들었던 "의료종사자의 등록과 신분증")

“간호조무사” 타이틀이 달린 “오스트리아 의료종사자 신분증”을 받았습니다. 

 

이것도 저에게는 때맞춰 온 생일선물입니다.^^

“간호조무사”라는 이름으로 제 인생에 찾아오는 2번의 생일선물인거 같습니다.^^

 

생일날 아침 6시 10분전에 일어나 남편 아침 챙기고, 점심 도시락을 싸서는 출근시키고.

(물로 남편에게 맨입으로 하는 “생일 축하” “뽀뽀” 는 받았습니다.)

 

며느리 생일이라고 아침부터 시부모님이 쳐들어 오실까봐 아침잠을 잘까말까 망설이다가 아주 조금만 잔다고 알람을 맞춰놓고 잠깐 아침 잠도 잤습니다.

 

 

 

제 생일날 먹은 아점상입니다.

김치볶음밥에 냉장고에 있던 된장국에 생일이라고 미역 풀었습니다.^^

 

김치볶음밥을 싸먹으려고 김도 구워서 준비했습니다.

뭔 김치볶음밥을 싸먹냐구요?

 

저는 김치볶음밥도 싸먹을 종류가 있으면 다 싸먹습니다.

 

농담 하냐? 싶으신 분들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실화임을 증명합니다.^^

http://jinny1970.tistory.com/2812

내가 자정에 싼 도시락

 

볶음밥도 김밥으로 만드는 아낙이 뭔들 못 싸겠습니까?^^

따끈한 김치볶음밥도 가뿐하게 김에 싸서 김쌈으로 먹었습니다.^^

 

제 생일이라고 여기저기서 축하한다는 메시지는 많이 받았습니다.

 

페이스북친구들의 메시지도 한보따리.

따로 문자를 둔 지인,동료도 있었고!

 

그중의 내가 제일 감동한 전화는 바로 요양원에서 온 것.

 

우리 요양원 간병(직원)책임자가 전화를 했습니다.

생일 축하 한다고!

http://jinny1970.tistory.com/2519

참 쪼잔한 오스트리아 회사의 선물

 

많은 직원들 중에 하나인 내 생일을 기억하고 일부러 전화를 해주니 이것도 감동입니다.

제가 근무를 하는 날에는 초콜릿을 들고 제가 일하는 방으로 또 찾아오겠지요.^^

 

모든 요양원이 직원들의 생일에 이렇게 반응하지는 않을 텐데..

우리 요양원은 직원들에게 감동을 주는 회사입니다.^^

 

생일날 오전이 지나고 오후가 지나감에도 저는 시부모님의 방문을 받지 못했습니다.

 

벽 하나를 둔 옆집이라 시부모님의 목소리가 다 들리는데..

며느리 생일을 잊으셨나? 며칠 전에는 "외식할래? 집에서 먹을까?“하시더니만..

 

이 날은 회사간 남편에게 따로 전화가 오지도, 시부모님의 방문도 없어서 괜히 서운했었습니다. 이 집 사람들은 내 생일을 잊으셨나 해서 말이죠.^^;

 

 

 

생일 날 근무가 없는지라 하루 종일 집순이로 지낼 거 같아서 며칠 전에 받아놨던 연극표!

 

생일기념으로 저는 연극 보러 갑니다.^^

내가 나에게 주는 생일선물이죠!

 

선물을 즐기러 나가다가 마당에서 아빠를 만났습니다.

날 보시니 물으시는 아빠!

 

“어디 가냐?”

“연극 보러요.”

“잠깐만 기다려봐! 너한테 줄거 있다.”

 

 

 

 

아하! 며느리 생일을 잊으신 건 아니셨네요.^^

아빠가 엄마를 부르니 엄마가 얼른 집에서 나오십니다.

 

그리고 엄마가 내미시는 생일케잌과 금일봉을 받았습니다.

주시면서 엄마가 하시는 말씀.

 

“난 너 오늘 집에 없는 줄 알았다.”

“저 집에 하루 종일 있었는데요. 위, 아래로 엄청 오르락내리락 했어요.”

“넌 (도둑)고양이냐? 어떻게 그렇게 조용히 다녀?”

 

얼른 케이크와 금일봉을 확인 해 봅니다.

아하! 평소에 50유로인 선물인데 올해는 통 크게 2배로 쏘셨습니다.

 

케이크도 2배로 큰 것으로 준비하셨습니다. 감사^^

 

 

 

연극 보러 갔던 극장에서 남편의 문자를 받았습니다.

회사에서 바빠서 전화를 못했고, 연극 잘 즐기고 조심해서 집에 오라고요.

 

연극이 끝나고 집에 가는 길.

진눈깨비가 날리지만 기분 좋은 귀가길입니다.

 

극장에서 같이 나온 사람들은 다들 다른 방향으로 전차를 타고 가고!

나 혼자 남은 전처 정거장 쪼매 무섭습니다.^^;

 

그렇게 집에 돌아왔는데 남편은 여전히 선물을 줄 기색이 없습니다.

뭔가 준비한척 하더니만 뻥이었는지...

 

기다리다가 남편이 있는 방에 고개를 삐죽이 내밀고 한마디 했습니다.

 

“내 생일 아직 55분 남았어!”

 

그리곤 조금 있다가 또 가서..

 

“내 생일 아직 30분 남았어!”

 

줄 거 있으면 생일이 지나기 전에 빨리 달라는 말이죠.

 

조금 지나니 남편이 빨리 오라고 부릅니다.

때는 왔다 싶어서 얼른 뛰어 내려갔죠.

 

 

 

선물을 기대했는데 침대에 앉아서 모니터를 보라나요?

생일축하 화면과 함께 “셀~러~브레이션~~~”노래는 나오고!

 

화면을 보고 있는데 화면이 안 바뀝니다.

 

“남편, 혹시 화면에 내 사진이 나오고 그러는 거 아니야?”

“아닌데.”

 

그럼 뭐 노래가 끝날 때까지 같은 화면을 보고 있으라는 이야기인지..

벌떡 일어나서 나오려니 더 앉아있으라는 남편!

 

 

 

화면이 바뀌고 별이 쏟아집니다.

원래 생일날 별이 쏟아지는 건가? 했습니다.

 

이런 중간에 부부사진이 뜨면 얼마나 좋을까? 했습니다.

 

하지만 별만 쏟아져도 감동입니다.

마눌을 위해서 남편이 만들었다는 것이 중요하니 말이죠.^^

 

 

 

화면이 바뀌고..

선물은..가방?

이쯤에서 제가  발끈해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아니지, 가방은 크리스마스 선물이잖아."

 

생일선물과 크리스마스 선물은 구분해서 받고 싶음 마눌인거죠.^^

 

 

 

화면이 바뀌고..

“외식 1회와...”

 

설마 외식 1회로 퉁치려는 건 아니겠지..

나는 남편 생일이라고 비싼 거 해주지 않지만, 받는 건 챙겨서 받으려고 합니다.^^

 

 

 

다시 화면이 바뀌고...

“당신의 속옷서랍을 모시라..”

 

내가 더러운 것들은 내 속옷서랍에 넣지 말라고 했는데..

 

남편은 책상 위에 내 물건이 보이면 무조건 다 여기에 넣습니다.^^;

 

 

 

남편은 시누이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줬던 쿠키상자에 50유로짜리 2장을 넣어놨습니다.

 

마눌 생일선물치고는 참 편한 선물입니다.

고민할 필요 없이 돈으로 주면 마눌이 좋다고 하니..^^

 

올 생일선물은 남편이 만든 동영상과 음악이 있어 더 감동이 이었습니다.^^

 

 

내 꼴통시누이도 생일 다음날 문자한통 날려 왔습니다.

“하루 지났지만 생일 축하하고 내 선물은 자기 방 거실에 있으니 챙기라.”고 말이죠.

 

나랑 상관없는 사람들도 페이스북에 “친절한 생일축하 안내“기능을 이용해서 제날짜에 축하인사를 보내는구먼, 시누이라는 타이틀은 원래 이렇게 밉상을 떨어야 하는 것인지..

 

생일 다음날이지만 그래도 축하해주니 고맙고, 선물도 감사히 받았습니다.

시누이의 선물은 20유로짜리 이케아 상품권이네요.

크리스마스 선물도 20유로 이케아 상품권이었는데..

합해서 40유로된 이케아 상품권 쓰러 한번 나가봐야겠습니다.^^

 

제 생일에 하늘에 계신 엄마께 몇 마디 드렸습니다.

나는 잘살고 있고, 다시 엄마를 만날 때까지 부끄럽지 않은 딸로 살겠노라고 말이죠.

잘살고 있는 나를 지켜봐달라는 말씀도 드렸네요.

 

다음 생에는 엄마랑 어떤 인연으로 만나게 될지 그것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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