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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나를 슬프게 하는 현실

by 프라우지니 2018.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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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타스 학교를 다니던 실습생 시절.

우리 반의 학생이 자신의 실습요양원에 대해서 이야기 한 적이 있습니다.

 

아침이 되면 조금 더 자겠다고 어르신이 울면서 사정을 해도..

“우리가 나중에 추가로 일을 더해야하니 지금 일어나라”고 이불을 휙 제치는지라,  아침마다 이런 일을 당하시는 어르신들이 얼굴에서 공포를 본다고..

 

“어르신이 필요한 도움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직원이 하루 몇 시간씩 사무실에 모여서 수다만 떨어댄다고..”

 

그런 곳에 적응하지 못한 그녀는 실습요양원을 나와야했고,

건강에도 문제가 있는지라 결국 학교도 중도 포기했었습니다.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 실습요양원의 직원들을 비교했었고, 감사했었습니다.

 

우리 요양원은 아침 7시 30분경 아침식사를 나눠줄 때도.

가능하면 어르신들이 깨지 않게 살금살금 들어가서 빵과 커피를 놓고 나옵니다.

 

아침에 어르신들을 씻겨 드릴 때도, 조금 더 주무시겠다는 분들이나, 원래 늦게 일어나시는 분들은 제일 나중으로 순서를 미뤄서 스스로 깨실 때까지 기다립니다.

 

중간에 이불을 휙 제쳐서 어르신들이 놀라게 하시지 않죠.

 

직원에 따라서 어르신들의 호출보다는 자신의 수다에 집중하는 인간형도 있지만,

대부분은 수다를 떨다가도 호출이 떨어지면 잽싸게 할일을 하러 갑니다.

 

이렇게 거주하시는 어르신들을 배려하고,

본인이 “싫다”하시는 일은 다시는 권하지 않죠.

 

저도 그렇게 가능한 어르신들이 의견을 존중하려고 노력을 했었는데..

엊그제는 어르신의 의견과는 상관없이 제가 해야 하는 일을 했습니다.

 

사실은 가슴이 아팠지만,

당신이 싫다고 하셔도 직원인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있습니다.^^;

 

우리 요양원은 두 종류로 어르신들을 구분합니다.

 

당신의 생각을 충분히 말씀하시는 분들인지라, 그 의견을 존중 해 드려야 하는 분들.

이런 분들은 1주일에 한번 “목욕”을 하는데, 싫다고 하시면 더 이상 권하지 않습니다.

 

치매가 있으신 분들은 당신의 생각보다는 직원이 생각하는 대로 일을 합니다.

 

치매가 있으시다고 해도 대부분은 정확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씀하시지만,

그래도 그것이 수용 불가능할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가령 예를 들어서 복도에서 떵냄새가 솔솔 나면 진원지를 찾아야 합니다.

 

누군지 알았으면 화장실로 모시고 들어가서 씻고, 닦고, 새 옷이랑 모든 것을 다 갈아입혀드려야 하는데, 본인은 냄새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우깁니다.

 

이런 경우 직원들은 상황에 따라서 대하는 법이 조금씩 다릅니다.

 

달래야 하는 경우는 달래고, 설득을 해야 하는 경우는 설득을.

이도저도 안되면 그냥 윽박질러서 일어서게 하는 방법도 쓰죠.

 

친절 형은 살살 달래는 법을 사용합니다.

 

“우리 잠깐 안에 들어갔다가 나올까?”

 

살살 달래서 안으로 들어가자고 했는데 싫다고 하면 설득을 시작합니다.

 

“네가 방금 바지에 실례를 해서 냄새가 많이 나! 그러면 사람들에게 실례가 되니까 얼른 안에 가서 딴 옷으로 갈아입고 올까?”

 

여기서 잠깐!

독일어는 "너"라고 하고 "반말"을 해도 상대방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친한 사이에는 이렇게 말을 합니다.

 

시부모님도 "너",친구도 "너" 주변인은 다 "너"로 불리죠.

 

뭘 주겠다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얼른 안에 들어가서 바지 갈아입고 오면 내가 이따가 초콜릿 줄께!”

 

여러 직원이 돌아가면서 시도를 했는데도,

꼼짝도 안하고 고집을 피운다면 마지막은 협박도 합니다.

 

“얼른 일어나! 냄새 나잖아. 자꾸 그러면 나중에 XX 안 준다.”

 

이렇게 해서라도 냄새나는 옷을 갈아입히는 것이 중요한거든요.

떵싼 상태로 오래있으면 떵때문에 피부가 벌겋게 일어나면서 염증을 일으킵니다.

 

엊그제는 제가 목욕탕 담당으로 들어갔습니다.

 

 

인터넷에서 캡처

 

 

이날 4명의 어르신들을 씻겨드렸는데,

마지막 어르신을 씻겨드릴 때 일입니다.

 

이분은 항상 오래 주무시는지라 10시가 넘은 시간에 모시러 방에 갔습니다.

 

이때까지 주무시고 계신 상태였지만, 깨워야 했습니다.

낮에 주무시면 밤에 안 주무시게 되거든요.

 

“어르신, 일어나세요. 오늘 목욕하는 날 이예요.”

 

방에 들어가서 커튼을 열고 창문도 열고 방안은 환하게 하니 어르신이 깨십니다.

 

방에서 목욕 후 입으실 새 옷들을 챙기고 어르신을 휠체어로 목욕탕까지는 모시고 왔는데..

어르신이 목욕을 안 하겠다고 하십니다.

 

이 어르신 같은 경우는 알코올 중독성 치매입니다.

치매로 여러 종류가 있는데, 드물기는 하지만 알코올성 치매도 있습니다.

 

절대 목욕을 안 하시겠다고 하는데, 어르신의 뒷동네에서 나는 냄새는...

큰일을 보신지라 어르신의 의견과는 다르게 나는 일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어르신의 옷을 벗겨드리고,

전동 의자에 앉힌 후에 욕조 안에 어르신을 넣어드리는데..

 

어르신이 물에 들어가기 싫다고 하시면서 우십니다.

그 순간 어르신의 얼굴에서 ‘두려움과 절망“을 봤습니다.

 

정말 싫어서 우시는걸 알았지만, 나도 해야 하는 일인지라 어쩔 수가 없었죠.

 

“어르신, 지금 어르신 큰일 보셔서 냄새가 많이 나요. 내가 빨리 목욕을 시켜드릴께요.

가능한 빨리 끝내도록 할 테니 어르신도 조금만 참아주세요.”

 

빨리 머리를 감겨드리고, 상체를 씻겨드린 후에 얼른 타월도 감싸드리고,  하체를 씻겨드린 후에 욕조 밖으로 나오시도록 하는 동안 어르신은 내내 소리를 지르셨습니다.

 

“당신들은 전부 "Gemein 게마인" 하고, "Boese 뵈제" 해!”

 

두 단어는 “나쁘다, 못됐다. 사약하다,화내다” 뭐 이런 뜻의 단어입니다.

한마디로 “못돼 처먹었다“는 이야기죠.

 

나도 가능하면 어르신의 의견을 존중하려고 노력을 하지만,

이 날은 어르신의 의견을 무시하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을 했습니다.

 

우신다고 냄새나는 상태로 둘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으니 말이죠.

 

목욕을 끝내고 휠체어에 앉혀드린 후에 어르신께 여쭤봤습니다.

 

“내가 그렇게 못됐어요?”

“아니, 친절해!”

“그런데 왜 나한테 못돼 처먹었다고 하셨어요?”

“....”

 

당신이 싫으신데 목욕을 당하시는 입장이시니 그러신 거죠.^^;

 

나중에 선배 직원에게 물어봤습니다.

어르신이 울며불며 싫다고 했는데 목욕을 한 내가 잘한 것인지..

 

어르신이 우시는 내내 나도 마음이 많이 불편한 시간이었거든요.

 

선배는 한마디로 대답을 끝냈습니다.

 

“너는 떵냄새가 진동하는데 어르신이 싫다고 한다고 그냥 둘래?”

 

선배의 말은 내가 한 행동은 당연한 것이고,

어르신의 우시건 말건 씻겨드려야 하는 상황이면 그렇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죠.

 

나도 해야 하는 일인지라 어르신의 의견을 무시하고 일을 했지만,

어르신의 얼굴에서 본 “두려움과 절망”을 한동안 제 기억에 남지 싶습니다.

 

앞으로 이런 상황으로 전개되지 않게 더 설득을 해 보려고 노력을 하겠지만,

나도 일을 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면 저는 또 이런 얼굴과 맞이하게 되겠지요.

 

이것도 초보 요양보호사가 쌓아가는  필요한 경험중 일부이겠지만,

이런 상황을 만날때 마다 매번 마음은 많이 아프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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