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남편하고 결혼해서 살면서 “식사 초대”라는 걸 처음 받았습니다.
그것도 집으로 말이죠.
남편의 전 상사 댁을 한번 방문 해 본 적은 있고, 가서 저녁을 먹기는 했지만..
그때는 정식 초대도 아니었고, 내가 음식을 해서 싸들고 가서 먹었죠.
왜 뜬금없이 매운 돼지 고추장 불고기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밥, 쌈장까지 챙기고, 야채까지 다 씻어가서 그 집 식구들에게 “쌈 문화”를 전파했습니다.^^
정식 저녁초대인지라 뭔가 선물을 사가지고 가야하는 건 아니냐고 물었더니..
남편이 쿨 하게 날리는 한마디.
“그 친구 이번에 4주 정도 뉴질랜드 여행 가는데 우리에게 조언을 구하는 거야.”
결론은 저녁을 얻어먹으러 가지만, 우리 밥값은 한다는 이야기죠.
나는 한국 사람이니 어디를 가면 뭔가를 사들고 가야할거 같지만..
남편 동료이고, 남편이 그냥 간다니 나도 그냥 갔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뉴질랜드 여행이나 지리” 노하우야 사실 방대하니 말이죠.^^
남편과 같은 부서에 근무한다는 슈테판은 커다란 농가에 살고 있었습니다.
동료 직원이지만 슈테판은 1주일에 하루만 출근.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물어보니 집이 멀어서 재택근무를 한다고 합니다.
슈테판의 집에 초대를 받은 날은 낮에 일부러 그쪽으로 놀러갔었습니다.
그 주변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 시간에 맞춰서 도착할 생각이었죠.
오늘 아래에 준비한 영상은 그 친구네 집에 가는 날 우리가 들렸던 호수입니다.
눈신발 신고 쌓인 눈길을 걸었었지만,
그때는 유튜브 시작 전이라 영상이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설경속의 멋진 호수는 보실 수 있습니다.^^
집에 가니 그의 여친(결혼은 아직 안 했으니.. 동거녀.)가 요리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프라이팬에 양파도 볶고, 파프리카도 볶고, 가지도 굽고..
재료를 한 가지씩 볶아서 접시에 담더라구요.
보통 서양요리는 한꺼번에 다 볶거나, 오븐에 굽거나 하는 것인데..
도대체 어느 나라 음식인데 한식 하듯이 하는 것인지..
뭔 요리를 하는데 한식 하듯이 재료를 나눠서 준비하는 것인지..
너무 궁금해서 안 물어 볼 수가 없었죠.
그녀가 준비하고 있다는 음식은 “피자”
피자 위에 올릴 야채토핑을 미리 다 볶고, 굽고 했던 거죠.
“채식주의자”중에서도 “Vegan 베간”이라는 그녀는 피자 반죽은 퀴노아를 물에 불려서 만들었고, 토핑은 전부 야채에 자기가 먹는 부분에는 치즈도 올리지 않았습니다.
덩달아 우리부부도 그날 채식을 했죠.^^
피자를 먹기는 하는데 지금까지 내가 먹어본 피자와는 맛도, 모양도 아주 많이 달랐습니다.
(결론은 피자 맛이 안 났다는 이야기죠.^^;)
음식이 맛없으면 안 먹는 남편은 디저트는 다 먹지 않고 결국 포장 해 왔습니다.
다 먹기 힘든 맛이었나 봅니다.^^;
음식이야기는 여기까지---------------^^
슈테판과 그의 여친에게 뉴질랜드의 이곳, 저곳 볼거리를 이야기 했습니다.
“그레이트 워크” 중에 가보고 싶은 곳이 있는지를 묻고,
예약을 하지 않아도 출발지나 목적지를 시작으로 하루걷기는 가능하다고 조언 해 주고!
재밌는 것은 우리가 걸었던 “밀포드 트랙”에 대한 우리 부부의 다른 의견입니다.
남편은 사람들에게 이곳을 추천합니다.
하지만 나의 의견은 다릅니다.
“밀포드는 하루 80명만 입장이 가능하다는 희소성 때문에 알려진 것이기는 하지만, 비싼 값을 내면서까지 갈만한 곳은 아니다. 알려지지 않는 트랙들도 유명한 트랙이 갖지 못한 매력이 있다.”
알려진 트랙이라고 해도.. “케플러 트랙”이나 “루트번 트랙”은 1박에 50불이상 하는 숙박비만 지불하면 되고, 숙박 예약이 어렵다면 트랙의 출발지나 목적지에 가서 하루쯤 그 트랙을 직접 걸어볼 수가 있습니다.
하. 지. 만.
밀포트 트랙은 출발지와 목적지가 다 배로만 접근이 가능합니다.
그러니 3박 숙박비에 출발지/도착지의 배 운임+ 출발지 선착장까지 버스비.
다른 트랙의 2배의 돈이 들죠.
저에게 누가 “뉴질랜드 그레이트 워크 중에 걸을 트랙을 하나만 추천해 다오~“ 해도..
전 하나만 추천하지는 못할 거 같습니다. 트랙은 각각의 매력이 있으니 말이죠.
밀포드 트랙은 아무나 들어가지 못한다는 그 희소성 때문에 매력이 있을 것이고..
히피트랙은 16km를 걸으며 내내 바다를 볼 수 있고, 야자수 사이를 걷는 즐거움이 있고..
(우리부부는 히피트랙의 바다옆 16km 정도 걷는 것을 3~4번은 한거 같습니다.)
홀리포트 트랙은 적은 수의 사람만 오는 곳이라 음침함 숲 사이를 걷는 한적함이 있고,
케플러 트랙은 위로 올라갈수록 아래로 펼쳐지는 호수가 근사하고..
루트번 트랙은 목적지 쪽에서 출발하면 위로 올라갈수록 아래로 펼쳐지는 옥색의 강이 멋있죠.
자! 오늘의 이야기에서 벗어났으니 뉴질랜드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뉴질랜드는 배낭여행으로 들어가서 렌터카를 빌려서 여행을 할 생각인데 생각보다 경비가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를 하는 슈테판.
작은 렌터카를 빌리고 잠은 호스텔이나 숙소를 잡겠다는 이야기죠.
그렇게 하면 경비가 이중으로 드니 차에서 잠을 잘 수 있는 종류로 알아보라고 했더니..
슈테판은 캠퍼밴은 자기네 예산으로 힘들답니다.
전에 뉴질랜드 길 위에 다닐 때 조금 웃기기는 하지만 저렴한 렌터카를 본적이 있습니다.
그런 렌터카는 얼마면 빌릴 수 있는지 물어보기까지 했죠.
이미 몇 년이 지났으니 지금은 가격이 많이 올랐겠지만..
그 당시 그 차는 보통 렌터카 회사에서 빌리는 소형차의 가격은 20불 중반이었습니다.
스테판에게 내가 봤던 그 차의 모양을 이야기 해주면서 그런 렌터카를 찾아보라고 했습니다. 차 안에서 잠도 잘 수 있으면 배낭여행자들에게는 여행경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죠.
내가 봤던 렌터카는 바로 이겁니다.
차 트렁크를 열고 텐트를 치면 다리 뻗고 잠도 잘 수 있는 캠퍼밴이 되는 거죠.
집에 와서는 뉴질랜드 캠핑카 폭퐁검색을 했습니다.
슈테판에게 렌터카의 모양을 설명하고 “찾아봐라~”했지만 나도 찾아봤죠.
슈테판에게 꼭 알려줘야 할 거 같아서 말이죠.
남편에게 내가 찾은 웹사이트를 슈테판에게 알려주라고 했지만 엉뚱한 답변만 들었습니다.
“자기네가 다 알아서 찾아서 할 거니까 신경 쓰지 마.”
몰라서 못하는 법도 있는 것인데...
남편이 안 알려주는 슈테판의 전화번호는 남편의 핸드폰에서 몰래 땄습니다.
그리곤 내가 찾은 웹사이트를 알려주는 문자를 보냈죠.
이 사이트에 들어가면 저렴하게 렌트할 수도 있고, 잠까지 잘 수 있으니 좋을 거 같아서요.
그런데 문자를 잘 받았다는 그의 답장을 받지 못했습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답장이 안 오길레 이런 생각까지 했었습니다.
“남편에게서 딴 전화번호가 틀렸나 ?”
남편에게 묻기까지 했습니다.
“슈테판이 내 문자 받았다는 이야기 안 해?”
“몰라, 이야기 안 했어.”
이번에는 다른 방법으로 슈테판에게 접촉할 방법을 찾았습니다.
다 먹기에는 맛이 너무 없어서 남편이 싸 기지고 왔던 디저트.
그 통을 슈테판에게 돌려줘야 하죠.
남편의 가방에 그 통을 넣으면서 그 안에 또 웹사이트를 적은 쪽지를 넣었습니다.
혹시 내 문자를 못 받았으면 이 쪽지를 보고 확인 해 보라고 말이죠.
그런데도 슈테판에게는 여전히 무소식.
남편이 통 안에 쪽지를 먼저 발견하고 전해주지 않고 버렸다고 생각했습니다.
마눌이 안 해도 되는 행동을 했다고 생각했을 테니 말이죠.
그리곤 잊었습니다.
나 나름대로는 그에게 알려주려고 최선을 다했으니 말이죠.
설마 그가 내 문자를 받아놓고 답장을 안 하는 거라는 생각은 전혀 안했습니다.
며칠 후 슈테판 에게서 문자가 한통 왔습니다.
내가 보내준 링크가 다른 캠핑카에 비해서 훨씬 저렴하다는..
그 사이트를 알려줘서 고맙다는..
내가 문자를 보내고 딱 1주일이 지난 다음이었습니다.
보통은 정보를 알려준 사람에게 예의상으로라도 바로 “고맙다.”하는 것이 정상인데..
내가 알려준 사이트를 자기가 찾아보고, 비교 해 보고, 결국은 선택을 했고, 나에게도 이제야 고맙다는 인사를 한 것인지..
나는 이해가 안 되는 이 상황을 남편에게 물어봤습니다.
“남편, 내가 정보를 줬음 그걸 알아보던가 말든가 일단 고맙다 해야 하는 거 아니었어?”
“바빠서 알아볼 시간이 없었나 부지.”
“재택근무해서 회사도 1주일에 하루 출근한다며 뭔 시간이 없어?”
“.....”
원래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자기가)필요한 정보를 받아도 자기가 직접 확인하고 그 정보가 요긴하게 쓰일때까지 기다렸다가 고맙다고 하는 것이고, 그 전까지는 자기 관심 밖이니 그냥 씹어드시는 것인지..
내 주변에 내 문자를 자주 씹는 인간 때문에 기분이 더러울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내가 무시당한다는 느낌이 들었죠.
내 딴에는 도움이 되라고 혼자서 시간을 들여서 찾아서, 알려준 것인데..
고맙다는 인사를 1주일이나 지난 다음에 받는 건 그리 유쾌하지 않습니다.
남편 말대로 자기네가 알아서 다 찾을 정보인데 내가 너무 오지랖을 떤 것인지..
도와달라고 안 했는데, 내가 먼저 도와주겠다고 손을 뻗었던 상황이었고, 나중에 일이 다 해결된 다음에 인사치레로 “도와줘서 고마워요.” 이런 소리를 들은 기분입니다.
이것이 오스트리아의 문화인지, 아님 그 친구의 게으름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별로 유쾌하지는 않습니다.
엊그제 남편에게서 슈테판의 안부를 전해들었습니다.
뉴질랜드는 잘 다녀왔고, 나에게 안부를 전해달라고 했다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겪은 이번일이 단지 문화의 차이인지, 성격의 차이인 것인지..
앞으로는 "내가 먼저 도와주겠다고 설레발치면서 나서지는 말까?"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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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유튜브의 제 채널에서 퍼온 동영상은 위에 이야기 했던 설경이 멋있는 호수 풍경입니다.
(저 이제 구독자 48명 있는 유튜버입니다.^^ 구독자가 한분 한분 늘어날 때마다 기분도 업되고 있습니다. 구독자 100명되면 제 URL 주소도 바꿀수 있다니 지금은 그걸 노리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구독하시라고 강요하는건 절대 아닙니다. (뭐가 아니여..맞는거 같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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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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