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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날 피곤하게 하는 남편과의 심리전

by 프라우지니 2018.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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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독일어는 이곳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데는 별 문제가 없는데..

어디선가 약간의 문제가 생기면 그걸 푸느라 머릿속에 초비상이 걸립니다.

 

풀어야할 문제가 생기면 그걸 잡고 시간을 보내면서 머리를 김나게 굴립니다.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고 있다는 이야기죠.

 

안 쓰던 머리를 갑자기 심하게 쓰면 심한 두통까지 동반하는 부작용이 있는지라, 가능하면 이런 일은 없는 생활을 꿈꾸지만..

 

삶이라는 것이 가끔은 내가 의도하지 않는 쪽으로도 가는지라..

 

특히나 남편은 마눌한테 문제 하나는 툭 던져놓고는,

마눌이 그걸 풀기위해 고민하는 걸 은근히 즐기는 듯 한 못된 인간형입니다.^^;

 

일명 사자 교육법이죠.

 

낭떠러지에 밀어놓고는 거기서 잘 나오는지 확인 한 후에..

자신이 도와줘야 하는 부분을 확인하고 도와줍니다..

 

마눌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마눌이 머리가 터지기 일보 직전에 갈 때까지 지켜본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냥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잔소리까지 해가면서 지켜보죠.

해주지도 않으면서 옆에서 계속 잔소리를 하면 열 받습니다.

 

문제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남편에게 듣는 잔소리.

이렇게 스트레스는 2배가 되는지라 마눌 속에 숨어있는 헐크가 종종 등장하죠.

(헐크는 배고플 때만 나타나지 않습니다.^^;)

 

원하지 않는다고 스트레스가 날 피해 가지는 않는 법이니...^^;

 

 

 

내 전 가정의(쿠바사람)1년이 지난 치료비 청구서를 보내왔었습니다.

(지금은 더 친절한 중년의 오스트리아 남자 가정의입니다.)

 

한 달 전쯤에 그걸 보내온지라 내 의료보험(KFG)에 영수증을 보내긴 했었는데..

 

주 연방직원들이 사용하는 이 보험은 지역보험(GKK-환자 부담금 없음)와는 다르게 의사의 의료비 청구서가 나에게 오고, 그걸 의료보험(KFG)에 보내면 나에게 청구금액의 90%를 송금 해 주고, 난 거기에 10%(자가 부담금)을 합해서 의사한테 송금을 해주는 방식이라 쪼매 복잡합니다.^^;

 

내 의료보험(KFG)에서 내게 송금 한 걸 확인하고 가정의에게 송금을 해줬어야 했는데..

그걸 처리해야하는 시기에 남편이 집에만 있는 관계로 신경을 쓰지 못했습니다.^^;

 

1년 지난 의료비 청구서를 보내면서 가정의는 다른 의사들의 의료청구서와는 다르게,

2주내 입금하라는 안내(?)가 있었습니다.

 

나는 내 의료보험에 청구서를 보내서 내 계좌로 송금 받는데2주가 걸리는데,

2주내 입금하라니..^^;

 

2주후에 계좌를 확인해서 가정의에게 보내줬어야 했는데..

정말 깜빡했습니다.

 

 

완전히 잊고 있었는데, 가정의가 또 한 번 의료비 청구서 독촉장을 보내왔습니다.

 

자신이 정한 기한 내 입금을 안 했으니 벌금 4유로를 합해서 함께 입금하라고 말이죠.

벌금 4유로랑 함께 2주내에 입금하라는 가정의의 독촉장.

 

내가 작년 9월의 청구서를 지금까지 안 냈다면 4유로 아니라 40유로라도 벌금을 내겠지만,

작년 것을 거의 1년이 지나서 보내놓고, 채 한 달이 지나기도 전에 벌금 4유로까지 내라니..조금은 어이없고, 황당한 상황입니다.

 

남편이 마눌에게 내린 특명은 작년 가정의에 건강검진을 갔을 당시에 지불했던

(의사)연구소로 보냈던 계좌이체를 찾으라고 합니다.

 

(가정의에서 제 혈액을 검사할 기구가 없는지라 그것을 어떤 연구소에 보냈던 모양인데,)

그 연구소에서 제게 의료비 청구서를 보내왔었습니다.

 

남편은 비슷한 시기에 다른 의사는 이미 오래전에 청구해서 지불이 끝났다는 것을 제시할 목적으로 찾으라는 것이었죠.

 

당신이 청구서를 너무 늦게 보내서 우리가 지불하지 않았다는 증명이죠.

 

그러면서 남편이 날리시는 한마디.

 

당신 은행계좌를 열어. 같이 확인 해 보게!!

 

남편이 시시때때로 노리는 것이 바로 마눌의 계좌죠.

마눌은 과연 얼마나 모아놨을까요?

 

남편이 알려고 하면 쉽게 알 수 있겠지만..

마눌은 끝까지 말을 안 합니다.

 

마눌도 남편에게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당신 계좌를 까! 그럼 나도 알려줄게!

내 계좌는 당신이 알잖아.

푼돈 들어있는 거 말고, 당신이 가지고 있는 다른 계좌들 있잖아.

....

 

결혼할 당시에 우리는 서로에 대해서 많은 것을 몰랐었습니다.

서로 마주 앉아서 호구조사를 한 적이 없었거든요.

 

남편의 이름 앞에 붙는 타이틀(DI 디플롬 엔지니어)도 대졸이면 붙는 줄 알았었습니다.

한 번도 남편의 최종학력이 어디까지인지 묻지 않았거든요.

 

더불어 남편의 경제력 또한 몰랐습니다.

(사랑하나 보고 결혼했다는 이야기죠.^^)

 

결혼하고 나서야 남편이 대학이 아니라 대학원 졸업했다는 것도 알았고,

약간의 경제력이 있다는 것도 알았지만 사실 어느 정도인지는 모릅니다.

남편이 한 번도 마눌에게 자신의 재산을 공개한 적이 없었거든요.

 

남편의 지인에게 들어보니 모아놓은 것이 꽤 된다고 하는데..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마눌은 알지 못합니다.

 

어떻게 남편의 재산 상태를 모를 수 있어?하실 수도 있겠지만..

여기는 은행 거래를 하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통장이 없습니다.

통장이 없으니 어떻게 알아보려고 해도 방법이 없죠.^^;

 

여기서 잠깐!

국제부부중에는 남편의 수입/지출및 재산 상태를 다 아시는 분도 있고,

남편의 수입을 다 관리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안 그런 부류도 있습니다.

 

각자가 따로 계좌를 가지고 관리한다는 이야기죠.

 

제 계좌도 통장이 없는지라 인터넷 뱅킹으로 접속을 해야만 얼마나 있는지 알 수 있죠.

남편이 바로 이 방법으로 마눌의 계좌에 있는 재산 상태를 알아보려고 합니다.

 

마눌이 얼떨결에 자신의 계좌를 까보일만도 한데, 마눌도 철벽방어를 합니다.

 

내가 계좌 이체한 목록을 찾아볼게!

내가 보면 금방이야.

아니야, 내가 찾아. 당신은 볼일 봐!

 

 

 

열심히 찾아서 내가 의료보험에서 송금을 받은 내역도 연구소에 계좌이체 시킨 것도 확인해서 캡처를 했는데.. 남편은 캡처가 아닌 그 당시에 발행된 송금내역서를 요구합니다.

 

마눌이 혼자 아무리 찾아도 없습니다.

 

1시간을 인터넷뱅킹의 홈페이지를 이리저리 뒤져봐도 남편의 은행과 내 은행은 다른지라, 남편이 말하는 그 송금내역서는 없습니다.

 

추가요금을 내야해서 내가 송금하는 것에 대해서는 따로 송금내역서 발행을 하지 않았는데도 남편은 분명히 있을 거라고 찾으라고.. 못 찾으면 같이 내 계좌를 보자고 합니다.

 

내 계좌는 남편의 계좌를 공개하지 않는 한 절대 안 되죠.

마눌이 얼떨결에 계좌를 공개하면 좋겠구먼, 안하니 남편도 짜증을 냅니다.

 

이중 삼중으로 스트레스 받은 마눌은 머리에 김이 나고 머리도 아픕니다.

한 번에 머리를 너무 많이 돌렸더니만 과부화가 된 모양입니다.

 

겨우 4유로 벌금을 안 내려고 오전 내내 이러고 있는 것도 짜증이 나고,

남편이 마눌의 계좌에 있는 금액을 알아내려고 스트레스 주는 것도 성질이 나고..

 

결국 마눌은 폭발했습니다.

 

됐어. 내가 왜 그것 때문에 이렇게 머리가 아프고, 당신에게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데? 내가 4유로 벌금 내고 만다. 걱정 마! 내가 의사 찾아가서 결판을 지을 테니!.

 

그렇게 남편과의 심리전은 엄청난 두통과 함께 끝이 났습니다.

 

내가 왜 4유로 때문에 오전 내내 스트레스를 몇 배로 받아가면서 보냈던 것인지..

 

마눌이 가지고 있는 금액도 매달 들어오는 돈을 차곡차곡 지난 4년 동안 모았으니..

대충 짐작이 가능한데, 남편은 그래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나 봅니다.

 

신경 많이 안 쓰고, 단순하게 사는 마눌인지라, 남편이 원하면 그냥 보여주는 것도 상관이 없지만, 나는 남편의 재정 상태를 전혀 모르고 있는데, 남편만 마눌의 재정 상태를 알고 있는 건 억울하다는 생각에 머리가 터지는 심리전 이였지만 절대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가끔 남편은 묻습니다.

돈을 모아서 뭘 할건지...

 

농담처럼 '집 살꺼야' 하지만..

 

정말로 남편에게 돈이 필요한 순간이 오면(집 살때?)

그때쯤은 내어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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