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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내가 늦은 저녁에 토마토를 따는 이유

by 프라우지니 2018. 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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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인 7월 중순.

우리 집 마당에는 토마토가 풍년입니다.

 

우리 집에서 나는 모든 야채들은 다 취미농사꾼인 시아버지가 가꾸시는 것들이죠.

 

시아버지는 취미라고 하시는데, 취미보다는 직업에 가깝습니다.

시아버지는 이른 아침부턴 해가 저물어 어둑해질 때까지 마당에서 사시거든요.

 

웃통까지 시원하게 벗고 일을 하시는지라 시아버지의 피부는 구릿빛이십니다.

마당에서 일하실 때는 짧은 반바지만 입으시는지라, 온몸이 다 갈색에 가깝습니다.

 

시아버지의 노고를 아는 며느리는 마당에서 나는 야채들을 맘대로 따지 않습니다.

너무 많아서 감당이 안 되는 것들은 (따로 말씀을 안 하셔도) 수확(?)을 하지만 말이죠.

 

 

 

요즘 남편이 매일 싸가는 도시락의 한견에 자리하고 있는 미니토마토입니다.

우리 집 마당에서 가장 흔하게 만나는 녀석이죠.

 

저는 개인적으로 빨간 것보다 노란 토마토를 더 좋아합니다.

달달한 것이 시큼한 빨간 것과는 비교도 안 되게 맛있습니다.^^

 

달다고 해서 과일만큼의 단맛을 기대하시면 안 되고,

일반 토마토와는 다른 단맛입니다.

 

 

 

여러 가지 미니토마토는 담벼락을 따라서 커다란 화분들 속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시아버지가 씨로 모종을 만들어서 화분에 옮겨 심고 매일 때맞춰 물도 잘 줘서 올해도 건강하게 토마토들이 주렁주렁 열렸습니다.

 

미니토마토는 간식으로, 큰 토마토는 소스나 다른 요리를 하시죠.

 

한 집에 사는 며느리와 아들은 아버지가 씨를 틔워 모종을 만들고, 그것들을 키우어서 토마토가 날 때까지 아무것도 한일은 없습니다. 그래서 시아버지가 마당에 계실 때는 그릇이랑 가위를 들고 나가 토마토를 따오기가 죄송합니다.^^;

 

물론 아들은 아무런 도움을 안 줘도 절대 미안 해 하지 않지만,

며느리는 시아버지가 일하고 계시면 마당에서 뭘 따오기가 쪼매 죄송합니다.

 

물론 오가면서 얼른 미니토마토를 따서 입에 홀라당 넣은 일은 하지만,

가위까지 들고나가서 대량으로 따는 일은 왠지 죄스럽습니다.

 

(그렇다고 며느리가 따로 해 드릴만한 일도 없습니다. 시아버지가 다 알아서 하시니..)

 

하지만 남편의 도시락은 매일 싸가니 나는 매일 미니토마토가 필요하고..

그래서 시아버지가 안 계실 때를 노립니다.

 

 

 

해가져도 유럽의 여름은 저녁 10시까지 환한 상태.

 

아침 6시에 마당에 나오신 시아버지가 하루를 보내시고..

다시 집으로 들어가시는 시간은 저녁 8시경.

 

하루종일 마당에서 보내시고 시아버지가 집으로 들어가시면..

그때부터 며느리의 활약이 시작됩니다.^^

 

얼른 가위를 챙겨서는 마당에서 이런저런 종류의 토마토를 따오고,

시어머니가 심어놓으신 바질에 파슬리까지 넉넉하게 따왔습니다.

 

바질이야 시어머니가 심으셨다고 해도 매일 물을 줘서 키우는 건 시아버지의 몫.

마당에서 자라고 있는 여러 가지 허브도 다 시아버지가 주시는 물을 먹고 자라는 녀석들.

 

시아버지의 손길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야채들입니다.

 

우리 집에서는 넘쳐나는 토마토들이라고 하지만,

이런 것들을 슈퍼에 나가면 만만치 않은 가격에 놀랍니다.

 

 

나름 좋은 제품 싸게 판다는 슈퍼마켓인 Hofer 호퍼(독일에서는 알디).

 

이곳에서 만난 방울토마토의 가격이 참 생각만큼 만만하지 않습니다.

 

네덜란드에서 온 500g 방울토마토는 2,49유로.

오스트리아산 방울토마토는 300g짜리가 2,19유로(x 1,300원=2,847원)

(저렴한 일반 토마토는  kg당 1,50유로선입니다.)

 

이 녀석들은 유기농도 아닌데 이 정도이니 유기농이면 가격이 더 많이 올라가겠죠.

 

거기에 노란 방울토마토는 이보다 더 고가인 500g에 3유로(4500원)선인지라,

슈퍼에서 만나면 선뜻 덥석 집어 들지 못할 가격입니다.

 

시댁에 사는 덕에 마당에 넘쳐나는 방울토마토로 호강하는 계절입니다.

 

이 여름의 끝, 토마토가 사라질 때까지,

저는 매일 밤마다 가위를 들고 토마토를 추수할 계획입니다.

 

저는 남편에게 건강한 음식을 제공(?)해야 하는 의무를 가진 마눌이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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