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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길위의 생활기 2014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966-무엇이든지 팔아야 하는 우리 여행의 끝

by 프라우지니 2018.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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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가 뉴질랜드를 떠나야 할 시간이 코앞입니다.

여러분이 지루하게(?) 읽으시던 이 여행기가 다 되어간다는 이야기죠.

 

저도 제 여행기가 이리 길게 연재가 될 줄은 몰랐었는데...

국내 최장기 여행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마눌은 낼 모래 출국을 앞두고 있고, 남편은 우리가 가진 모든 것들을 팔아야 하는 시점.

 

이날 백패커에 들어온 일본청년 유키오 세끼(욕이 아닙니다.^^) 이 있었습니다.

 

 

 

외모는 일본 청년이고, 이름 또한 일본인인데 아쉽게도 일본어는 못하는 일본인입니다.

 

어찌하야 일본인인데 일본어를 못하는지 살짝궁 옆에 앉아서 물어보니..

자신은 브라질에서 태어나서 그곳에서만 살았던지라 일본어를 접할 기회가 없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국비 장학생으로 뉴질랜드로 와있고, 지금 이곳에 잠시 낚시휴가를 왔다고 했습니다.

 

한국인도 이런 경우가 종종 있죠. 미국에서 태어난 한인들의 2,3세들은 얼굴도 한국인,

이름도 한국인인데 아쉽게도 한국어는 배우다 말아서 어눌한 발음인 경우도 있고,

아예 한국어를 못하는 경우도 있죠.

 

부모는 이왕이면 아이들이 빨리 현지어를 접하는 것이 적응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모국어를 소홀하게 대하다가 결국 아이들을 자신의 모국어를 말 하지도, 쓰지도, 읽지도 못하는 까막눈으로 만들어 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낚시하러 이곳에 왔다는데 낚시용품은 빈약하게 들어온 일본인 유학생, 유키오.

 

우리가 가진 것 중에 고가에 속하는 보트를 팔고 보니..

이제는 전부 팔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던 모양입니다.

 

사실 보트는 다시 오스트리아에 보내는 비용이 250불이 넘는지라,

조금 손해를 보고라도 팔려고 노력을 했었지만, 별로 기대는 안했는데 생각보다 쉽게 팔렸죠.

 

낚시여행 왔다는 유키오가 내 눈에 딱 걸렸으니 후딱 남편에게 가서 옆구리를 꾹 찔렀습니다.

 

“남편, 저기 브라질에서 왔다는 일본유학생 여기에 낚시휴가 왔다는데..

당신이 팔아야 하는 낚시용품 좀 가지고 가서 보여줘 봐.

 

‘뉴질랜드 남,북섬 송어낚시’ 책도 있고, 그 외 여러 종류의 미끼랑 플라이낚시대도 2개씩이나 있으니 가기 전에 팔아치워야 하잖아.”

 

마눌이 옆구리를 찔러서 남편이 유키오랑 대화를 하기는 했지만,

남편 물건을 팔지는 못했습니다.

 

남편이 물건을 팔 의지가 없었던지라 그냥 이 지역 낚시에 대한 정보만 나눠준 모양입니다.

남편은 이왕이면 더 많은 것들을 오스트리아로 보내려고 노력을 했죠.

 

 

나중에 오스트리아로 미리 보냈던 물품 박스를 열어보니..

뉴질랜드에서 2불 주고 사서 2년 동안 샐러드 만들 때 사용했던 플라스틱 통도 있었습니다.

 

2불 주고 사서 2년 썼음 버리고 와도 아깝지 않은 것인데, 이런 별거 아닌 것들까지 챙기는 남편인지라 자신의 낚시용품을 헐값에 팔고 싶은 마음은 없었던 모양입니다.

 

 

 

이곳에서 자신의 모국어가 아닌 제 3국어로 대화하는 청년들도 만났습니다.

 

스위스에서 왔다는 3명의 아가씨가 독일어, 불어도 아닌 영어로 대화를 합니다.

스위스는 공용어로 사용하는 국어가 몇 개 되는 나라죠.

 

그 작은 땅덩이에 사용하는 언어는 4가지나 되는 특이한 나라입니다.

 

독일 인근의 지방은 독일어를, 프랑스 인근의 지방은 불어를,

그 외 이탈리아어와 또 지방 토착어 내지는 사투리가 사용되고 있죠.

 

그중 가장 큰 비중을 사용하는 것이 독일어이기는 하지만, 스위스에 사용되는 독어는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에서 사용하는 독일어와는 발음에서 심한 차이가 있습니다.

 

정신집중하면 알아들을 수 있기는 하지만,

통 독일어에서는 거의 없는 R를 심하게 굴린 발음을 구사합니다.

 

같은 독일어라도 해도 서로 약간씩 다른 사투리를 구사하는지라, 베를린지역에서 온 청년이 뮌헨지역에서 온 청년이 하는 독일어를 도저히 못 알아듣겠다고 하소연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말과 전라도나 경상도 사투리 차이인거죠.

서울 사람들이 처음 지방의 사투리를 접하면..“뭐래?”하는 것처럼 말이죠.

 

셋이 모여앉아서 영어로 대화를 하는지라 그들에게 물어봤었습니다.

가끔 같은 나라에서 온 청년들이 “영어공부” 목적으로 이러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너희는 같은 나라에서 왔는데 왜 대화를 영어로 해?”

 

이들이 영어로 대화를 하니 저도 영어로 물어야 하는 거죠.

제가 남편과 독일어로 대화를 한다는 걸 이들이 들어서 알고 있겠지만 말이죠.

 

보통 스위스 사람들은 2개 국어(독얼/불어)를 합니다.

자신의 국어가 아닌 영어로 대화를 하니 궁금해서 물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궁금한 건 일단 물어봐야 직성이 풀리거든요.^^

 

“응, 우리 둘은 독어권 지역에서 와서 독일어만 가능하고, 저 친구는 완전 불어권에서 온지라 독어를 못해, 그래서 우리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언어는 영어뿐이지. ㅋㅋㅋㅋㅋ”

 

이런 슬픈 경우도 있었네요.

같은 나라임에도 사용하는 언어가 달라서 의사소통도 불가능하다니..

사용하는 언어도 다르니 생각하는 사고방식이나 역사를 이해하는 것도 다르겠지요?

 

한국 사람인 내가 한국청년과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만 대화가 가능하다?

대화야 가능하겠지만, 가슴속 깊숙한 그런 느낌 같은 걸 이야기하기는 힘들 거 같습니다.

 

그러고 보면 내 나라에서 내 언어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도 참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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