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여행을 가면 대부분은 직접 음식을 해 먹거나 해 먹을 수 없는 상황이면 나름 저렴한 음식들을 사먹지만 여행의 마지막 저녁에는 항상 레스토랑에서 한 끼 식사를 합니다.
알뜰하신 남편의 성격답게 레스토랑에서도 알뜰하게 시켜먹기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레스토랑에 폼 잡고 앉아서 먹었다는 사실이니 만족합니다.^^
도시 중심가에 있는 식당보다는 우리 호텔이 있고,
전 세계에서 온 노동자들이 모이는 데이라 지역의 식당을 선택했습니다.
마침 시내관광을 끝내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이니 저녁 먹기 딱 좋은 시간이죠.
굳이 정해놓고 식당을 간 것은 아니고..거리를 오락가락하다가 유리창으로 비치는 중년서양인부부의 음식을 보고는 이곳을 선택했습니다.
원래는 이렇게 밖에 요란한 조명에 테이블까지 내놓고 장사하는 곳인데..
저희가 간 때는 비가 오는 저녁이여서 식당 안으로 입장을 했습니다.
어떤 종류의 음식을 파는지 모르고 들어갔는데, 들어가서 보니 이곳은 파키스탄 음식점입니다.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 파키스탄 음식을 이곳에서 먹어보게 되네요.
아랍국가에서 왜 쌩쑹맞게 파키스탄 음식을 먹느냐 싶으시겠지만..
두바이의 맛집이라고 소문난 겁나 비싼 음식점도 사실은 레바논 음식이라고 하니,
두바이에 와서 파키스탄 음식을 먹었다고 이상한 것도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식당에 입장을 하니 손님이 들어찬 1층에 있던 직원이 2층으로 우리를 안내합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우리 앞에 두고 사라지시는 할배 직원!
영어로 써진 부분도 있는지라 치킨도 알겠고, 양고기도 알겠는데..
Tikka 티카는 무엇이고,Karahl 카라흘, 또 Biryani 비르야니는 무엇인고?
파키스탄 음식을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지라 메뉴를 봐도 뭔지 모르니..
관광객에는 세계 어디에서나 통하는 메뉴를 보기로 했습니다.
사진이 쪼매 구리게 나오기는 했지만,
메뉴판에서 본 음식들이 어떻게 나오는지는 알 수 있습니다.
남편은 18디람짜리 양고기 카라히에 로티를 주문했습니다.
이곳에서는 로티를 2디람에 따로 판매하는지라 언제든 추가는 가능합니다.
뭐든지 일단 푸짐해야 한다고 믿는 저는 모둠 바비큐를 주문했습니다.
이 식당의 아래층에서는 숯불이 직접 바비큐를 하고, 난도 직접 만드는 곳이니 방금 만든 따끈한 음식을 맛 볼 수 있는 거죠.^^
그 외 이런저런 메뉴도 있지만, 대부분은 밥에 소스가 얹어 나오거나 난과 같이 먹을 수 있는 커리비스무리한 종류들의 자작한 국물요리에 숯불에 바로 구워나오는 바베큐도 나름 다양합니다.
일단 주문을 하고나니 우리 앞에 병에 들어있는 미네랄워터를 한 병씩 갖다 줬습니다.
따로 컵은 나오지 않고 말이죠. (우리는 물을 주문하지 않았는데 그냥 가지고 옵니다.)
시간이 지나니 우리가 주문한 여러 가지 음식이 나옵니다.
샐러드는 단돈 2디람(600원?)이라 주문했는데, 가격에 맞게 단출한 내용입니다.
우리를 이 식당으로 오게 만들었던 노란 커리.
우리는 시키지 않았는데, 저것도 우리테이블에 왔습니다.
사실은 식당 안에서 식사를 하는 서양인 부부의 테이블 중간에 저 노란 커리(카레) 같은 것이 있는지라 저걸 보고 이곳에 왔었습니다. 메뉴판에서는 노란색의 커리를 찾지 못했었는데,
주문하지 않아도 우리에게 배달이 되는지라,
이곳에 오는 손님에게는 다 주는 줄 믿고 먹었습니다.^^
남편이 시킨 양코기 카라히, 내가 시킨 모둠 바비큐에 달덩이 같은 내 얼굴보다 더 큰 난 2개.
이렇게 부부가 마주 앉아서 식사를 했습니다.
음식은 꽤 맛있었습니다.
내가 사는 곳이었다면 일부러 파키스탄 식당을 찾아가지 않았을 텐데.. 관광 온 두바이에서 우연히 들어온 곳이 파키스탄 식당인지라 우연치 않게 이 나라 음식을 맛봅니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1층과는 다르게 2층에는 우리 외 몇 팀이 없었습니다.
서빙을 하는 할배는 바쁘게 1,2층을 오르내리며 음식을 갖다 주시고는 때때로 우리에게 눈길을 주셨습니다. 할배는 영어도 안 되는 지라 주문은 손짓으로 메뉴를 선택했었습니다.
앞니가 빠진 사람들은 여간해서는 환하게 웃지 않는데, 할배는 이도 없으시면서 너무 환하게 웃으시는지라 남편의 옆구리를 찌르면서 한마디 했었습니다.
남녀의 구분이 확실한 중동국가답게 버스, 전철도 남녀 칸을 구분하더니만..
별로 유명하지도 않는 거리의 식당에도 남, 녀 구분 하는 칸이 존재를 합니다.
우리가 앉아있던 테이블 뒤로는 바로 “가족석”입니다.
말이 가족석이지 여성과 동행한 남자 함께 입장을 합니다.
이렇게 구분해놨다고 이곳을 여성 직원이 주문을 받으러 가는 것도 아니고,
우리에게 왔던 이없는 할배가 들어가는데 뭐 하러 구분은 해 놓은 것인지...^^;
아! 아닌가요?
부르카 쓰고 들어온 여인이 이곳에서는 음식을 먹어야 하니..
부르카를 벗어서 얼굴을 보이겠군요.
그렇게 되면 내 테이블의 내남자뿐 아니라 옆테이블의 다른 남자에게도 얼굴이 보여질 텐데..
그건 괜찮은 것인지..
생각은 언제나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식사는 끝나고 배부르게 먹은 우리가 받은 이곳의 영수증입니다.
제일 비싼 마눌의 모둠 바비큐 24디람, 남편의 양고기 요리 18디람.
로티 2장에 2디람, 남편이 식사를 끝내고 시킨 완전 달다구리 차 1디람(300원?)
미네랄워터 3병 3디람, 펩시콜라 2디람, 샐러드 2디람.
이렇게 합계 52디람(15,600원?) 입니다.
우리에게 갖다 줬던 노란 커리는 무료로 배달이 되는 거였나 봅니다.
무지하게 맛있었는데..^^
계산서를 받고 계산을 하는 동안에 우리 테이블에 배달된 파키스탄식 무료 후식?
박하향의 허브에 쪼맨한 설탕과자가 들어있어서 입안에 털어 넣으면 박하향도 나면서 달달한 것이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수저를 손바닥에 덜어서 자꾸 입에 털어 넣는 마눌에게 남편이 던진 한마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만졌는지 모르는데 그렇게 자꾸 먹으면 어떻해?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나요?
나중에 배가 아프더라도 일단은 먹고 보는 거죠.^^
우리는 레스토랑에 앉아서 폼 잡고 배까지 든든하게 저녁을 먹었는데..
우리가 이곳에서 지불한 돈은 피자헛의 2인용 메뉴보다 단 몇디람을 더 냈을 뿐입니다.
처음 두바이에 간다고 했을 때 이곳의 “살인적인 물가“에 대해서 마눌이 엄청 쫄았었는데..
그때 남편이 가보면 안다고 했었는데..
와보니 남편이 말한 뜻이 이해가 됩니다.
두바이는 겁나 비싼 동네가 맞지만, 어느 곳을 이용하느냐에 따라서 햄버거 하나에 50디람을 낼 수도 있고, 두 사람이 식당에서 배부르게 먹은 한 끼 식사를 같은 금액에도 먹을 수 있는 곳입니다.
우리가 여행을 마치고 다시 출국하려고 공항에 있을 때 그곳에서 만난 두바이 사람.
공항직원으로 일하면서 90%할인된 뱅기표로 엄마, 여동생이랑 오스트리아에 여행을 생각으로 뱅기표를 알아보러 왔다고 했던 사람이 우리가 “데이라 지역”에 있는 호텔에 머물렀었다고 하니 하필이면 왜 ‘노동자들이 사는 지역’이냐고 했었습니다.
현지인들은 데이라 지역을 없는 사람들이 사는 지역이라고 구분 해 놨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행자인 우리에게 이 지역은 두바이여행을 저렴하게 할 수 있게 해준 곳입니다.
다음번에 또 다시 두바이에 간다면 다시 또 데이라지역에 호텔을 잡지 싶습니다.
이곳의 식당은 이렇게 저렴한 가격으로 타국에서 일하고 있는 자국민을 위해 본토의 요리를 선보이고 있느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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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부담없는 가격에 실컷 먹을수 있어 좋네요~
두바이 식당 매력적인것 같아요ㅋㅋ
답글
겁나 비싼곳이 있지만, 겁나 싼곳도 꽤 많더라구요. 역시 찾는 사람에게는 보입니다.^^
비밀댓글입니다
답글
글을 이제야 봐서 초대장을 너무 늦게 보내드리는것이 아닐까 싶은데... 일단 초대장을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이미 이 멜주소로 초대장을 한번 받으신 적이 있으시면 제가 보내는 초대장을 못 받으실수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무슨일 있어요?
소식이 없어 궁금해요~~
답글
잠시 일상을 떠나있다가 왔습니다. 너무 급하게 바쁘게 일정이 잡힌지라 떠날때도 정신이 없었고, 돌아온 지금도 한동안은 정신이 없지 싶습니다.^^
프라우지니님 오랜만이예요.
한국에서는 거의 2인분에 3만원대 하는 페르시안 음식을
두바이에서 저렴하게 판매하다니, 놀랐네요. ㅎㅎ
두바이는 가봐야지 생각했는데, 히잡때문에 망설여져요. ㅎㅎ
답글
한국 식당의 음식은 너무 비싼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재료를 구하기 힘들어서 그런것인지 아님 가게세가 비싸서 그런것인지.. 현지에서 저렴하게 사먹는 음식보다 질이 좋은것도 아니면서 가격만 비싼것이 외식을 떨게하는거 같습니다.^^;
지니님 어디 아프신가요
오래동안 글이 올라오지않아 너무 걱정됩니다
답글
제가 잠시 일상을 떠나있었습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슨 일 있으신가요?
매일 지니님 글 읽었는데 오랫동안 포스팅하지 않으셔서 걱정됩니다
답글
떠나기전에 글을 올리려고 했었는데, 그때는 마음도 시간도 급한지라 어쩌다 보니 그냥 떠나서 걱정을 시켜드린거 같네요. 죄송^^;
빠짐없이 올라오던 글이 없으니 허전하네요. 여러번 들렀다가 댓글 남겼습니다. 글 기다립니다~
답글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긴긴 세월 쉼 없이 달리시더니, 별일 없음시롱 태업하시는 거 같은디용^^
별일 있으믄 안 되는디용^^
답글
제가 달리는 긴긴세월을 다 지켜보신 분이신 모양입니다.^^ 자의는 아니고 일이 있어서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비밀댓글입니다
답글
위문공연 다녀왔습니다.^^
소식이 궁금합니다
걱정도 되구여ᆢ
잘지내고 계신거죠?
답글
몸은 조금 고달펐지만 두루두루 제 흔적을 뿌리고 왔습니다.^^
비밀댓글입니다
답글
저를 찾은 사람들이 꽤 있는지라 여기저기 얼굴 보여주러 다니느라 바빴습니다.^^
안녕하세요. 지니님 잘 지내고 계신건가요? 요즘 새글이 올라오지 않아서 걱정이 되네요..
제발 아무일 없이 잘 지내시다가 여러분 제가 다시 왔습니다. 하고 즐겁고 재미있는 이야기들 많이 들려주었으면 좋겠어요.
답글
아무일없이 잘 지내다 왔습니다. 이번에 제가 느낀 일들은 조만간 읽으시지 싶습니다.^^
정말 무슨일 있어요?
걱정되요
제발 아무일 없기를 바래요
답글
아무일없이 잘 지내고 왔습니다.
전차 왕복, 기차 왕복에 뱅기 왕복까지 잘 타고 갔다왔습니다.^^
비밀댓글입니다
답글
미리 안내를 하고 가려고 했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소식를 못 전하고 다녀온지라 너무 걱정으 시켜드린거같아서 죄송합니다.^^;
지니씨 잘계시죠 매일매일 안부가 궁금하네요
옆집에 친한 친구가 잘은있는지 건강한건지 들여다 보고싶은것 처럼 블로그를 열어봅니다
답글
매일 블로그를 여시는데 제 소식을 한동안 드리지 못해서 죄송한 마음입니다.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으니 앞으로는 자주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일 년 넘게 댓글 없이 타향의 삶을 재미나게 읽고가던 독자인데 글이 한 달 넘게 올라오지 않아 걱정에 주저하다 글을 남기네요 전에 수술 부위가 덜 아물었단 내용도 떠오르고 여행을 가신다던 글도 생각나네요 별탈 없이 글을 올리시길 기다립니다.
답글
제 수술부위보다 더 급한 일이 있었던지라 잠시 다녀왔습니다. ^^
비밀댓글입니다
답글
갔다와보니 3부가 훌쩍 지나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