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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길위의 생활기 2013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741-미안한 행운

by 프라우지니 2017.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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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포노니를 지나쳐서 아래로 내려가는 길.

 

Omapere 오마페레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길목에서 아래로 내려가지 않고,

South Head 사우스 헤드 쪽으로 잠시 빠질 생각입니다.

 

 

 

바다에서 호키앙가 하버로 바닷물이 들어오는 길목인 South Head 사우스헤드 (남쪽 머리)

 

이곳에 Arai-Te-Uru Recreation Reserve 아라이 테우루 레크리에이션 리저브 가 있습니다.

 

한마디로 “피크닉으로 왔다”인 곳입니다.

 

 

 

사우스 헤드 쪽으로 방향을 잡아서 달려가니 막다른 길에 보이는 주차장.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 주차를 하고는 저희도 구경을 나섰습니다.

 

관광객들이 덜 오는 지역인지라 이곳에서도 대부분은 현지인들에,

휴가를 온 키위들이 대부분에 드물게 외국인 관광객도 눈에 띄었습니다.

 

 

 

전망대에서 하버 쪽을 바라보니 꽤 괜찮은 풍경입니다.

 

 

 

주차장에서 바다쪽 해변인 Martins Bay 마틴스 베이까지는 20분이 걸리는 거리.

 

3시간짜리 Waimamaku Beach Road 와이마마쿠 비치로드까지의 트랙킹도 있지만..

 

반대편 까지 걸어가면 다시 돌아올 방법은 없으니..

적당히 걸어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이 현명합니다.^^

 

 

 

우리는 일단 해변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주차장에서 해변으로 나가는 길이 나름 근사합니다.

 

오늘 바람이 조금 불어주시나 봅니다. 파도가 치고 있네요.

 

이런 길을 따라서 3시간 걷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만,

차가 있는 주차장까지 다시 돌아오려면 6시간이 걸리겠네요.

 

하루쯤은 걷다가 쉬고, 걷다가 점심 먹고, 걷다가 간식 먹으면서..

이런 멋진 풍경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습니다.

 

 

 

남들은 위로 올라가서 바다쪽 해변인 마틴스 베이로 가지만,

낚시꾼인 남편은 하버 안쪽에 있는 해변으로 왔습니다.

 

고기들이 바다에서 하버 쪽으로 들어 올테니 말이죠.

 

해변에 가보니 이미 낚시꾼 몇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백인청년들도 보이고, 마우리 부자가 나란히 낚시를 하고 있습니다.

 

가끔 관광객들을 모르는 현지인들만 아는 팁이 있습니다.

낚시가 안 될 때는 현지인한테 물어봐야 답이 나오기도 하죠.

 

사실 바다낚시는 미끼를 써야하지만, 이 주변에는 소라를 잡아서 미끼로 써봤는데..

그것도 소식이 없는지라, 루어(가짜 미끼)낚시를 하는데 소식이 영~없습니다.

 

 

 

낚시하는 남편의 뒤통수와 궁디을 번갈아 보던 마눌이 주변 낚시꾼 탐문에 나섰습니다.

 

“여기는 미끼를 뭘 써야하나요? 내 남편은 루어로 낚는데 안 잡히네요.^^;”

 

역시 인심은 같은 키위라고 해도 백인들보다는 마우리들이 훨씬 더 좋습니다.

 

처음 보는 관광객아낙이 질문에 마우리 부자(아빠와 아들)가 자신들이 쓰던 미끼를 내어줍니다.

 

“우리도 아직 큰 건 못 잡았어. 우리도 말렛을 잡아서 일단 미끼로 쓰고 있는데 가져가.”

 

우리가 필요한 미끼인지라 얼른 챙겨서 남편한테 갔습니다.^^

 

 

 

마눌이 다른 낚시꾼한테 얻어온 미끼로 다시 낚시를 시작하는 남편.

 

운이 좋은 날입니다.

얻어온 미끼로 낚시를 시작하자마자 떡하니 하나 잡혀주십니다.

 

간만에 한 낚시에 대물이 하나 걸려주시니 남편도 신이 나셨습니다.

남편이 자주 잡는 생선인 Kahawai 카와이입니다.

파이터 출신인지 잡는 손맛이 끝내준다는 생선이죠.

 

카와이는 쉽게 설명하자면..

 

고등어 사촌입니다. 고등어랑 성질도 외모도 똑같은데..

단지 크기 면에서 보자면 고등어 형쯤 되는 크기죠.^^

 

이쯤에서 뉴질랜드의 바다에서 잡히는 어종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1862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648-뉴질랜드에서 잡히는 바다고기 종류

 

 

 

카와이는 잡자마자 피를 빼야 합니다.

그래서 피를 보게 만드는 생선이죠.

 

조금은 잔인하게 보이지만..

인간은 생선을 먹어야 하니..^^;

 

잡자마자 돌로 머리를 때려서 기절시킨 다음에는 칼로 찔러서 피를 빼야합니다.

 

살아있는 생선을 못 만지는 저는 일단 잡히면 후크에서 빼지 못하니..

생선이 발버둥 쳐서 후크를 빠져 나오던가 아니면 죽을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을 취합니다.

 

제가 만약 카와이를 잡으면 먹지 못한다는 이야기죠.

잡아서 바로 피를 빼는 작업을 못하니 말이죠.^^;

 

 

 

 

저에게 말렛을 미끼로 준 마우리 부자는 우리보다 더 오래, 한명도 아니고 두 명이 낚시를 하는데도 아무것도 잡지 못하고 있는데, 그들이 준 미끼로 카와이를 덥석 잡은 남편인지라..

그들에게 미안했습니다.

 

그들이 나에게 준 말렛이 그들의 행운이었던 거 같아서 말이죠.

 

제가 가끔 말씀드리지만,

마우리들은 재미로 낚시를 하는 것이 아닌 그들의 끼니로 낚시를 하거든요.

 

바다에 나와서 끼니를 잡아가야 하는데 아무것도 못 잡고 공치고 가면...

 

미안합니다.^^;

그들의 한 끼를 우리가 챙긴 거 같아서 말이죠.^^;

 

 

 

금방 잡은 카와이의 등입니다. 참 예쁘고 영롱한 색입니다.

잡아서 숨이 끊어진 후 아주 잠깐만 볼 수 있는 색입니다.

 

카와이 둘이 충분히 먹을 한 끼 먹을 크기인지라,

금방 자리를 털고 일어날 줄 알았었는데..\

 

낚시 시작하고 2시간 30분이 경과한 후에 카와이를 잡았건만..

남편은 이곳에서 거의 5시간을 보냈습니다.

 

이상한 것은 주변의 낚시꾼들이 오랜 시간 낚시를 했지만,

이날 생선을 잡은 사람은 오직 남편뿐 이였습니다.

 

 

 

그리고 그곳을 떠날 때, 우리에게 미끼를 선물해준 마우리 부자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면서 마음속으로는 아주 많이 미안했습니다.

 

내가 그들에게 받아온 말렛 미끼에 그들의 행운을 함께 담아온 거 같아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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