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질랜드/길위의 생활기 2013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727- 남편과 아이스크림

by 프라우지니 2017. 6. 9.
반응형

 

평소에는 안 사던 아이스크림을 하나 샀습니다.

 

일상을 살 때 남편이 좋아하던 아이스크림이었는데, 우리가 길 위에서 사는 동안은 잘 먹지 못하는지라 쇼핑을 하면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집어 들었는데.. 남편의 반응은 영 시큰둥했었습니다.

 

물론 이건 우리가 안 먹어도 되는 종류의 아이템인지라,

아이스크림 가격은 고스란히 마눌의 몫이었죠.

 

우리의 식대는 남편이 책임지지만, 외식비는 마눌이 책임집니다.

 

아이스크림도 외식비에 해당되니.. 마눌에게서 돈을 챙겨서 받은 남편!

 

사실 남편이 먹을 생각이었음 마눌에게 돈을 청구하지 않았겠죠.

자신이 안 먹을 생각이었으니 돈을 받았다고 생각을 합니다.

 

 

 

내 돈을 냈다고 나만 먹으면 이보다 더 치사한 일이 없죠.

 

부부사이라도 해도 먹을 것 때문에 섭섭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

제가 먹을 때 남편도 동량의 아이스크림을 퍼 다가 바쳤습니다.^^

 

용량으로 봐서는 2L짜리 였던 거 같습니다.

 

우리가 이동중이였다면 한 번에 다 못 먹으니 사지 못하지만,

지금은 넣어둘 냉동실이 있으니 흔쾌히 집어든 대용량의 아이스크림입니다.^^

 

그렇게 남편과 나란히 나눠먹고 냉동실에 잘 넣어둔 아이스크림.

 

저녁에 다시 간식으로 먹을까 싶어서 아이스크림 통을 열어보니..

아이스크림이 딱 절반만 남아있습니다.

 

우리 이름 스티커가 붙어있는 가방에 넣어서 위에를 묶어두니,

아무나 열어볼 수 있는 조건은 아닌디..

 

아이스크림의 행방을 알 것 같은 사람은 오직 남편뿐!!

 

“남편, 냉동실에 있는 아이스크림 퍼 다가 먹었어?”

“...”

 

할 말이 없고, 내 질문에 긍정이면 무언으로 응답을 하는 남편!

 

“아이스크림 안 먹는다며? 그래서 내 돈으로 샀는데?”
“...”

“그럼 이번에 산 아이스크림은 이미 반이나 없어졌으니 당신이 다 먹고 다음번에 내껄로 새로 사줘.”

“싫어, 난 아이스크림 안 먹어.”

“안 먹는다며 왜 통에 있는 건 반이나 퍼다 먹었누?”

“...”

 

또 대답이 없으신 남편이십니다.

 

자기 돈 주고 사기에는 아까운 아이스크림이였는데,

남(은 아니지만)이 사다놓은 아이스크림을 그리 마구 퍼다 드시면 안 되는 거죠.

 

“왜 내 돈으로 사다놓은 아이스크림을 내 허락도 없이 먹어?”

“...”

“내 아이스크림이면 내가 줄때 먹던가, 나한테 물어보고 먹어야지.

그렇게 몰래 퍼먹으면 안 되지.”

“...”

 

꾸준히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하고 있는 남편입니다.

 

사실 아이스크림은 남편을 위해서 샀던 거였습니다.

저는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남편을 위해서 산 것임에도 남편이 저 몰래 마구 퍼다 먹는 건 왠지 얄밉습니다.

 

결국 남편은 마눌이 궁시렁 거리는 소리를 저녁내내 들어야 했습니다.

 

장기간 여행 중이라 경비를 아껴야하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마눌이랑 살아온 세월이 얼마인데 남편은 아직도 마눌 사용법을 잘 모르는 모양입니다.

 

장볼 때 “안 사, 먹고 싶으면 당신 돈으로 사”대신에, “마눌, 여행 중에 식비를 내가 다 내잖아, 아이스크림 먹고 싶은 남편을 위해서 아이스크림은 당신이 쏘는 것이 어떨까?” 했었다면 마눌도 기분 좋게 쐈을 테고, 남편도 자기가 먹고 싶을 때 마구 퍼먹을 수 있었을 것을..

 

애교는 아내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남편이 떠는 애교는 아내가 떨 때보다 훨씬 더 효과가 더 크고,

강도가 세다는 걸 남편은 모르는 모양입니다.

 

 

눌러주신 공감이 저를 춤추게 합니다. 감사합니다.^^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