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이야기

새로 생긴 내 사이클 복

by 프라우지니 2017. 4. 26.
반응형

 

겨울을 지나면서 저희부부는 나란히 살이 쪘습니다.

 

날씨도 풀리니 이제는 슬슬 온몸에 붙은 살들과 작별을 해야죠.

 

남편은 여름에 거의 매일 퇴근 후에 자전거로 30km가 넘는 길을 달립니다.

집에서 옆 도시엔 Wels벨스 까지는 편도가 22km인데 이것을 왕복하니 40km가 넘네요.

 

남편이 자전거를 타러 갈 때는 가끔 마눌을 옆에 끼고 가는지라..

마눌도 남편이 달릴 때, 함께 달리면 남편보다는 조금 처지지만 왕복 30km는 달립니다.

 

작년 여름에는 실습에, 공부에, 시험에 치여서 자전거 타러 가자고 남편이 물어오면 “간다”보다는 “안 간다”가 더 많았고, 그래도 가자고 하면 짜증을 있는 대로 냈었습니다.

 

남편 생일선물로 “자전거 같이 타러 가기” 쿠폰을 만들어서 선물 해 놓고는 말이죠.^^;

 

올 여름은 할 공부도 없고, 주 20시간 요양원 근무만 하면 되니 시간도 많고,

무엇보다 온몸 여기저기 비집고 들어앉아있는 지방들도 태워야 합니다.^^;

 

남편은 자전거(사이클)를 탈 때 전문 복장을 입고 탑니다.

쫄쫄이 바지에 궁디쪽에는 자전거 안장모양의 스폰지가 장착이 되어 있죠.

타는 시간이 길어도 궁디가 조금 덜 피곤합니다.^^

 

하지만 마눌은 대부분 평상복을 입고서 탔었습니다.

 

몇 년 전에 남편이 하나 사줬던 사이클 바지는 핫팬츠에 가까워서,

그것만 입고 타기는 남사스러운지라 그 위에 다른 바지를 입던가 아님 그냥 청바지를 입었었고.

 

사이클용 셔츠도 없는지라 그냥 면티를 입고 탔었죠.

 

 

 

동네 슈퍼에서 이번에는 사이클 복을 팝니다.

색깔도 핑크 한 것이 눈에 잘 띄는 색입니다.

 

올 여름은 근무가 없는 날은 퇴근하는 남편을 따라서 가능하면 많이 30km를 뛸 예정인디..

 

변변한 사이클 복이 없는지라 “하나 장만해야지..” 하는 차에 잘 만난 아이템이죠.

 

그냥 사버릴까 하다가 일단 슈퍼에서 파는 제품을 사진으로 찍었습니다.

 

저녁에 퇴근한 남편에게 사이클복 사진을 보여주면서 운을 뗐죠.

 

“남편, 나 사이클 복 바지 하나밖에 없잖아. 그것도 완전 핫팬츠.

올 여름은 당신이랑 열심히 자전거 타야하는디.

 

이번에 슈퍼에서 사이클 복 판다. 어떻게 생각해?”

“...”

 

대답이 없습니다. 긍정인거죠.^^

 

“남편, 당신이 이거 사주면 내가 매일 당신이랑 자전거 타거 갈게!”

 

가자고 해도 안 간다고 한 날이 더 많은 마눌이 이런 멘트를 날리니,

남편이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쳐다봅니다.

 

“작년에는 내가 바빴잖아.

 

올해는 한가하니 당신이 퇴근하면 매일 자전거 타러 갈수 있어.

 

이제는 당신이 가는 벨스(왕복 44km)까지 따라갈게.

숨넘어갈 때까지 페달 열심히 밞으면 되지 뭐!”

 

사실 마눌이랑 함께 달리면 남편은 전속력으로 달리지 못하는지라,

중간에 달리다가 남편이 먼저 달려 나가는 거거든요.^^;

 

마눌이 이리 약을 살짝 쳐주니 남편이 아무말도 안 합니다.

 

이때 다시 사고 싶은 것에 대한 멘트를 합니다.

 

“이거 안 비싸, 바지는 9유로, 셔츠는 8유로야.”

“....”

 

긍정입니다.^^

 

마눌 돈으로 산다고 해도 일단 “안 된다”고 하는 남편인디..

 

자! 그럼 심심한데 멘트 하나 더!

 

“남편, 이거 당신이 사주면 내가 매일 입고 자전거 탈 거야.

당신이 자전거 타러 가자고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따라갈게(이건 뻥이죠^^)“

“...”

 

으하하~ 말이 없습니다.

 

긍정인거죠!

사라는 이야기입니다. 자기가 돈 낸다고!!!^^

 

 

 

그래서 전 그 다음날 기획으로 나온 사이클 복이 매진되기 전에 얼른 슈퍼로 달려가서 샀습니다.

 

그리고 빨지도 않는 옷을 입고서 이리 인증 샷을 찍었습니다.

저녁에 퇴근한 남편 코앞에 찍은 사진을 들이밀고 한마디.

 

“봤지! 당신 마눌 완전 프로 같아. 그치?”

"..."

 

대답이 없습니다.

마눌이 고른 색이 나름 어울리는 모양입니다.^^

 

아직 봄이지만 전 이 옷을 입고 남편과 짧은 자전거 나들이 두 번을 나갔습니다.

 

한여름 매일 자전거를 타면서 살이 쭉쭉 빠졌으면 좋겠고,

(자전거만 탄다고 빠지남? 덜 먹어야지!!)

 

가을쯤에는 정말 내가 목표한 몸무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남편에게도 당당하게 한마디 하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봤지? 당신 마눌이 당신이 사준 사이클복 입고 완전 날씬해졌어.”

(설마..날씬? 원래 통뼈라 절대 날씬 해질 수 없는 몸매인디..^^;)

 

 

눌러주신 공감이 저를 춤추게 합니다. 감사합니다.^^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