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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밥 안 먹는 서양영혼

by 프라우지니 2017. 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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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더 이상 육체가 없는 영혼들을 위해서 일 년에 한두 번 음식을 합니다.

 

어떤 종교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이름만 다를 뿐이지 밥상위에 음식을 차리는 건 같습니다.

쉽게 말해서 “제사”를 지낸다는 이야기죠.

 

우리 집은 아빠가 돌아가셨지만 제사를 지내지 않았습니다.

 

몇 년이 지난 후에 아빠는 당신이 예뻐하시던 둘째언니의 꿈에 나타나셨다고 합니다.

 

“배고프다, 김밥이 먹고 싶다.”

 

그 이후 큰언니가 아빠가 돌아가신 날 아빠를 위해서 밥상을 준비했었습니다.

 

기독교를 모태신앙으로 갖고 있는 저희들인지라 “제사”라는 틀은 없지만,

기독교의 추도식처럼 돌아가신 날, 밥상을 차려놓고 기도를 드리고는 밥을 먹습니다.

 

물론 작은언니는 꿈을 꾸었다고 해서, 큰언니는 아빠를 위해서 밥상을 차린다고 해서,

정말로 아빠의 영혼이 오셔서 식사를 하시는지 모르겠지만 말이죠.

 

제가 알고 있는 한.. 우리나라는 영혼들도 배는 고프고,

실제로 먹지는 못하지만 눈으로라도 음식을 즐길 수 있게 배려합니다.

 

그럼 서양의 영혼들도 우리와 같이 영혼들은 배가 고프고, 그들을 위해서 음식을 준비할까요?

 

우리 요양원에 계신 어르신 한분은 항상 음식을 다 드시지 않고 남기십니다.

왜 안 드시냐고 여쭤보면 항상 같은 대답을 하셨습니다.

 

“ 불쌍한 영혼들을 위해서 남겼어.”

 

저는 이때까지만 해도 서양에서도 “영혼을 위한 음식”을 준비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드시던 음식을 남겨서 “영혼들”에게 준다고 하시니 말이죠.

 

(영혼을 위한 음식은 원래 인간이 먹기 전에 주는 거 아닌감?)

 

그랬는데 새해를 맞이하면서 특이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시부모님댁 현관에 시어머니가 크리스마스 후부터 새해까지 아주 자주 초를 밝혀놓으셨습니다.

 

주방에서 점심을 준비하시는 엄마께 여쭤봤습니다.

뜬금없이 초가, 그것도 현관에, 냄비 안에 들어앉아 있으니 말이죠.

 

“엄마, 왠 초를 현관에 켜두셨어요?”

“초? 그건 죽은 영혼들을 위해서지.”

“죽은 영혼들이 배는 안 고프데요?”

“응?”

 

이곳에서는 초를 켜서 영혼을 위로하기는 하는데 고픈 배는 채워주지 않는 모양입니다.

 

 

 

작년 11월 1일 all Saint's day 만성절 무렵에 공동묘지옆을 달리다가 잠시 서서 찍은 사진입니다.

 

다른 날보다 유난히 더 많은 초가 켜져 있었던 공동묘지.

 

슈퍼에서도 이때쯤에는 여러 종류의 양초를 판매했었는데..

묘지용 꽃 화분도 팔았었는데..

 

이때쯤 시아버지도 시할머니, 할아버지 무덤에 자주 찾아가셨습니다.

묘지에 나무들도 손질하시고, 초도 켜놓으러 가시고..

하지만 음식을 가지고 가시는 건 못 봤습니다.

 

제가 지나가면서 봤던 공동묘지에서도 음식을 차려놓은 것은 못 봤고!!

 

우리와는 조금 다른 이곳의 문화를 접하니 그것이 궁금합니다.

 

만날 때마다 “밥은 먹었냐?"고 묻는 우리네 인사 때문에 영혼까지 먹을 것을 챙기는 것인지,

아님 더 이상 육체가 없는 영혼도 배는 고프니 먹을 것을 줘야하는 것인지..

 

그럼 서양의 영혼들은 배가 안 고픈 걸까요?

배가 고팠다면 자식들의 꿈에라도 나타나서 배고프다고 했을 텐데..

 

아닌가요? 죽어서도 매년 공동묘지 세를 내야하는데...

그 세를 자식들이 내주니 그것만으로 감지덕지해야 하는 것인가요?

 

서양의 영혼들은 정말로 안 먹어서 음식을 준비하지 않는 것인지..

죽고 나면 더 이상 먹지 않아도 된다는 인간의 생각이 만들어 낸 것인지..

 

누구에게 물어야 답이 나올지 모를 질문이지만,

여러분께 제가 발견한 동서양의 차이점을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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