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시어머니와 남편이 정말로 닮아도 너무 닮았습니다.
남편은 외모도 시어머니를 닮았고, 성격 또한 시어머니 판박이인데...
거기에 무뚝뚝한 시아버지의 성격은 덤으로 닮은 거 같기도 합니다.^^;
기본적으로 시부모님 두 분 다 알뜰하시기는 하지만, 시아버지는 대놓고 알뜰한 편이시고..
시어머니는 알뜰하시지만 겉으로는 그런 티를 안내시는 편이십니다.
쉽게 말하자면 영수증에 실제로 산 제품보다 가격이 비싸게 계산이 되어있으면, 시아버지는 바로 계산대에 가셔서 차액을 환불 받으시는데 반해, 시어머니는 차액이 있음을 알고도 환불받지 못하십니다.
“됐어, 뭐 얼마나 된다고..”
남편도 시어머니와 같은 성격입니다.
영수증의 계산이 틀려도 바로 가서 환불받지 못합니다.
이런 경우가 발생하면 제가 얼른 영수증을 채가서 환불을 받습니다.
물론 환불받은 돈은 다 남편에게 돌아가죠.
알뜰하면서도 왜 높게 책정된 금액을 환불받지 못하나..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이유는 웃기게도 “창피해서입니다.”
푼돈 몇 푼을 환불받으러 가기가 남사스러우니(=부끄러움) 그냥 내가 조금 손해보고 마는 거죠.^^; 이건 성격이 이러니 "그러려니.."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우리 동네에 있는 쇼핑몰에서 대대적인 증축공사를 하더니만, 70여개의 점포가 더 들어섰고, 새로 생긴 점포들이 새로 오픈을 앞두고 쇼핑몰 안에서 이런저런 홍보물들을 나눠줬었습니다.
보통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하나씩 주는 가방이라 하나를 받았는데,
홍보물치고는 제법 튼튼한 가방으로 사려면 2유로 정도를 줘야 살만한 가방입니다.
이런 홍보물을 하루 종일 나눠주면 시어머니께도 나중에 와서 받으시라고 하겠는데..
이런 홍보물은 짧은 시간만 나눠주고 마는 경우가 있는지라 지금이 아니면 못 받을 수도 있죠.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쯤에 어떤 아주머니가 가방을 나눠주는 아가씨에게 말해서 한번에 5개 받아가는 걸 봤습니다. 그분도 주위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1인당 한 개 이상을 받을 수도 있다는 걸 봤으니 저도 한번 시도를 해 봐야하는 거죠.
“저, 줄 사람이 있는데 2개만 더 주시면 안 될까요?”
가방을 나눠주는 아가씨는 기분 좋게 웃으면서 2개를 더 줬습니다.
제가 가방을 더 챙겨 받을 때 남편은 부끄럽다고 나하고 멀리 떨어져있더니만..
받은 가방 하나를 흔들면서 말했습니다.
“이거 당신 가방에 넣어줄까? 당신 퇴근할 때 맨날 비닐봉투에 장 보잖아.”
“...”
남편이 말하는 건 긍정의 신호지만 그래도 물었습니다.
“싫어, 좋아? 말을 하라고..”
“.....”
“말 안하면 안 준다. 말을 해! 줘? 말아?”
보통 이정도 되면 마눌이 알아서 가방에 넣어주는데, 오늘따라 대답을 원하는군요.
할 수 없다는 듯이 남편이 한마디 했습니다.
“줘!”
이렇게 챙겨 받은 가방 중 한 개는 남편의 가방에 하나 넣어 줬습니다.
또 하나는 시어머니께 가져갔습니다.
“엄마, 이 가방 필요하세요?”
“어디서 났냐?”
“쇼핑몰에 갔는데 하나씩 나눠주길레, 엄마 주려고 더 받아 왔어요.”
“너랑 너희 아빠는 어디 가서 항상 이런 걸 받아오더라.”
시어머니는 제가 챙겨온 가방을 받으시면서도 겉으로는 이런 걸 챙겨서 받아오는 저와 시아버지 이렇게 몰아서 말씀하시는데 조금 섭섭했습니다.^^;
사실 무료로 나눠주는 걸 받는 것이 뭐 그리 “공짜를 좋아하는 행위”라고 말이죠.
시어머니도 남편과 같은 형으로 나눠주는 건 부끄러우셔 받질 못하십니다.
언젠가 시어머니와 함께 갔던 쇼핑몰에서 향수 홍보코너를 지났습니다.
향이 괜찮아서 “샘플”이 있냐고 물어보니 흔쾌히 나눠주는데 시어머니는 그냥 쑥~ 지나가셨죠.
얼른 시어머니를 따라가서 “엄마, 이 향수 주는데 왜 그냥 가셨어요?”하고 내가 받은 향수를 보여드렸더니만, 향수를 받으시더니 그냥 가방에 넣으셨습니다.
어떤 향수인지 보여드렸던 건데..^^;
“받으실래요?”할 때는 “됐다” 고 하시더니만...^^;
며느리가 돼서 “그 향수 제껀데 왜 엄마 가방에 넣으세요?“하지는 않았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나눠주는 홍보물도 부끄러워서 그런지 많이 사양을 많이 합니다.
제가 전에 말씀드린 적이 있었나요?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일본사람들같이 겉과 속이 다른 사람들입니다.
속마음을 절대 겉으로 표현하지 않죠.
그래서 얻어지는 것이 뭔지 모르겠지만, 성격과 문화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면 속이 편합니다.
물론 제 시아버지처럼 안 그런 사람들도 있기는 합니다.
다시 제 이야기로 돌아와서...
주는 걸 안 받는 남편에게 제가 한마디 한 적도 있습니다.
“나눠주는 건 저 사람들의 일이야. 빨리 나눠줘야 일이 끝나지 사람들이 계속 사양을 하면 저 사람들의 일을 방해하는 일이라고.”
마눌이 이런 말을 해도 남편은 여전히 주는 걸 받지는 않습니다만, 마눌이 받아온 물건을 챙기기는 합니다. 슈퍼 앞에서 나눠주는 음료수를 그냥 지나치는 남편.
받아온 음료수를 남편 앞에 보여주면서 “마실 거야?”하면 군소리 없이 받아서 마십니다.
이렇게 마눌꺼를 마시기는 하면서 왜 나눠 줄때는 받지를 못하고 그 자리를 피해서 가는 것인지...^^;
내 향수를 말없이 가방에 넣으셨던 시어머니와 내 음료수를 받아서 마셔버리는 남편은 닮아도 너무 닮은 어머니와 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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