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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남편이 갖게 된 가방의 비밀.

by 프라우지니 2016.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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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마눌이 남편에게 가방 하나를 내밀면서 물었습니다.

 

"이거 남편 가질래?”
“그거 어디서 난거야? 또 샀어?”
“이거 전에 Mais마이스 다닐 때 거기 사람들이 내 생일이라고 돈 모아서 사준 거라고 했었잖아.”

 

전에도 본 가방인데, 제가 하도 안 들고 다니니 남편에게 새로운 가방으로 보인 모양입니다.

 

사실은 선물 받은 건 뻥이고, 내 돈 주고 산 가방 이였지만, 마눌 돈으로 뭘 사도 잔소리 늘어지게 하는 남편인지라 가끔 뻥을 치라고 시엄마께 배웠습니다.

 

가끔씩은 시엄마, 시누이 이름도 가끔 팔아먹습니다.

사놓고 엄마가 혹은 시누이가 줬다고 뻥도 치죠.^^

 

내 돈도 내 맘대로 못 쓴다고 하니 어떤 분들은..

 

“뭐 그렇게 잡혀서 사남?”

하시지만, 적당한 거짓말은 서로의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별일 아닌 일로 서로 핏대 세워가면서 전투할 필요도 없고 말이죠.^^

 

나중에라도 “뻥이야~ 당근 내가 샀지. 누가 주냐?” 할 때도 있지만,

다 밝히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분들이 말씀 하시는 것처럼 남편에게 잡혀서 사는 아낙은 절대 아닙니다.

 

시시때때로 남편에게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남편을 말로 회유할 때도 있고, 심리적으로 보자면 남편보다는 조금 더 놓은 곳에서 남편을 내려다보면서 살고 있는 아낙입니다.

 

남편 또한 마눌이 자기보다 한수 위라는 걸 잘 알고 있고 말이죠.

그러니 잡혀 산다는 오해는 마세용~^^

 

뭐든지 미지근하게 반응하는 남편이 가방을 쳐다보듯이 대답을 합니다.

 

“나 가방 있잖아.”

“지금 당신이 가지고 다니는 거 내 노트북 가방이잖아."

“아무 가방이면 어때. 있으면 되지.”

“내 노트북 가방은 우리 출국할 때 내 노트북 넣어서 가지고 다녀야 해!”

“알았어. 그럼 그 가방 쓸게.”

 

남편이 제가 내민 가방을 쓰겠다고 합니다.^^

 

 

사실 이 가방은 사놓고 몇 번 들고 다니질 못했습니다.

무거운 책들을 넣어서 한쪽 어깨로 매고 다니려니 생각보다 가방이 별로여서 말이죠.

 

“안 쓰는 건 버리는 걸 선호하는 남편”인지라 어떻게든 이 가방을 처리하려고 노력했었습니다.

안 쓰면서 가지고 있으면 남편의 한소리를 듣게 될테니 말이죠.

 

우리 반에 아주 허름한 가방을 가지고 다니는 청년에게 이 가방을 주려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메고 다니는 가방끈도 꼬여있고, 가방 자체도 어딘가에서 받은 기념품인데,

이미 낡은지라 그 가방을 볼 때마다 조금 안쓰러운 마음이 있었거든요.

 

나 같으면 얼른 “응” 했을 텐데, 그 청년은 “됐다”고 했습니다.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뭘 받는 것도, 뭘 주는 것도 서툰 사람들이거든요.

 

그 청년을 줘서 흔적을 없애려고 가방인지라 “어쩌나? “ 고민을 했었는데..

남편에게 줘 버리면 되는 걸 몰랐었네요.^^

 

가방은 큼직하고 뒤편에는 노트북을 담을 수 있는 공간도 있는지라, 남편은 아주 만족스러운 모양입니다. 자기가 필요 없는 걸 줘놓고 마눌은 시시때때로 물어댑니다.

 

“남편, 내가 준 가방 완전 좋지? 디자인도 예쁘고, 공간도 넉넉하지 않아?”

 

남편이 출근용으로 가지고 다니는 가방 안에는 노트북 대신에 퇴근할 때 장 볼 수 있는 시장바구니와, 마눌이 싸주는 간식 통에, 남편이 싸가는 점심(샌드위치류)들이 담아가지고 다니죠.

 

처치곤란이던 가방이 남편의 출퇴근을 함께 하는걸 보면서도 흐뭇하면서도 입이 간질간질합니다.

 

“남편, 그 가방 사실은 내가 50% 할인해서 산거거든.

나는 안 쓰고, 버리기는 아깝고, 남 주려고 엄청 노력했던 가방이야. 히히히”

 

이렇게 말해도 남편이 노여워하거나 놀라워하지 않을 거라는 걸압니다.

 

남편 또한 마눌이 시시때때로 작은 거짓말들을 알고 있으니 말이죠.

 

너무 작아서 들통이 나도 그냥 피식 웃게 만드는 거짓말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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