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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길위의 생활기 2013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661 - 쉽지않은 남편과의 24시간.

by 프라우지니 2016.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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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24시간 붙어 다녀야 했던 길 위의 생활.

지금 생각해도 제가 참 스트레스는 왕창 받았던 시기였습니다.

 

아마도 대부분의 부부들이 함께 여행하는 동안 이런 경험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남편은 남편대로 여행의 여정을 짜고, 경비를 지출하고, 이런 저런 일로 스트레스를 받았겠지만, 남편이 푸는 스트레스를 고스란히 받아야했던 마눌의 스트레스는 남편의 그것과는 조금 다른 종류였습니다.

 

일상을 살 때는 잘 몰랐던 남편의 성격 이였는데, 하루 종일 붙어 있다 보니 참 까칠한 남편이 보여도 너무나 적나라하게 보였습니다.

 

저 또한 한 성격 하는지라 열 받으면 바로 질러대는데, 이런 성격임에도 남편을 맞추기에는 너무나 힘이 들었던 시기였죠.

 

이때 남편은 마눌이 뭘 해도 잔소리를 했었죠.

그래서 웬만하면 남편이랑 조금 떨어져있는 방법을 취하곤 했었습니다.

 

 

 

 

이때 일기를 보니 이때쯤 남편이 자신의 홈페이지 디자인을 하고 있었던 거 같습니다.

2달 동안 아히파라에서 살면서 홈페이지 디자인에 관련된 모든 프로그램을 만드느라 바빴습니다.

 

아침 먹고는 노트북 앞에 앉아서 하루를 보내는 남편의 점심을 책임지고 있는 것이 마눌의 본분인지라, 점심은 항상 챙겼습니다. 이날은 비프햄 샌드위치를 해서 갖다 바쳤었네요.

 

 

 

 

머스터드소스를 바른 빵에 비프 햄을 넣고, 홀리데이 파크에서 무료 제공하는 샐러드랑, 파프리카, 오이피클까지 한 접시에 다 담았습니다.

 

혹시나 다 넣어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을 수 있게 말이죠.

 

 

 

 

끼니만 챙기고, 저는 얼른 나의 아지트인 차로 돌아옵니다.

 

더우면 앞, 옆, 뒷문 다 열어놓고 바람을 맞으면서 글 쓰는 것이 건물 안에 있는 거보다 훨씬 좋고, 일단은 남편이랑 떨어져있는 것이 중요하니 말이죠.

 

자꾸 시비를 걸어대니 일단 안 보는 것이 상책이라는 것이 마눌의 생각이었고..

 

이맘때 쓴 일기에 남편 욕이 무진장 많습니다.

남편한테 받은 스트레스를 푸는 저만의 방법이었죠.^^;

 

 

 

 

건물 안에 있다가 발이 시리다고 차에서 작업을 하겠다는 남편.

 

마눌의 작업공간을 뺏으러 온 의도는 괘씸하지만, 일단 발 시리다고 하니 마눌의 수면용 꽃 양말을 신겨줬습니다. 말로는 안 신겠다고 하면서 마눌이 신겨주면 가만히 있는 조금은 이상한 인간형입니다.

 

남편이 미울 때도 있지만, 믿을 때라고는 남편뿐인지라 남편을 열심히 챙기는 때였습니다.^^

 

 

 

 

남편의 점심을 준비하려고 열었던 냉장고에서 건진 대박아이템.

 

바로 들고 남편에게 뛰어가서 알렸습니다.

“남편, 이것 봐, 누가 햄이랑, 치즈, 크랙커 놓고 갔다. 완전 좋지.^^”

“임자가 있는데 들고 온 거 아니야?”
“아니야, 여기 ‘Help yourself 헬프 유어셀프‘(필요하면 가져가세요) 써 있었어. 아마도 여기서 여행을 마치는 사람들이 놓고 간 것이 아닌가 싶은데.. 중요한건 아무나 먹어도 되는 것이지.”

“그냥 갖다놔.”

“왜? 이건 먼저 본 사람이 임자야. 내가 갖다놓으면 누가 훌러덩 채 갈걸?”

 

남편은 남의 눈을 심하게 의식하는지라 갖다놓으라고 하지만,

마눌은 남편이랑 의견이 다른지라 끝까지 사수합니다.

 

그리고 주방에 아무도 없을 때, 내가 제일 먼저 본 것이니 챙기는 것이 맞고 말이죠.

이렇게 챙기는 것들은 거의 대부분 남편이 다 먹어치웁니다.

 

사실 제가 챙긴 살라미 햄은 사실 저는 잘 안 먹는 햄으로 남편이 좋아하는 종류거든요.

나중에 자기가 다 먹어 치울 거면서 앞에서는 왜 그리 안 먹을 듯이 그러는 것인지 원...

 

지금 생각 해 봐도 이때는 참 많이 스트레스를 받았었습니다.

남편이 삐딱하게 나올 때마다 가슴이 벌렁거리는 증상도 있었고 말이죠.

 

아마도 일상이 아닌 삶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일상을 살고 있는 지금은 이때 받았던 스트레스는 없으니 말이죠.

 

여행 중 받는 스트레스로 “이혼”을 하지 않은 건 잘한 거 같습니다.

지나고 나면 그냥 “추억의 한 페이지”로 남는 순간일 뿐이니 말이죠.

 

세상에 나와 마음이 맞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말이죠.

 

적당히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그러려니..”하면 그 고비를 넘기는 것이 조금 수월해지는 거 같습니다. 이것도 시간이 나니 터득한 제 나름의 경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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