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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부부싸움의 시작과 끝

by 프라우지니 2016.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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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눌인 제가 분명히 남편보다 15개월이나 연상임에도 남편은 항상 마눌을 어린아이 취급합니다.

원래는 마눌이 남편에게 잔소리를 해야 하는 중년임에도 어찌 우리 집은 반대입니다.^^;

평소에는 마눌에게 잔소리를 늘어지게 하는 남편인데, 남편이 입을 다물 때가 있습니다. 퇴근 후에 TV에 시선고정하고 있는 남편은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 것인지 마눌이 불러도 바로 대답을 하지 않습니다.

“남편(이건 꼭 한국말로), 지금 설거지 하고 있으니 빨리 빈 그릇 가져와!”“.....”

 

“남편, 빈 그릇 가져오라고~”

“....”

“여보세요(이것도 한국말로) 나 설거지 할 때 함께 하게 빨리 가지고 와!”

“....”

설거지가 끝날 동안에도 남편은 소식이 없습니다.

그러는 동안 다혈질 마눌의 속에서 불이 슬슬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우쒸, 빨리 빈 그릇 안 가져와?”

“....”

뭐 그리 재밌는 TV을 본다고 정신을 놓고 있는 것인지...

결국 마눌이 뒤집어졌습니다.

 

“이놈의 그릇을 가져오기만 해봐라. 내가 던져서 박살을 낼꺼야.”

결국 마눌이 소리를 지른 다음에야 남편이 그릇을 들고 냅다 뛰어왔습니다.

 

그러게 조금 일찍 가져왔으면 좋았을 것을...

매번 마눌 약 올리는 것이 재밌는 것인지...^^;

성질이 머리끝까지 난 마눌은 그날 저녁 남편과 등을 돌리고 잤습니다.

남편도 자기가 할 잘못을 아는지라 감히 마눌에게 말을 걸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잠을 느긋하게 잔 마눌이 옷을 주섬주섬 주어입고는 말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그렇게 사라진 마눌은 사실 가정의 오전진료에 갔었습니다.

(이날 평일인데 왜 부부가 같이 집에 있었나 달력을 확인 해 보니 금요일임에도 저는 병원 실습(근무)휴무였고, 남편 또한 마눌과 같이 쉰다고 출근하지 않았었습니다.^^)

오전진료여서 진료를 마치고 나니 마침 점심시간이고, 제가 좋아하는 중국부페식당이 마침 제 가정의 건물의 1층인지라 점심을 먹을 요량으로 일단 식당에 들어가서 자리에 앉고 보니 내가 나올 때, “어디 가?”하는 눈으로 멀뚱멀뚱 쳐다보던 남편이 생각이 났습니다.

 

 

 

특히나 남편도 좋아하는 연어초밥을 앞에 놓고 보니 더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서 방에서 뒹굴 거리고 있을 남편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남편, 나 지금 중국부페식당에 연어초밥 먹으려고 왔는데...여기 올래?”

평소의 남편이라면 마눌의 이런 제안에 항상 거절을 합니다.

 

“그냥 당신 혼자 맛있게 먹고 와!”

뭐 이런 대답을 기대했는데, 웬일인지 남편이 한 박자 쉬더니만...오겠답니다.

원래 집에서 있을 때는 밖으로 나오라는 마눌의 유혹은 절대 안 들리는 사람인디.^^

그렇게 부부는 마주보고 앉아서 각자의 음식을 먹었습니다.

마눌은 마눌이 좋아하는 연어초밥에 오징어볶음만 열심히!

남편은 남편이 좋아하는 연어초밥에 이것저것 골고루!

사실 제가 남편을 부른지라 함께 먹은 식대는 낼 의향이 있었지만..

무심하게 남편에게 무었습니다.

 

“남편, 당신이 밥값 낼래?”

평소 같으면 “당신이 내!” 할 양반이 오늘은 웬일로 자기가 계산을 하겠다고 고개를 끄덕끄덕합니다.

어제 마눌을 약 올린 대가를 지불하고 싶었던 걸까요?

그렇게 부부는 맛있는 점심을 먹고 별일 없었던 것처럼 나란히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잘못했다고 빌지도 않았고, 잘못을 용서한다는 말 한마디 없었지만, 남편은 남편대로 사과의 태도(계산?)를 취했고, 마눌은 마눌대로 남편의 사과를 받아들였습니다.

부부란 그런 거 같습니다. 

서로 말을 하지 않아서 시간이 지나면 어느 순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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