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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남편이 뺏어먹는 내 국수

by 프라우지니 2015.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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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아직도 “비빔국수”라는 한국어 단어를 알지 못합니다.

 

 

“비빔국수(는 한국말로) 먹을래?”

“뭐라고?”

“고추장 넣어서 맵게 비빈 국수(독일어로)”

 

이렇게 말해야 그것이 비빔국수인지 알죠!

한번에 “응”하면 2인분을 하겠구먼. 항상 자기는 안 먹겠다는 남편!

 

그래서 저만을 위해서 비빔국수를 했습니다.

저는 국수보다 야채를 더 많이 넣는지라, 해 놓은 양은 꼭 2인분입니다.

국수 1인분에 야채도 1인분을 넣거든요.^^;

 

 

 

 

비빔국수를 가슴에 안고 우리 방 TV앞에 앉아서 먹으려고 하면 옆에서 남편이 딴죽을 겁니다.

 

“그거 그거 당신이 혼자 먹기에는 너무 양이 많다!”
“걱정 마셔! 반은 야채거든! 사실은 양이 얼마 안 돼!”

“안 돼! 당신 그거 다 먹고 뚱뚱해지면 안 돼! 큰일 나!”

 

그러면서 얼른 주방에 가서 대접 하나를 가지고 옵니다.

자기가 도와줘야 한다고 말이죠!^^;

 

비빔국수 소면이 아닌 파스타용 국수로 했는데도 남편은 참 잘도 먹습니다.

입가에 고추장 양념까지 발라가면서 말이죠.

 

이제는 맵다고 혀를 내미는 일도 없고, 중간에 물을 마시는 일도 없이 아주 잘 먹죠!^^

 

 

어쩌면 남편이 비빔국수를 사랑하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만든 사건도 있었습니다.

 

 

 

 

남편의 저녁은 훈제연어를 올린 빵으로! 마눌의 저녁은 비빔국수였습니다.

 

그렇게 나란히 앉아서 저녁을 먹기 시작했는데..

훈제 연어 빵을 후딱 해 치운 남편이 빈 접시를 아내의 코앞에 들이밉니다.

 

남편에게 안 뺏기려고 마눌은 국수그릇을 안고 돌아 앉아봤지만..

자꾸 뒤에서 궁시랑 거리는 남편이 참 신경이 쓰입니다.

 

“그거 다 먹고 궁디가 더 커지면 어쩔껀데..”

 

“내 마눌이 더 뚱뚱해질까봐 걱정이다.”

 

“궁시렁 궁시렁~~!”

 

 

참다못한 마눌이 한마디 했습니다.

 

“인간아! 그냥 대놓고 말해! 나도 국수가 먹고 싶다고! 마눌꺼 뺏어먹으려고 ”뚱뚱“운운하는 건 비겁한 짓이야! 솔직히 배는 나보다 당신이 더 많이 나왔잖아!”

 

 

 

 

 

그날 남편은 비빔국수를 디저트로 먹었습니다. ^^;

 

마눌이 덜어주는 국수가 만족스럽지 않았었는지, 나중에는 마눌이 먹던 국수그릇을 통째로 가지고 갔습니다.

 

내 나라 음식을 잘먹어주는 남편이 감사하기는 한데, 항상 내 음식을 뺏어먹는 남편은 사실 그리 곱게 보이지 않습니다.^^;

 

음식은 적게 해서 부족한 듯이 먹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남편과 푸짐하게 해서 먹고 남으면 또 먹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마눌이 의견일치를 못 보는 것 중에 하나입니다.^^;

 

중요한 것은 남편은 마눌거 뺏어먹고 배가 부른 상태지만, 음식 빼앗긴 마눌은 항상 허기진 상태이니 남편의 “부족한 듯이 먹어야 한다" 가 아닌 “부족한” 상태거든요.^^;

 

어떻게 해야 안 먹겠다고 해 놓고 뺏어먹는 남편의 습관을 고칠 수 있을지 연구를 좀 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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