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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호텔된 우리방

by 프라우지니 2015. 5.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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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지만 오늘 이야기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지라 여러분께 우리방을 공개합니다.

여러분의 호기심을 충족하시기에는 충분한 사진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아시는 분만 아시겠지만, 저희부부는 현재 시댁에서 월세 300유로를 내면서 살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1341

월세 요구하시는 시아버지

 

처음에는 바로 남편이 출근하기 편한 쪽으로 이사를 나가려고 했었으나, 남편이 생각하는 출발시점(또 어디를 가겠다는 이야기인거죠!)이 마눌의 직업교육이 끝나는 시점인지라 딱 2년만 그냥 시댁에서 살기로 했습니다.

 

네!

남편은 지금 마눌의 직업교육 때문에 오스트리아에 머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렇게 시누이의 건물에 저희부부가 들어왔습니다.

 

시어머님이 입버릇처럼 "옆 건물(지금 우리가 사는 건물:1층에 방하나(남편이 쓰는 침실), 2층에 주방,욕실, 화장실과 작은방 2개)은 시누이 것"이고, "시부모님이 사시는 건물은 남편 몫"이라고 하셨었죠.

 

그래서 그런지 시누이는 비엔나의 새집에서 살면서도 이곳(시댁)의 작은 방 2개는 물론이거니와 주방,욕실등에 시누이가 할머니에게 받은 모든 주방기구들이 다 있답니다.

 

저희가 이사 들어오면서 시어머니는 몇 번인가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번 기회에 니 남편이 옆 건물을 차지하고, 니 시누이는 우리 건물을 주는 것이 좋겠어.  아님, 너희가 옆 건물을 통째로 쓰고, 니 시누이는 다니러 올 때마다 우리 2층에 있는 손님 방에 머물면 되니..”

 

한동안 하시던 말씀을 어느 순간 안 하시는걸 보고 대충 짐작을 했습니다.

아마도 시누이가 싫은 내색을 했을꺼라고..

 

남편은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교를 거쳐서 취업까지 집을 떠나서 20년을 살았지만,

시누이는 대학원까지 집에서 다녔고, 취업하면서 비엔나로 간것이 10년차이거든요.

 

자기가 거의 30년을 살았던 공간인데,

오빠부부가 이사 들어 왔다고 해서 내주기는 쉽지않죠!

 

작년에 비엔나의 새집으로 이사 들어가면서 입주금도 지불 해야했고, 주방이며, 모든 것을 새로 사야했던 시누이는 모아놓은 돈도 거덜이 났을텐데..

 

저희부부가 들어오고 얼마 안 가서 2층 시누이 방 중에 하나에 소파 2개를 들여놓았습니다.

 

시어머니가 “작은방 중에 하나도 오빠에게 양보하지! 거실로 쓸 수 있게!“ 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시누이는 빈 공간에 소파랑 테이블을 들여놓으면서 자신의 공간임을 무언으로 알렸습니다. (물론 제 생각입니다. 저는 눈치가 빠른 한국아낙이거든요.^^)

 

그렇게 저희는 좁아터진 시댁에서 있는 공간을 활용하게 되었습니다.

 

거실이 따로 없어서 침실겸 거실로 남편이 퇴근하면 머무는 곳도 이 곳이요~

뭘 먹는 곳도 이 곳이요~ 잠을 자는 곳도 이 곳이 된거죠!

 

주방도 시누이의 살림이 너무 많아서 저희는 주방 수납공간의 반도 쓰질 못하고 있고,

욕실에도 시누이의 목욕타월과 수건들이 우리것과 함께 주렁주렁 걸려있습니다.

 

한국 같았으면 자신이 없을 때는 치워놨다가 왔을 때 걸어둘 만도 하건만, 서양인들의 사고방식은 우리네와는 다르니 조금 좁아터진 공간이지만 그냥저냥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차피 우리는 딱 정해진 기간만 살게 될꺼니 말이죠!

 

그 날도 침대 위에 앉아서 TV를 보면서 밥을 먹고 있었습니다. 아시죠? 우리 방에는 남편이 사업에 쓰려고 산 55인치 초대형 울트라 HD 4K TV가 저희를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이날 제가 비빔밥을 해 먹었나봅니다. 갑자기 비빔밥이 급 땡기고 있습니다.^^;

 

남편과 테니스를 치겠다고 남편을 데리러 온 친구가 침대 위에서 밥 먹으며 TV를 보는 저를 보고 한마디 했습니다.

 

“와! 완전 호텔이다. 호텔이야! 대형TV앞에 침대에 앉아서 먹는 식사라!”

 

아하~ 그렇게 생각하니 맞는 말입니다.

 

전에 같았으면 식사는 주방에나 TV가 있는 거실에서 먹었을텐데..

 

거실이 없는 지금은 다 방으로 가지고 오고, 먹는 것도 남편이 작업하는 책상 옆이 아니면 편안한 자세로 침대 위에서 먹게되거든요.

 

 

 

저희부부는 좁지는 하지만 호텔 같은 방에, 저녁이면 나란히 책상 앞에 앉아서 각자의 노트북을 째려보며 서로 해야 하는 일을 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지금은 좁다고 투덜거리지만 사실 2년동안 봉고 캠핑카 안에서 투닥거리면서 살던 기간에 비하면 이 역시도 넓디 넓은 종합운동장입니다.

 

그리고! 가지고 있는 환경을 바꿀 수 없으면 내 생각을 조금 바꾸면 되는 거죠!

남편 친구의 말처럼 저희는 지금 호텔 같은 방에서 살고 있습니다.^^

 

거실이 없으니 따로 청소 할 필요도 없어서 좋고, 남편과 나란히 머리를 맞대고 앉아서 공부하니 고개 들 때마다 남편의 얼굴을 볼 수 있어서 좋고!

(전에는 남편은 거실에, 마눌은 주방에서 살았거든요.)

 

주말이면 감자칩 한봉지 들고 침대에 나란히 앉아서 대형TV로 영화를 관람하면 영화관 같은 느낌이 나니 좋고!

 

역시 생각의 차이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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