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생각들

내가 해 주지 못한 이야기.

by 프라우지니 2014. 10. 1.
반응형

 

저는 며칠 전부터 고민 중입니다.

 

“이걸 얘기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상대방에게 말을 해줘야 그 친구에게도 도움이 될테고, 그보다 먼저는 내 속이 더 편해질텐데 말이죠! 내 옆에 앉는 타이완 아가씨한테 물어보니 안하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안하면 내 속은 계속 부글부글 거릴텐데..이건 제 건강에도 치명적인거 같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못하면 속에서 열불이 나는, 조금은 대책없이 솔직하고 바로 질러대는 스탈의 아낙입니다.^^)

 

내가 다니는 독일어반에 베트남에서 온 아가씨가 있습니다.

오페어(Au Pair)로 오스트리아에 와있다는 25살의 아가씨.

 

au pair 오페어: (일반적으로 외국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일자리) 숙식과 월급이라고는 할 수 없는 작은 금액을 용돈명목으로 제공받으면서 6개월혹은 1년간 일을 하게됨

이미 베트남에서 독일어를 배운 후에 A1(완전 기초) 독일어 시험을 보고나서야 독일어권으로 오페어를 올 수 있었다고 하는데, 이미 독일에서 오페어 생활 1년을 한 후에 오스트리아로 온지라 그녀의 독일어 실력은 꽤 수준급이였습니다.

 

하긴 B2(중급)인지라 다들 한 “수다” 합니다.

틀린 문법에 엉성한 발음이기는 하지만 다들 오스트리아에서 산지 꽤 되는 사람들이니 말이죠!

 

같은 B2반이라고 해도 이곳에서 10년 산 사람과 이곳에 온지 몇 달 안 되는 사람의 독일어수준은 상당한 차이가 납니다. 급행으로 독일어를 배우면 사실 6개월 만에 B2 수준까지 올라올 수는 있지만, 10년 산 사람의 노련함과 말하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는 없죠!

 

저도 오스트리아 남자와 결혼한 세월이 7년. 오스트리아를 떠나서 산 세월이 반이상이니 저는 오스트리아 생활 3년차라고 할 수 있지만, 저도 한 수다 하는데다가 오스트리아를 떠나있어도 남편과는 독일어로 대화를 한지라 꽤 빠른 속도로 말하는 실력입니다.

물론 틀린 문법과 엉성한 발음이지만 말이죠.^^;

(뭔 얘기를 하려는지 꽤 서두가 긴디...^^;)

 

17명이 독일어를 배우다보면 모든 이들과 다 친해질 수는 없습니다. 다들 끼리끼리 어울리죠!

금발은 금발들끼리, 흑발은 흑발들끼리, 꺼먼 사람들은 꺼먼 사람들끼리!

 

저는 타이완에서 온 26살의 아가씨, 일본에서 온 50대 아줌마와 친하게 지냈는데.. 아시안 쪽으로도 어울리지 못하고 백인들 쪽으로도 어울리지 못하는 베트남아가씨가 있었습니다.

 

 

하루는 그녀가 궁금해서 쉬는 시간에 말을 한번 걸어 봤는디...

쉬는 시간인 15분 동안 그녀는 내 옆에 서서 쉬지 않고, 그녀가 돌보는 아이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야기하는 도중에 상대방이 물어볼 짬을 주어야 하는데, 그녀는 “모노 드라마”하듯이 그 15분 동안 내내 혼자서 말을 해댔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저는 혼자서 그런 생각을 합니다.

 

“뭐야? 왕따였어?”

 

누군가가 말을 시켜주면 절대 그 사람을 떨어지지 않고 따라다니면서 계속 말합니다. 어느 순간에는 말을 잘라주어야 상대방이 궁금한 점을 물어볼텐데 말이죠! 자기에게 말을 걸어준 사람을 따라다니면서 주절주절 혼자서 끊임없이 이야기를 합니다. ^^;

 

그러고 보니 우리(같이 독일어를 배우는)반 사람들이 한 번씩 그녀랑 말을 한 것은 같습니다.

한 두번 말을 걸어보고는 끊임없이 말하는 그녀에게 질려서 더 이상 말을 걸지 않았던거죠!

그러니 그녀는 왕따처럼 항상 혼자 앉아있었고 말이죠!

 

이런 경우 그녀의 문제점을 말해주어야 하는데..

 

"너는 대화할 때 혼자서 독백하듯이 끊임없이 말을 해대니 상대방에 대화에 끼여들 수가 없어. 말을 하면서 상대방의 반응을 보고 중간에 말을 가끔씩 잘라줘야 상대방이 궁금한 점을 물어볼 수가 있잖아.“

 

이 말을 해줘야 그녀가 자신의 문제점을 바로보고 대응할텐데..

(물론 이건 전적으로 제생각입니다.^^)

 

내짝꿍인 타이완아가씨가 만류를 합니다.

 

“그럼 그녀(베트남아가씨)는 자신의 문제점을 알수가 없잖아.”

“그래도 그냥 둬. 어차피 그건 그녀의 문제잖아.

그리고 그녀가 자신의 문제점을 안다고 해도 자신이 고치지 않으면 그만인것이고..”

“그래도 자신의 문제점을 지적해주면 앞으로 살아가면서 조금 고치려고 노력하지는 않을까?”

“그래도 하지마, 괜히 너만 안좋은 이미지로 남을수 있어.”

 

사실 난 안 좋은 이미지로 남아도 상관없는디..^^;

그 사람이 앞으로 살아가는데 조금 더 긍정적으로 자신의 문제점을 보고 고친다면 내가 그사람의 기억속에 악역으로 남는다고 해도 저는 상관이 없거든요.

 

몇 번 그녀에게 이야기를 해주려고 시도는 했었지만 저는 결국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녀의 정신세계가  나랑은 상당히 차이가 나더라구요.

 

“ 유럽 남자들은 정말 신기해. 나를 저녁에 초대해 밥값으로 2~30유로씩 지불하면서 주차비 10센트를 아끼겠다고 조금 더 저렴한 주차공간을 찾는 거 있지. 왜 2~30유로는 흔쾌히 지불하면서 왜 쪼잔하게 10센트는 아끼려고 노력하는지 모르겠어.”

 

이 말을 듣고 제가 한마디 했습니다.

 

“너는 정말 모르니? 단돈 10 센트를 아끼는 사람들이 아무 이유없이 너를 위해서 2~30유로씩 내겠니? 그 사람들이 너한테 바라는 것 없이 그 비싼 밥값을 내겠니?  그걸 얻어먹는 너는 어떤 식으로든 그 사람들에게 갚아야 하는 것이고..”

 

제가 이상한 것인지 그녀가 이상한 것인지..

저는 더 이상 그녀와 대화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너무도 “잘난 베트남여성”이였고, 베트남이 일본,한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강대국인양 착각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환상 속에 사는 사람으로 느껴졌거든요.

 

나또한 “자랑스런 한국인”이지만 최소한 세계 속에 한국이 어디쯤에 자리하고 있는지, 외국사람들은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고, 한국이 경제적으로 세계 속에 어디쯤에 속하고 있는지는 알고 있는데, 그녀는 베트남이 세계 속에서 어디쯤 위치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듯 했습니다.

원래 외국에 살면 오히려 내 나라의 세계 속의 위치가 더 잘 보이는 법인데...

 

“내가 아니여도 앞으로 누군가가 그녀의 문제점을 이야기 해 주겠지..”

 

이렇게 생각을 바꾸고 나니 저도 속이 조금 편해졌습니다.

 

세상에는 참 별난 사람들도 많고, 나와는 너무도 다른 정신세계를 가진 사람들도 많다는 걸 알았습니다.

 

 

내용이 마음에 드신다면 공감은 눌러주세요.^^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