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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각들

실망스러웠던 이주여성을 위한 파티

by 프라우지니 2014.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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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오스트리아에 돌아오고 이제 3달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저는 여기저기 기회에 되면 자꾸 나다니려는데 힘을 쓰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를 많이 하면서 배우는 것이 꽤 있으니 말이죠!

 

어디를 가도 절대 빈손으로 나서지 않는 성격 덕에 여기 저기에서 이런 저런 안내지를 챙깁니다.

전에 인터뷰 갔던 곳에서 들고 온 안내지 한 장!

 

“지역내 이주여성들을 위한 파티”

 

아무래도 전화는 직접 얼굴을 보고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약간 걱정이 되지만, 그래도 일단 전화예약은 필수인지라 버벅이는 독일어로 예약을 했습니다. 

 

저는 조금 급한 성격인지라 말도 무지하게 빨리합니다. 모국어인 한국어는 물론이거니와 영어와 독일어 또한 빨리합니다. 정확한 발음이 생명인 외국어인데 말을 빨리하게 되면 아무래도 발음이 망가지고 엉성한 대화체가 형성이 됩니다.^^;

이런 연유로 저의 독일어를 항상 “버벅이는 독일어”라 칭하고 있습니다.^^

 

 

 

 

일단은 오스트리아에 살고 있는 이민여성들을 위한 축제이고, 가족들이 함께 참가해도 된다는 안내! 혼자 가기 뭐시기 해서 일단은 남편에게 물어봤습니다.

 

“당신 금요일에 출근하남?”

가끔 남편은 금요일임에도 출근은 안하는 날이 있거든요.

 

“당근이지. 왜?”
“아니야. 출근하면 가서 열심히 일하고 와~ 이주여성을 위한 파티가 있는데, 당신이랑 갈까 했거든, 당신이 바쁘면 엄마랑 가던가 혼자 가야지 뭐!”

 

어딜 가도 “친화력 뛰어나고 잘 노는(=수다) 마눌인지라 남편은 별로 걱정을 안 합니다.

 

 

그리고 시엄니께 여쭤봤습니다.

 

“엄마, 나하고 금요일에 이민여성을 위한 파티 가실래요? 근디..다 이민여성들일꺼예요.”

 

한국에서 “이민여성”하면 동남아 혹은 러시아에서 한국남성과 결혼해서 살려고 오는 여성들이고, 이런 사람들을 보는 한국인의 시선이 그리 곱지는 않죠! 동남아 여성과 결혼한 한국 남성들이 정상(직업,나이등등)이 아닌 듯이 생각 하는 것도 사실이구요.

 

“뭐가 부족해서 외국인이랑 결혼했어. 조건도 나쁘지 않구먼! 쯧쯧쯧”

 

물론 요즘은 인식이 많이 바뀌긴 했지만, 여전히 동남아 이민여성은 조금은 다른 사람취급을 합니다.

 

여기도 그렇습니다.

국제결혼해서 살고 있는 여성들(아시아, 동유럽등등 포함)은 여전히 이방인이죠!

 

그런 여성들이 모인 자리에 오스트리아 시어머니가 참가하는 것도 사실 권장할만한 일은 아닙니다.혹시라도 시어머니가 그곳에 가서 외국인 며느리를 따라온 다른 (오스트리아) 시어머니를 만난다면 아마도 이런 식을 대화를 하시지 않으셨을까 싶습니다.

 

“그래, 당신 아들은 (어쩌다)외국인 여성과 결혼 했수?”

 

물론 이건 전적으로 제 생각입니다. 아시아 출신의 외국인 며느리를 데리고 다니시는 금발의 시어머니들이 모두 다 자랑스럽게 “얘가 내 며느리 라우~” 하시지는 않으시니 말이죠! 우리나라에서 살고 있는 동남아출신 이주여성들을 바라보는 한국인의 시선을 생각하시면 쉽습니다.

 

물론 예상대로 시어머니는 사양하셨습니다.

그래서 저 혼자 갔죠!

 

사실 저의 목적은 한 번의 파티가 아니고, 그 이후에 정기적으로 만나서 서로 대화도 하고, 그러면서 오스트리아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정보들도 얻게 되면 좋다고 생각했죠. 정치인, 의사와의 대화도 있고, 그 외 이 지역에 살고 있는 다른 이주여성도 알아두면 좋겠고 말이죠.

 

 

 

 사진은 함께 호박양초 만들기를 하는 중의 모습입니다.

 

집에서 자전거 10분 거리에 있는 곳이라 저는 집근처의 지역에 신청을 했고, 린츠 시내에서도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또 다른 모임이 있다고 알고 있었는데, 제가 갔던 지역모임에 참석인원이 겨우 3명인지라 저희는 급하게 차를 타고 린츠시내에 모임에 가야만 했습니다.

 

저는 엄청나게 많은 인원을 기대했었는데, 두 지역의 합해서 모인 인원은 달랑 10명.

이런 모임에 관심이 없는 것인지 아님 홍보가 잘 안 돼서 사람들이 못 온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 생각에는 후자인거 같았습니다. 저도 이곳의 파티는 제가 챙겨온 안내지를 보고 직접 전화해서 왔으니 말이죠! 제대로 홍보만 했었다면 꽤 사람들이 모였을텐데..

 

이날 파티는 이주여성들이 함께 식사를 하면서 “오스트리아의 음식, 이웃 친구, 언어(독일어)같은 주제로 이야기한다고 했었습니다.

 

파티이고 음식도 나온다고 해서 저는 무지하게 기대를 했습니다. 사실 점심도 빈약하게 먹었습니다. 오후2시부터 6시까지이니 점심을 먹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죠!

 

 

 

 

결론적으로 그날 제가 먹은 음식이라고는 달랑 호박스프 두 컵 (커피 잔으로)이였습니다.

이날 제가 혼자서 궁시렁거린 말입니다.

 

파티라며? 그래서 점심도 제대로 안 챙겨 먹었었는데. 달랑 호박스프 두 컵?“

 

대장의 메아리(꼬르륵)가 밖으로 새어 나갈까봐 배를 쥐어틀면서 그 자리에 앉아있었더니만, 저녁이 다 되가는 시간에 나온 호박스프!^^; 마음 같아서는 호박스프가 담긴 커다란 들통을 통째로 끌어않고서 퍼먹고 싶었지만, 체면상 남들은 한 컵만 먹는 호박스프를 한 번 더 갔다가 먹는 걸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빈 속에 호박 물 2컵 붓는다고 위가 차는 것도 아니였지만 말입니다.

 

앉아서 뭔가를 듣기는 한 거 같은데, 오늘의 주제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들!

그리고 시작된 뜬금없는 만들기 교실!

 

 

 

 

어디선가 사왔는지 가격표를 급하게 떼어냄과 동시에 등장한 호박들.

저는 얼떨결에 호박 안에 양초가 들어갈 수 있게 파내야 했습니다.

 

호박양초를 만든 다음에는 제각각 자기가 만든 호박을 들고 기념사진도 찍었습니다.뭐 한 것도 없고, 삶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도 들은 것이 없는데, 4시간을 그렇게 후딱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그곳을 떠나는 여성들에게는 자신이 만든 호박양초가 손에 쥐어졌습니다.

그 곳을 나서면서 저는 속으로 궁시렁 거렸습니다.

 

“뭐시여? 내가 지금 만들기 교실에 왔던 것이여??”

 

저는 이곳에서 뭔가(정보)를 얻어가려고 왔었는데, 뭔가(호박)를 얻어 가기는 합니다.

제가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말이죠.

 

저의 4시간을 호박 양초 한 개와 호박스프 한 컵과 맞 바꾼 것이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별로 건진 것이 없기는 하지만, 다음번에는 뭔가 오스트리아에서 살아가는데 유용한 정보들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만들기 교실”을 한 이곳은 정부의 여러 부처에서 지원을 받아서 운영 되는 듯 보였습니다. 일종의 복지 차원에서 이주여성들을 위한 협회를 만들어놓고 뭔가를 한다는 보고서도 제출해야하니 사진도 열심히 찍어댑니다. 사실 한 것도 없는데, 사진만 뭔가를 한 것처럼 열나게 찍어댔습니다.

 

이곳의 이런 풍경이 보면서 한국이 생각났습니다. 한국에서도 이런 비슷한 모습을 본적이 있는 것도 같고 말이죠. 한국에도 이런 이주여성들을 위한 비영리 단체들이 엄청나게 많죠!

 

비영리이기 때문에 정부의 여러 부처의 지원은 꼭 필요한 것이고 말이죠. 정부에서 얻어낸 돈으로 운영되는 이런 단체들이 사실 이주여성이 한국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정보를 주고, 지원해주는 것이 아니라 이런 여성들을 모아놓고 만들기 교실만 한 달에 한 두번 하는 걸로 뭔가를 해준 것 같이 생색을 냅니다. 실제로 이주여성들이 필요한 것은 유치원에서나 하는 만들기 교실이 아닌데 말입니다.오스트리아의 복지정책에서 한국을 본 날입니다.

 

아! 마지막으로 말씀드리자면 이날 저 혼자 간 것은 정말 다행이였습니다. 저 혼자만 실망했으니 말이죠. 시어머님이나 남편과 함께였다면 곱빼기로 실망했을 자리였으니 말이죠!

다음번에는 뭔가 조금 더 현실적인 정보나 도움을 얻게되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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