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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이야기

오스트리아 사람들의 친절

by 프라우지니 2014.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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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에서 외국인으로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한마디가 있습니다.

 

“차가운 오스트리아 사람들”

 

한마디로 냉정하다는 얘기입니다.

 

외국인이기 때문에 가끔씩은 그들의 멸시에 찬 눈빛도 받아야 하고,

같은 손님이여도 외국인인 나에게는 친절보다는 무례하게 구는 가게의 점원들도 있고,

 

이런저런 사소하지만 사람의 감정을 상하는 일들이 있다 보니..

 

오스트리아에 살아가면서도 오스트리아 사람들에게 조금씩 더 적대적이 되어가는 것이 외국인의 현실입니다.

 

(물론 이건 나를 포함한 내 주변의 사람들 이야기입니다.  안 그렇게 생각 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걸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쉬울 거 같습니다.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동남아시아 사람들!

 

우리보다 피부가 검다는 이유로 그 사람의 직업이나 학벌에 상관없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무시를 당하죠!

 

자기네 나라에서 대학졸업하고도 우리나라에 와서 공장이나 공사판의 허드렛일을 하면서 우리나라에서 돈을 벌고 말이죠!

 

우리가 유럽에 유학을 왔던, 긴 출장을 왔던, 결혼해서 살러왔던 그런 자세한 이야기는 접어둔 채 밖으로 보이는 외모(동양인)만으로, 혹은 버벅이는 독일어 실력으로 그들은 우리를 판단하고 무시합니다.

 

우리가 유럽에 오면 우리에게 무시당하면서도 한국에 살아가는 동남아시아 사람들의 처지. 딱 그 처지가 되는 겁니다. 거리에서 만나는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에게는 말이죠!

 

오스트리아에서 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 오스트리아 사람들에 대한 거리감만 생겼던 것이 사실이였습니다. 물론 직장이나 독일어 학원에서 만나는 사람들이야 서로를 알게 되고 친구가 되는 과정을 거친지라 친하지만...

 

그 외 사람들한테는 일부러 쓸데없는 미소를 흘리지않고 나도 그들처럼 차가운 얼굴로 사람들을 쳐다보는 단계가 되었었습니다.

 

그렇게 오스트리아에 살면서도 이곳의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살고 있을 때 쯤이였죠!

 

그라츠의 무어 강변을 따라서 열심히 자전거를 달려 집으로 가는 길이였습니다.

안경이나 선그라스를 쓰지 않은 상태로 열심히 달리다 보니 날파리가 눈에 들어갔는지 갑자기 눈을 뜨기 어려운지라 자전거를 일단 세우고 주변을 돌아봤습니다.

 

강변이여도 시내쪽이 아닌지라 인적도 드문데다가, 마침 거울도 없는지라 눈에 무슨 일이 있어났는지 볼 수도 없었습니다.

 

대충 뭔가가 있다고 짐작되는 곳을 손으로 닦아내는 것 밖에는..

 

그렇게 자전거옆에 서서 한동안 머뭇거리고 있으니 할아버지 한 분이 오셨습니다.

 

달리다가 서서는 서성이는 것이 걱정이 되어서 한동안 보고 있었노라고 하시면서 무슨 일이냐고 물으십니다. 눈에 뭔가가 들어갔는데, 눈을 뜰 수 없다고 하니 얼른 내 눈을 살펴보시고는 주머니에서 꺼낸 하얀 휴지로 내 눈에 들어있는 날벌레을 꺼내주십니다.

 

날벌레 때문에 눈에 고였던 눈물까지 닦아주시고는 고맙다는 말할새도 없이 할아버지는 오셨던 길로 가셨습니다. 그렇게 저는 오스트리아 할배에게서 도움을 받았었습니다.

 

정말 필요할 때 받은 도움인지라,

얼마나 감사했는지는 말로 표현할 수도 없는 것이였습니다.

 

그리고 또 한번!

그라츠 시내에서 내 자전거가 탈이 났습니다.

 

 

 

자전거에 항상 묶고 다니던 헌 양말이 풀려서 자전거 체인에 걸렸는데..

 

앞으로도 뒤로도 빠지지 않는 상태인지라, 그걸 빼려고 시도를 하다 보니 손은 체인의 기름검정으로 더러워졌고, 하필 젤 중심지로 들어가는 차도옆 골목인지라 오가는 사람들도 많아서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자전거가 이 모양이면 끌고 가지도 못하니 낭패중에 낭패였습니다.

 

그때 학생으로 보이는 청년이 내 자전거 꼴을 보고는 얼른와서 거들기 시작합니다.

 

역시 남자의 힘이 다른지라 앞뒤로 몇 번 흔들더니 양말을 쉽게 체인에서 꺼냅니다.

체인에 걸린 양말은 꺼내서 다행인데, 청년의 손은 기름 때문에 꺼매져버렸습니다.

 

골목 끝에는 바로 그라츠의 젤 중심지이고 사람들이 버글거리는 곳인데..

손 씻을 곳도 찾을 수가 없을 텐데..

 

내 자전거가 다시 달릴 수 있다는 걸 확인한 청년은 더러운 손을 흔들며 사라졌습니다.

내 손이 더러워서 악수하자는 소리는 못하겠고, 몇 번이나 고맙다고 했었습니다.

 

그렇게 정말 도움이 필요한 때 오스트리아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고난 후에야 알았습니다.

그들은 항상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는 것을!

 

그들의 차가운 얼굴 뒤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줄 따뜻한 마음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이제는 나도 그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려고 노력을 합니다.

 

 

 

 

예전 같으면 혼자서 고민하다 말았겠지만 이제는 내가 모르는 것은 사람들에게 묻습니다.

 

수퍼마켓에서 양배추를 사려는데 두 가지의 가격이 있습니다.

아무리 봐도 모르겠어서 장보러 오신 오스트리아 아주머니께 여쭤봤습니다.

 

두 가지의 양배추가 뭐가 틀린지..

 

“65센트짜리는 동그랗게 생긴 것이고, 89센트짜리는 생긴것도 넙적하고 이것이 더 연하고 물이 많아.”

 

아하! 그렇군요. 양배추도 해 먹고 싶은 요리에 따라서 고를 수가 있군요.

저는 야채스프를 할 것이니 그냥 싼 kg당 65센트짜리로 샀습니다.^^

 

도움을 요청하면 그들은 항상 도와줄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지금은 스스럼없이 그들에게 묻고 도움을 받습니다.

 

저에게 2번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저는 지금까지도 오스트리아에 살면서 “오스트리아 사람들이 얼마나 차가운지 알아?”하는 소리나 하고 있었겠죠!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따뜻합니다.

외국인이라는 자격지심만 버린다면 그들의 따뜻한 마음과 도움을 느끼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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