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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온 손님과 시어머니

by 프라우지니 2014.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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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는 아들 내외랑 한 집에 살아서 제일 좋은 일중에 하나는 대화할 상대가 있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대화 할 상대”는 바로 당신의 며느리를 말씀하시는 겁니다.^^

물론 아빠랑 말씀을 안 하시는 건 아니지만, 성별이 다른 사람과의 대화와 성별이 같은 사람과의 대화는 대화의 품질이나 격이 다른 거죠!^^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가장 불편한 사이라고 하지만, 서로를 생각하고 배려하는 조건이라면,세상에서 제일 좋은 사이가 될 수도 있는 사이인거 같습니다.^^

 

같이 살면서 느끼는 건 제 시엄마는 참 귀여우신거 같습니다.

평소에 감정을 잘 못 숨기시구요, 바로 바로 표현하십니다.^^

 

며느리 방에 문을 두드리고 들어오셔서는 입을 내밀고 한마디 하십니다.

“나 지금 화났어!^^;”

 

물론 저 때문에 화가 난건 아니지만 그래도 일부러 오셔서 말씀하시니 물어봐야 하는 거죠!^^

“왜 울엄니가 화가 났을까요? 또 아빠가 뭐라고 하세요?”

“아니, 느그 시고모 때문에 화났어!^^;”

 

 

 

 

 

저희 시고모가 잘츠부르크에서 린츠로 (시집 간)딸과 두 손자들 데리고 놀러오셨었습니다.

거리로 따지자면 잘츠부르크에서 린츠까지 1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여서 하루 나들이로도 충분한 거리이지만, 시고모님은 하룻밤 묵어가기를 청하셨거든요.

 

일행은 오전 10시도 안 되서 시댁에 도착했습니다.

여자 둘(시고모, 시고모 딸)에 남자둘(손자 둘)이니, 여자 둘에게는 손님방이 제공됐고, 손자 하나는 손님방으로 들어가는 작은 통로에 놓인 싱글침대를, 또 다른 손자는 시아빠가 TV방으로 이용하시는 공간에 침낭을 깔고 묵기로 결정을 하고 린츠시내로 구경을 갔습니다.

 

두 손자들이 린츠에서 제일 크다고 하는 쇼핑몰(집에서 걸어서 3분거리) Plus city 플러스시티를 구경 해 보지 못해서 겸사겸사 할머니가 딸과 손주들을 챙겨서 오셨다고 합니다.

온 김에 하룻밤 머물면서 린츠시내도 구경하고, 쇼핑몰도 구경하고 말이죠!

 

일단 집에 손님이 오면, 집 주인은 할 일이 많습니다.

침대보랑 이불도 손님이 잠잘 수 있게 손봐야 하고, 저녁도 준비해야 하고, 아침까지 챙겨야 손님접대가 끝나는 거죠! 물론 이 모든 일은 안주인이 해야 하는 일들입니다.^^;

 

시엄마는 손님들을 위해서 저녁을 준비하고, 아침도 준비를 해 놓고, 하룻밤 머물고 떠나는 날이 시고모 딸의 생일인지라 부모님이 일행 4명을 다 점심 초대했다고 합니다.

 

시아빠가 매년 겨울에 잘츠부르크로 스키여행을 가셔서 항상 시고모댁에서 1주일 머무시면서 시고모부랑 같이 노르딕 스키도 타러 다니시고, 스키투어(스키를 타고 산 넘어서 다니는) 다니시는데, 그때마다 시고모 댁에서 푸짐한 대접을 받으셨다고 하셨거든요.

그러니 이번에 시고모가 오셨으니, 이번에는 시아빠가 대접 하시고 싶으셨던 모양입니다.

 

시고모는 저녁도 NO, 그 다음날 아침도 NO, 생일 축하 점심초대에도 NO!

그냥 방에서 잠만 자는 것까지만 하겠다고!

 

저녁도 밖에서 먹고, 그 다음날도 잠만 자고 나가서 쇼핑몰에 가서 아침을 먹겠다고 하더랍니다. 불편하게 하는 것이 싫어서 사양하는 건 알겠는데, 준비한 사람은 기껏 준비해놨는데, 하나도 OK 하는 것 없이 다 NO 만 외치니 김이 새는 거죠!

 

시엄마가 그런 상황이셨고 말이죠!

기껏 준비해 놨는데, 다 사양하니 괜히 화가 나셨던 모양입니다.

그걸 하소연할 상대를 찾아서 며느리에게 오셨고 말이죠!

 

불편하게 하지 않으려고 아무것도 준비하지 말라고, 그냥 방에서 잠만 자는 것으로 민폐를 끝내겠다는 시고모와 손님이니 극진하게 대접 해 주고 싶은 시엄마 사이의 관계를 보는 며느리는 두 사람 다 이해가 됐습니다.^^

 

시댁에는 매주 일요일 시아빠의 형제분들이 오셔서 카드놀이를 하십니다.

 

매주 일요일 오후에 오셔서 카드놀이를 즐기시다 저녁때 가시는데, 같은 단지에 사시는 시 작은 아버지는 당신이 마시는 맥주를 아예 사다놓고 마시지만, 맥주를 안 드시는 시 큰아버지 내외는 오셔서 카드놀이 하는 동안 내내 수돗물만 마시다가 가십니다.

 

처음에는 시엄마가 손님접대를 야박하게 하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우째 아주버님 내외가 오시는데, 물만 마시게 둘 수가 있는지..^^;”

하다못해 쥬스나 케잌이라도 구워서 손님대접을 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함께 살다보니 이해가 되었습니다.

한 달에 한번 오는 것도 아니고, 매주 한 번씩, 너무 자주 방문하는 것도 문제라면 문제였지만,

동생내외가 손님접대 하느라 불편할까봐, 오실 때 이미 저녁식사를 마치시고 오시는 시 큰아버지 내외셨고, 게임하는 동안에 대화를 많이 하니 물만 마시면 된다고, 쥬스나 케잌을 미리 준비해놔도 절대 안 드시는 일이 반복되다보니 이제는 당연히 물만 드리는 상황이더라구요.

 

저도 그렇습니다.

남의 집에 방문하면 “뭐 마시겠냐”고 묻는 질문에 항상 같은 대답입니다.

 

처음에는..

“됐어. 마시기는 뭘! 금방 갈꺼야!”

 

그러다가 대화가 조금 길어져서 정말 뭔가를 마시자고 권할 때는..

“물 한잔만 줘! 수돗물!”

(이것이 젤 저렴한 음료니 말이죠!^^/네, 오스트리아에서는 대부분 수돗물 마십니다.)

 

음료와 함께 나온 과자류는 되도록 먹지 않습니다.

그 과자가 내가 사온 것이라면 얘기가 달라지지만 말이죠!^^

 

혹시라도 누군가의 식사초대를 받게되면 메뉴중에 젤 저렴한 것으로 주문합니다.

계산하는 사람이 배려(?)해서 말이죠!

 

우리 집을 찾아온 누군가가 제가 다른 집을 방문했을 때 하는 것처럼 하고, 제가 한 식사초대에서도 젤 저렴한 메뉴를 주문하는 것처럼 주문하는걸 보면..

 

“왜 그래? 그냥 마시고 싶은거 말하고, 먹고 싶은 메뉴 말하지!

어차피 얻어먹었다는 소리 듣는 건 마찬가지인데!”

 

하지만, 내가 대접받는 상황과 내가 대접하는 상황은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으니 뭐라고 정의내리기도 참 어렵습니다.^^;

 

시엄마를 화나고 불편하게 만드셨던 시고모는 정말로 시댁에서 잠만자고 가셨습니다.

 

도착한 날 저녁은 영화까지 보고 10시가 다된 시간에 도착해서 저녁식사를 피하셨고, 그 다음날 아침도 아침 8시에 일어나셔서 집근처에 있는 쇼핑몰에서 가서 아침식사도 하고, 쇼핑도 한 다음에 잘츠부르크로 돌아간다고 인사를 하고 가셨다고 합니다.

 

시댁에 함께 살고있는 날나리 며느리는 집에 손님이 찾아왔지만, 얼굴 한번 내밀고 악수 한번씩 하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습니다. 물론 가시는 것은 자느라고 보지도 못했습니다.^^;

 

오늘도 며느리는 시엄마옆에 딱 붙어서 누군가 시엄마를 불편하게 하면 그것에 대해서 시엄마랑 뒷담화를 시작합니다. 그것이 사물일 때도 있고, 사람일 때도 있지만 사랑받는 며느리의 기본은 “어떤 상황에서도 시엄마편”이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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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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