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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가 물려주신 옷

by 프라우지니 2014.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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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제가 요즘 시댁에 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외국인 시부모님 밑에서 엄한(?)시집살이는 하는 건 아니구요.

그래도 한국인 며느리답게 시부모님 공경하며 즐겁게 해드리려고 노력을 합니다.^^

 

제 시엄마는 저랑은 다르게 유행에 민감하시고 쇼핑도 즐기십니다.

 

저요? 저는 유행하는 옷에도 별로 관심이 없고, 있는 옷 그냥 깨끗하게 세탁해서 입고 다니는 유행에 별로 관심이 없는 아낙입니다. 그러고 보니 옷 사는 일도 드무네요.

그렇다고 벗고 사는 건 아닙니다.^^

 

하긴 우리 (시)엄마는 연세도 드실만큼 드셨고, 매달 나오는 연금으로 하시고 싶은 거 하시면서 남은 인생을 즐겁게 사셔야 할 연세이십니다.^^

 

얼마 전에는 저를 살짝 부르시고는 머뭇거리시면서 말씀을 안 하십니다.

“엄마, 왜요? 뭐 하실 말씀 있으세요?”

“아니.. 그게.. ”

“뭔데요?”

“이거”

 

하시면서 뭔가를 내 놓으십니다.

 

"엄마, 옷 새로 사셨어요? 예쁜데요!^^

 

침대위에 바지와 남방을 보고 말하는 며느리를 보시고는 살짝 웃으시더니만..

 

“이거 내가 입으려고 샀던 건데.... 내가 살이 쪄서..”

 

어머니는 아직 새 옷인 그걸 며느리에게 주고 싶으셨던 모양입니다.

 

사실 엄마가 그 옷을 사셨던 때를 무지하게 아프셔서 살이 많이 빠지셨던 시기였습니다.

 

뉴질랜드에서 지낼 때 한 달에 한 번씩 스카이프로 화상통화를 했었는데, 무심한 아들은 엄마의 얼굴이 반쪽이 된 걸 알아보지 못했지만, 며느리는 기가 막히게 집어냈었습니다.

 

“엄마, 다이어트 성공하신 거예요? 얼굴이 반쪽이 되셨어요.”

 

평소에 다이어트를 입에 달고 사셨던 시엄마이신지라 정말 다이어트를 하신 줄 알았거든요.

얼굴이 반쪽이 됐다는 며느리의 말에 시부모님은 얼른 말을 얼버무리셨는데..

 

그때 시어머니는 병원에서 큰 수술을 받으셨었다고 합니다. 외국에서 지내는 아들내외가 걱정할까봐 알리지는 않으셨지만, 수술직후여서 살이 많이 빠진 상태를 숨기지는 못 하셨던거죠!

 

나중에 귀국해서야 그때 엄마가 많이 아프셨고, (시)아버지의 병간호를 받으시면서 회복되셨다는 걸 알고 며느리는 많이 죄스러웠습니다.

 

그때쯤 엄마는 옷을 많이 사셨던 모양입니다.

 

살이 심하게 많이 빠지니 평소에 입어보지 못했던 작은 사이즈의 옷을 마구 사들이셨는데, 다시 건강이 회복되시면서 살이 도로 붙기 시작했고, 더 이상 작은 사이즈의 옷을 입으실수 없으시니 장롱 한쪽에 잘 두셨던 모양입니다.

 

그때 사셨던 옷들중에 버릴 것은 버리고,며느리가 입으면 잘 어울릴거 같은 옷을 한 벌 고르셨던 모양입니다. 그옷을 주고 싶으셨지만 한참 망설이였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이 옷을 너 주려고 버얼써 오래전에 골라놨는데..”

“엄마, 이쁘네요. 근데 저도 요새 살이쪄서 맞으려나 모르겠어요.”

“근데.. 니가 맘에 안 들면 안 입어도 돼!”

 

“비싼거라.. 남 주기는 아깝고..”

 

오히려 주시는 시엄마가 며느리의 눈치를 보십니다.

 

엄마가 옷을 주시면서 더 미안해하시는 걸 더 이상 볼 수가 없어서 얼른 주신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제가 살이 조금찐지라 똥꼬가 바지를 찝어 먹기는 했지만 그래도 편안합니다.

 

 

 

 

제 시엄마가 저에게 물려주신 한 벌의 옷입니다. 낼 모래 70이 되가시는 연세답지 않게 옷을 고르시는 안목은 훌륭하신지라 40대 아낙이 입어도 무난한 디자인입니다.

 

저는 시엄마가 물려주신 이 옷은 부모님과 함께 외출할 때 자주 입습니다.

 

주실 때는 너무 미안해 하셨지만, 며느리가 입은 모습을 보시는 건 좋아하시는 거 같아서 며느리는 자주 입으려고 노력을 합니다. 며느리를 생각해서 챙겨주신 것을 너무도 잘 아는 까닭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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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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