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남편들이
그런지 모르겠지만,
내 남편은 마눌 말은
지지리도 안 듣습니다.
내 속으로 낳은
아들이었다면 팡팡
패서라도 가르쳤을 텐데,
머리 다 굵어 만난 인간이다
보니 패려고 시도 했다간
오히려 내가 맞을 거 같아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잔소리뿐.
내 남편은 뭘 하라고 해도
말 겁나게 안 듣는 5살
꼬맹이지만 그래도 잊지않고
잔소리를 하는 나는야
5살 꼬맹이를 키우고 있는
그의 아내.
이번에 잘츠부르크에 가보니
크리스마스 시장을 누비고
다니는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꽤나 많던데 이제는 겨울도
유럽여행은 성수기인 모양입니다.
한국인 여행객에게는
신기하게 보일지 모르는
크리스마스 시장이지만,
유럽에 살면서 해마다
보고 또 보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그런 크리스마스 시즌의
풍경일 뿐이죠.
단지, 시장에서 파는
따끈한 글뤼바인의 가격이
해마다 올라간다는 것
하나로 물가가 겁나게 하늘로
치솟고 있음을 느낄 뿐이죠.
살만한 것도 사먹을
만한 것도 별로 없고 비싸기만 한
크리스마스 시장을 찾는
현지인은 별로 없을거 같지만
생각 외로 많은 현지인들이
추운데 벌벌 떨면서 서서는
삼삼오오 둘러서서
글뤼바인을 마십니다.
내가 생각하는 그 이유는
겨울의 낭만을 느끼기 위함이죠.
크리스마스 시장은 11월 말부터
크리스마스 전까지만
오픈하는 장소이니 그맘때쯤
모여서 함께 크리스마스의
낭만을 즐기는 거죠.
남편이 평소에는 만나지 않는
직장동료를 밖에서 만나는
때도 바로 이때.
남편이 간만에 퇴근 후
린츠 시내에 나간다고
집을 나섰죠.
어딜가도 물귀신처럼
마눌을 끌고 다니는 남편이
마눌을 놓고 가는 곳이
몇 군데 있는데 그중 한군데가
바로 회사 동료들을 만나러 갈 때.
이미 어두워진 시간에
집을 나서는 남편에게
딱 한마디만 했습니다.
“추우니까 안에 따뜻하게
챙겨 입고 다운 자켓 입고 가!”
말 겁나게 안 듣는 남편은
다운 자켓 대신에 가죽 자켓이라고
하기엔 두툼하지만 무스탕이라고
하기에는 얇은 자켓을 주어
입기에 남편 목에다 내 목도리만
찡찡 동여매서는 내보냈습니다.
퇴근하자마자 저녁도
안 먹고 바로 나가기에
“크리스마스 시장에서
글뤼바인에 소시지라도 사먹어”
했었는데, 끼니는 건너뛰고
글뤼바인만 마신 것인지
집에 오는 길에 남편이
전화를 해왔었죠.
“뭐 먹을 거 있어?”
추운데 한참 떨었을
남편을 위해서 물에
신 김치를 풀고는 얼른
냉동실에 있는 김치 만두를 넣고
김치만두국을 만들어서
남편이 집에 오자마자
바로 갖다 바쳤죠.
벌벌 떨면서 집에 온 남편은
만둣국을 먹고 목욕을 하고는
춥다며 잠자리에 들었는데..
다음날 아침, 6시 알람에
눈을 떠서 남편의 출근준비를
하려는 나에게 던지는
남편의 한마디.
“나 출근 못할 거 같아.”
“왜?”
“감기가 온 거 같아.”
내가 따뜻하게 입고 나가라고
할 때는 말 안듣더니만
추운데 조금 떨었다고 온몸으로
감기를 영접하신 남편.
ㅠㅠ
남편은 회사에 이메일로
병가를 알리고는 그냥 침대로
쏘옥~
남편이 린츠에 다녀오면서
샀던 24시간짜리 티켓으로
나도 린츠 시내에 나가려고
했었는데, 누워서 침대에서
신음(?)하고 있는 남편을
버리고 외출하기도 그렇고..
내가 나간다고 하면 가지
말라고 할 인간은 아니지만
그래도 남편이 아프다는데
마눌이 밖에서 팔랑거리면서
놀러다니는건 아닌 거 같아서
자제를 했죠.
다음날은 회사에 잡혀있는
미팅도 있다고 했었는데
남편은 출근 대신에 자신을
대신할 수 있는 직원을
물색하라는 이메일로
자신의 책임을 대신했죠.
“당신이 아프다고 병가를 내면
전날 저녁에 당신이랑 함께
글뤼바인을 마신 사람들은
뭐라고 생각하겠어?
어제는 멀쩡했는데
술 마시고 다음날
병가 냈네? 할거 아니야.”
함께 모여 즐겁게 술 마시던
사람이 다음날 감기 걸렸다고
병가를 냈으니 함께 했던
사람들은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는데 거기 있는 사람들이
남편처럼 저질체력이라면
그중 한둘은 남편처럼
감기로 병가를 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남편도 겨울에 한두 번
감기로 병가를 내는데,
시누이를 봐도 검도에
다양한 스포츠를 취미로
두고있음에도 자주 아픈걸 보면
백인들이 의외로 면역력은
약한 모양입니다.
저질 체력의 남편과는 달리
한국인 마눌은 면역력
만렙이라 하루 종일 기침
해대는 남편과 같은 침대를
쓰고 있지만 멀쩡하죠.
하긴, 나는 남편이 코로나를
앓을 때도 그 옆에서 멀쩡하게
그 시간을 보내며 아픈 남편을
챙겼더니 남편이 “내 마눌은
강철체력”인줄 알더라구요.
ㅋㅋㅋ
남편은 병가중이라
하루 종일 집에 있고,
아픈 남편의 삼시 세끼를
챙기던 나는 앞으로
3일간 근무가 있죠.
직원도 부족한데 남편 때문에
나도 감기에 걸리면
어떡하나 하는 약간의
걱정이 무색하게 멀쩡한
상태라 나는 출근을
하지 싶습니다.
남편은 열나고 콧물 나는 때
는 살짝 지난 거 같아서
마눌이 없어도
하루 종일 잘 찾아 먹고,
잘자고, 잘 지내지 싶습니다.^^
다녀가신 흔적은 아래의 하트모양의 공감(♡)을 눌러서 남겨주우~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일상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리에서 날 알아보는 사람들. (11) | 2024.12.26 |
---|---|
남편의 원색적인 취향 (36) | 2024.12.20 |
나는 한강의 소설을 독일어로 듣는다 (35) | 2024.12.16 |
나는 지금 이중 국적자 (37) | 2024.12.12 |
나는 매일 밤 바쁘다. (42) | 2024.12.10 |
나도 받았다. 기부 요청 편지 (35) | 2024.12.06 |
내가 사재기 한 한국 식품,쌈장 (40) | 2024.12.02 |
나의 기술은 진화한다 (41) | 2024.11.30 |
다 이루었다. 대한항공 소멸되는 마일리지 사용 (31) | 2024.11.26 |
놀라운 테무의 포토샵 실력 (29) | 2024.11.2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