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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남편도 알아버린 나의 중고 거래

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21.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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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있었습니다,

아니 잊지는 않았지만

잊으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동료는 나와의 판매 거래를 잊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했었습니다.

 

성격 급한 나에게는 길어도

너무 긴 한달이었으니 말이죠.

 

우선 내 성격을 설명하자면..

성격이 급한 나는 해야겠다는

일이 생기면 바로 해치워 버리죠.

 

요양원에서 근무를 할 때도

어딘가에서 호출 벨이 울리면 벌떡

일어나서 그 방으로 출동을 합니다.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중에는

천천히 가도 되는 경우가 있지만,

넘어진 상태에서 손목의 시계처럼 차고

있는 호출기를 누르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래서 호출이 울리면 바로 반응을 해야 하죠.) 

 

매번 나만 벌떡 일어나는 일이 반복되니

동료들이 날 이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도 들지만..

 

호출벨이 울리면 안 들리는 척,

모르는 척 하는 동료도 있고,

 

호출하는 걸 알면서도 서로가 안 가려고

뭉그적거리고 서로의 눈치를 보는 것보다는

그냥 내가 일어나는 것이 속이 편합니다.

 

물론 일어나는 내 맘도 좋은 맘은 아니라

호출한 곳으로 가면서 궁시렁 거리죠.

 

일하러 와서 그렇게 눈치 보면서

일을 피하면 마음이 편하냐?”

 

물론 이건 일 사이로 피해가려는

한심한 동료들에게 하는 나의 독백입니다.

 

할 일이 눈에 보이면

누구라도 일어나서 해야 하는데,

 

시간아 흘러라~

내가 안 가면 누군가는 가겠지.”

하는 꼴 보기 싫은 동료들이 있거든요.

 

동료네 집에 가서 동료가 나에게

팔겠다는 도자기들을 보고 온후,

 

바로 접시들을 포장해서 나에게

넘길 줄 알았었는데,

동료는 감감 무소식!

 

 

 

 

팔겠다면서 왜 안 가져 오는데?”

하고 독촉하는 것도 우스워서 그냥 기다렸죠.

 

오스트리아의 명품도자기인

그문드너로 갈아탄다는 동료가

나에게 접시들을 사겠냐고

집으로 보러 오라고 했었죠.

 

터무니 없는 가격인 10유로에

많은 그릇들을 다 주겠다니

처음에는 가격에 혹했습니다.

 

새것도 많다는데 10유로라니!

 

가서 물건을 보고는 10유로만 내기는

양심에 찔려서 30유로를 내겠다고 했었지만,

 

동료는 차가 없는 날 위해서 집까지

배달해주겠다는 조건으로

20유로에 낙찰.

 

물건의 가격과 배달 방법까지는

다 이야기가 됐는데,

 

구체적은 언제?”라는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접시를 놓을 공간이 부족해서

자신이 쓰던 접시를 팔겠다고 하니

 

당연히 1~2주일이면 해결이

되는 일인 줄 알았었는데..

 

동료는 잊은 듯이 말이 없었죠.

 

그렇게 한달이 한참 넘은 시점에

드디어 동료가 연락을 해왔습니다.

 

포장이 끝났으니 배달을 오겠노라고..

 

 

 

 

오전 9시 동료가 오겠다는 시간에

맞춰서 집 앞에서 기다렸습니다.

 

나는 종이 박스에 포장을

해올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플라스틱 통 2개에 접시들을 담아왔으니

얼른 플라스틱통을 비워주기.

 

동료와 거래한 흔적이 없어야 하는데

우리 집에 커다란 플라스틱 통이

2개나 있으면 안되는 상황.

 

자전거로는 운반이 불가능한 플라스틱 박스이니

바로 돌려줘야 해서 모든 접시들을

그냥 땅바닥에 널어놓기.

 

접시를 주러 왔으니

접시만 주고 가는 줄 알았는데,

 

동료는 우리 집앞에 차를 세우고,

차 안에는 아이 2명까지 있는데

나랑 수다를 30분이나 떨었습니다.

 

아직 어린 아이들이 차안에서

앉아 있기가 지루했는지

 

차 밖으로 서너 번을 나왔다

들어왔다 반복했지만 수다에 정신이

팔린 엄마는 아이들 무시 해주기.

 

동료와 문 앞에서 수다를 떨 때

남편도 2층에서 수다를 떨고있는

우리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했는데

깜빡 하고 있었습니다.ㅠㅠ

 

 

 

 

물건을 받아 놓고는 얼른

시어머니랑 말을 맞췄습니다.

 

엄마, 이 접시들은 엄마가 아는

지인이 필요 없다고 엄마한테 줬는데,

엄마는 그걸 나한테 주는 거예요. 아셨죠?”

 

아들의 잔소리를 피해보려는

며느리의 잔머리임을 아시는

시어머니는 당연히

 

그래, 그건 내가 너한테 주는 거다.”

 

좋은 중고 접시들을 얼마에

샀냐고 물어 오셨지만

어머니께는 그냥 동료가

공짜로 줬다고 뻥을 쳤습니다.

 

사실 그릇들의 품질로 따지면

20유로를 냈다고 해도 거의 거저나

마찬가지지만 말이죠.

 

바닥에 널어놓은 접시들을 엄마는

당신의 세탁바구니를 가지고 오셔서

접시가 깨지지 않게 담으라고 주셨죠.

 

그릇들이 워낙 많으니 엄마께 당신이

쓰실 만큼 가져가시라고 했지만,

엄마도 그릇은 많다고 하시면서..

 

나는 결혼식할 때 받은 그릇들도 아직 있다.”

 

매일 사용하시는 것 말고

1년에 한번 사용하실까 말까 하는

금박 접시들이 있던데

그걸 말씀하시는 모양입니다.

 

일단 접시 몇 개만 들고 집안으로

들어서니 남편이 나와서 하는 말.

 

문 앞에서 이야기한 한국 여자는 누구야?”

 

한국여자 아닌데?

내 동료잖아. 라오스에서 온!”

 

그래서 그 동료가 그릇을 준거야?”

 

뭔 소리야? 그릇은 엄마가 준거야.”

 

차 트렁크에서 그릇들을 꺼내는 거 내가 봤는데?”

 

현장에서 발각이 됐지만

나는 끝까지 오리발 작전.

 

뭔 트렁크? 이 그릇들 엄마가 준거 맞거든?”

 

 

 

동료가 가져온 것들 중에는

내가 정말로 필요로 하는

국그릇 (뮤슬리용)없어서 쪼매 아쉽지만

그래도 만족스런 거래입니다.

 

그릇들을 가져오기 전에 동료가

식기세척기에 살균 세척을 했다고 했지만

사용하려고 몇 개 꺼내 놓으며 다시 한번

씻어서 남편의 오전 간식인 과일들을 담았습니다.

 

접시 세트에 있는 오발 형 접시는

생선요리용 접시라 동료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고 했었는데..

 

새 접시에 과일들을 예쁘게

챙겨서 남편에게 새 접시 선보이기.

 

이 접시 완전 예쁘지?”

 

“……”

 

평소에 남편 같으면 못보던 접시가

눈에 보이면 잔소리부터 시작할 텐데 조용~

 

남편 맘에 들었다는 신호입니다.

 

앞으로 남편에게 자주 접시들을 보여줘서

익숙하게 하는 것이 저의 계획이죠. ㅋㅋ

 

 

 

사용하던 접시 중에 저렴이

이케아 접시들은 정리를 했습니다.

 

25유로인가 하는 저렴이 세트를

결혼하고 집들이 선물로 받아서

14년 사용했으면 본적을 빼고도

한참 사용했으니 이제는 보내주기.

 

이케아 접시가 나간 자리를 동료가

가져온 접시로 다 바꿨습니다.

 

이제야 우리 집 접시들이 같은 무늬의

세트를 만나 가족을 이룹니다. ㅋㅋㅋ

 

그렇게 큰 접시, 중간 접시,

작은 접시와 샐러드 볼, 생선 접시까지

몇 개를 현재 사용하는 공간에

넣었는데도 남은 접시들이 어마어마 합니다.

 

 

 

 

큰 접시 3, 스프 접시 2, 생선 접시 2,

디저트 접시 3, 작은 샐러드 볼 4,

 

큰 샐러드 볼 1, 커피잔&접시

4세트를 쓰려고 주방에 챙긴

다음에도 남은 것이 이만큼.

 

남편이 처음부터 몰랐다면

남은 접시들을 지하실 어디에

감추려고 노력을 했겠지만,

 

남편도 마눌의 시뻘건 거짓말을

다 알고있으니 감출 필요는 없는 일!

 

마눌은 끝까지 엄마가 준거라고 했고,

엄마도 맞다, 내가 준거다

아들 앞에서 증언을 했지만..

 

남편도 마눌이 이걸

동료에게 받았다는 건 알고있죠.

 

내가 새로 바꾼 방법은 남편에게

그릇 값 20유로 받아내기.

 

진실을 알고 싶어?

그럼 20유로를 내!”

 

 

 

점심으로 냉동실에 넣어 놨던 잡채를

데워서는 생선 접시에 갖다 주며..

 

오늘의 점심 메뉴는 20유로 되겠습니다.”

 

남편에게 그릇 값을 받아낼 확률을 희박하지만

마눌은 시시때때로 20유로를 이야기 하니

남편도 그릇 값이 20유로인지 알겠죠.

 

그릇들을 12일 동안 현관 앞에

놓아두고는 남편에게 세일 해주겠다는

발언도 했었습니다.

 

내가 이 그릇 다 20유로에 줄께. 살래?”

 

동료가 물건만 얼른 주고 사라졌다면

아래층에서 나는 소리에 남편이

마당을 보지 않았을 텐데..

 

그랬다면 남편도 몰랐을

나만의 거래로 끝났을 텐데……

 

20유로만 주면 진실을 알려주겠다는

마눌의 유혹에도 넘어오지 않는 남편이지만,

 

그래도 한 보따리 새 그릇에 대해서는

잔소리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필요 없으면 다 쓰레기통에 넣어버리지.”하는

마눌의 말에 겁 먹었을 리는 없지만,

마눌이 욱하는 성격에 정말로

쓰레기통에 넣어버릴 수 있다는 걸

알아서 그럴까요?

 

 

 

현관 앞에 있던 잉여 접시는

남편과 함께 지하실에 갖다 놓으면서

신난 마눌의 한마디.

 

앞으로 우리 집에 아침 먹으러

10명이 와도 되겠다.

커피는 12명이 마시러 와도 돼.

하긴 집구석이 좁아서

올 사람도 없지만. 그치?"

 

이렇게 많은 그릇은 사실 필요 없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많이 와도 모자란

접시의 수량 때문에 무늬도 안 맞는 짝짝이

접시들을 내놓을 걱정은 없으니 좋네요.^^

 

남편 몰래 하려고 했던

나의 거래는 실패했지만,

오히려 걸리고 나니 속은 편합니다.

 

남편은 조만간 20유로의 추가 요금없이

그릇들이 진실을 알게 되지 싶습니다.

 

입이 간지러운 마눌이

무료로 불 테니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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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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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오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그릇들을 선보러 가던 그날입니다. 

 

이날 처음 가본 동료의 집, 

마당에 너무 넓어서 놀랬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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