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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예측이 불가능한 우리 집 점심 메뉴

by 프라우지니 2021. 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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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지 미리미리 계획하는 남편과는 달리

마눌은 뭐든지 즉흥적이죠.

 

그렇다고 계획을 하나도

안 하고 사는 건 아니지만,

 

계획을 했다고 해서 꼭 그걸 지키려고

노력을 하는 스타일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특히나 요리에 관해서는 말이죠.  

 

가끔 미룰 수 없는 요리들이 있을 땐

후다닥 할 때도 있기는 하죠.

 

http://jinny1970.tistory.com/3341

 

미룰 수 없었던 일, 만두 만들기

요즘 나는 엄청 게으른 나날을 살고 있습니다. 웬만한 일은 다 내일로 미루기. “급한 것도 아닌데 내일 하면 되지!” 이런 해이한 정신으로 살고 있죠. 게으름을 떨면서 살고 있지만 미룰 수 없

jinny1970.tistory.com

 

매일 남편에게 갖다 바치는

오늘의 점심 메뉴도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그날 오전에 장을 보러 갈 때까지도

나는 오늘 점심은 무엇을 할 것인가?”

대한 생각을 아예 안 하죠.

 

내일 혹은 모래 점심 메뉴까지

미리 생각해서 요리 준비를 하시는

시어머니와, 남편은 절대 이해 못할

저만의 한끼입니다. ㅋㅋㅋ

 

저는 그냥 장보러 가서 눈에 띄는 것 사고,

그걸로 뭘 만들지를 결정하는

즉흥적인 요리를 주로 합니다.

 

 

내가 사다놓은 대용량 피클 병

 

그날도 장을 보러 가기 전날

남편의 한마디가 귀에 박혔습니다.

 

지하실에 오이 피클 대용량으로

사놓은 거 빨리 먹어 치워야지

 

김치를 담는 용도로 사용하려고

평소에 우리가 사던 것보다

훨씬 더 큰 용량의 오이 피클을 샀었죠.

 

오이 피클을 사긴 했는데,

나는 평소에 안 먹는 종류여서

지하실에 있는 기간이 길어지니

남편이 한 잔소리입니다.

 

개봉한 상태로 오래 두면

곰팡이가 생기고 할 테니

 

가능한 빨리 먹어 치워야 하는데,

마눌이 전혀 안 먹으니

신경 좀 쓰라는 이야기였죠.

 

그 다음날 장을 보러 간

내 눈에 들어온 건 생 소시지

 

 

6개 요리하고 나머지 6개는 이렇게 포장해서 냉동실로~

 

뭘 해도 대용량으로 하는

내 눈에 와서 박힌 건

생 소시지 12개가 들어있는 포장.

 

시어머니는 요리를 하실 때

전날이나 전전날 당신이 하실

요리에 대해서 말씀을 해주십니다.

 

내일은 닭 구이를 할 예정이다.”

 

이런 식으로 아들내외에게 당신이 우리에게

주실 점심메뉴를 말씀하시지만,

뭘 해도 즉흥적인 며느리는

예고 같은 건 없습니다.

 

뜬금없이 점심 시간에

수제 햄버거를 접시에 담아서

들고 오기도 하고,

 

빵을 구웠다고 접시만 얼른 놓고

가기도 하죠.

 

이날도 시부모님께도 드리려고

12개가 들어있는 포장을 사왔는데,

 

두 분은 이미 식사를 하셨다고 하니

12개중 6개는 냉동실에 넣어버렸죠.

 

 

시어머니가 해주셨던 Bratwurst

 

내가 사들고 온 생 소시지는

“Bratwurst 브랏부어스트.

 

오스트리아/독일의 거리에서 쉽게

사먹을 수 있는 소시지 구이죠.

 

보통은 프라이팬이나 그릴에

소시지를 골고루 잘 구워서

 

사우어크라우트(절인 양배추)와 빵

혹은 으캔 감자와 먹는 요리용 소시지인데

나는 이걸 다른 용도로 해 보려고 샀습니다.

 

기억하시나요?

엊저녁에 남편이 했던 말!

 

지하실에 오이피클 빨리 먹어 치워야 해!”

 

나는 소시지 구이용 소시지에

다진 오이 피클이 들어가는

아메리칸 핫도그를 만들 생각을 한 거죠.

 

이것도 슈퍼마켓의 냉장 코너를 돌다가

소시지를 보면서

 

생각한 오늘의 점심이었죠.

 

 

슈퍼에서 핫도그용으로 사온 빵

애초에 핫도그용 소시지도 아니고,

핫도그용 빵도 유럽에서는

아무 슈퍼나 가면 있는 종류는 아닙니다.

 

그래서 대충 슈퍼에서 파는 빵 중에

핫도그를 만들만한 빵을 골랐죠.

 

하나는 곡물 빵이고

또 하나는 브레첼 스타일의 빵.

 

둘다 핫도그용으로 적합한 종류는 아니지만,

비주얼은 핫도그로 사용이 가능하니 합격!

 

그렇게 저는 생 소시지를 사면서

점심메뉴를 결정했고,

빵도 거기에 맞게 골랐죠.

 

애초에 소시지도 빵도 미국식 핫도그와는

거리가 먼 재료로 만들어진 것들이니

미국 정통의 그 핫도그 맛이 나지는 않겠지만!

 

내가 해치워야 할 오이 피클을

왕창 사용할 수 있는 요리이니 합격!

 

 

 

그렇게 남편에게 갖다 바친

아메리칸 스타일과는

전혀 상관없는 핫도그 완성.

 

양파도 다지고, 지하실에 있던

오이 피클도 다지고!

 

혹시 맛이 없을까 싶어서

케첩과 마스터드 소스도 팍팍!^^

 

배달된 핫도그 2개를

깔끔하게 해치운 남편.

 

뭘 갖다 줘도 궁시렁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인데,

 

평소에 먹는 것과는 다른 스타일이어서

이번에는 조용하게 다 먹었습니다. ^^

 

 

 

남편의 점심 식사 배달이 끝난

이후에 갖는 나만의 점심시간.

 

다져놓은 양파와 피클을 넣고

일단 남편에게 갖다 준 스타일로 먹어보니

 

먹는 동안 다져 넣은 양파/피클들이

너무 흘러내려서 먹는데 불편!

 

그래서 두번째는 그냥

길게 썰어 넣고 만들었죠.

 

우리가 아는 그 핫도그 맛과는 조금 달랐지만

색다른 점심 한끼로는 만족스러웠습니다.

 

저는 요새 이렇게 아주 짧은 시간에

메뉴를 선택하고 또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어떤 날은 남편이 맛있게 먹는

성공한 요리가 탄생하고,

 

또 어떤 날은 남편이 접시 째

반납 해 오는 때도 있지만!

 

그런 날은 내가 한 맛없는 음식을

내가 다 먹어 치워야 해서

배 둘레에 햄이 더 쌓이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음식을 버리면 벌 받는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사는 아낙이라

 

맛없는 음식도 어찌 어찌 소생시켜

나만의 한끼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세상이 빨리 종식되어야

삼식이 남편을 털어버릴 수 있을 텐데..

 

 

 

남편이 출근하는 그날을 꿈꾸면서

저는 매일 남편의 끼니를 챙기고 있습니다.

 

나처럼 삼식이 남편을

집에서 키우고 계신 주부 여러분!

힘내시기 바랍니다.

 

남편이 회사로 출근하는 날이

그리 멀지 않았지 싶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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