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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내가 동료들에게 전수한 오렌지 까는 방법

by 프라우지니 2020.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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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3식을 제공하는 우리 요양원.

 

점심을 먹은 다음에는 간단하게나마 “디저트”도 있습니다.

 

보통 커피와 함께 나오는 디저트는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케잌류”가 딱 좋은데!

 

예산 상의 문제인지는 모르겠는데

가끔은 뜬금없는 것들이 종종 나옵니다.

 

시중에 판매하는 초콜릿

한 봉지가 나올 때도 있고,

 

푸르츠 칵테일 통조림이

커다란 통에 나올 때도 있지만,

 

 

 

그중에 가장 이해가

안 가는 디저트는 과일!

 

우리나라는 식사 후에 과일을 자주 먹어서

어색하지 않는 디저트이지만,

 

사실 과일이 커피와 함께 먹을 만한

“디저트”의 종류는 아니죠.

 

특히나 어르신들은 틀니나

아예 이가 하나도 없으신 분들이라,

 

이 과일이 참 먹기 힘든 종류 중에 하나입니다.

 

정오쯤에 나오는 점심을 드시고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 낮잠을 주무신 분들이

 

다시 활동을 시작하시는 시간 오후 2시!

이때 “디저트”라는 이름으로 커피가 배달됩니다.

 

하지만 이 시간보다 조금 더 일찍

디저트를 받으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오후 1시, 대부분의 직원들이

“점심휴식”을 들어가는 시간!

 

점심 근무를 서는 직원이 하나 있죠.

 

점심근무는 이 시간에 호출 벨이 울리는 방에

찾아가는 서비스도 해야 하지만,

 

낮잠 시간에 주무시지 않는 분들에게는

조금 더 일찍 커피 배달 서비스를 합니다.

 

 

 

내가 점심 근무를 서는 날인데,

이날 디저트가 오렌지입니다.

 

거동을 하시는 분들이고 방에 칼이 있다면

어렵지 않게 까 드실 수 있는 오렌지이지만,

 

방에 칼도 없고, 오렌지 껍질을 벗길 힘도

없으신 분들에게는 빛 좋은 개살구!

 

이 오렌지를 방에 두고는 시각적으로만 보다가

오렌지가 말라비틀어지면 버리죠.

 

구두쇠의 굴비도 아니고

오렌지를 눈으로 먹는다니..

 

이상한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직원이 그 방에 들어가서 까주지 않으면

못 먹으니 그렇게도 되죠.

 

과일이 디저트로 나오는 날은 그날 근무하는

직원들의 성향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어르신들을 배려하는 직원 같은 경우는

디저트로 나온 과일들을 먹을 수 있게 손질합니다.

 

사과 같은 경우는 되도록 얇게 썰어서

이가 없는 분들도 드실 수 있게 준비를 하고!

 

오렌지도 껍질을 까서는

어르신들이 드실 수 있게 쪼개서 놓죠.

 

문제라고 한다면 오렌지는 껍질이

까기 쉽지 않다는 사실.

 

맨손으로 까다보면 손가락도

조금 아파지는 정도의 힘이 필요합니다.

 

 

 

귤을 까는 것도 조금은 다르게 까는 나.

 

설마 저만 이렇게 까는 건 아니겠죠?

http://jinny1970.tistory.com/1415

외국인 친구가 깜놀한 나의 귤 까는 솜씨

 

오렌지도 예외일수는 없죠.

 

원래는 위,아래를 잘라내고

옆으로 칼집을 넣은 다음에 손으로 벗겨내는데..

 

까야하는 오렌지가 많다보니

이것도 손가락이 아픈 작업이되죠.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바로 눈앞에 보이는

작은 수저 하나!

 

오렌지의 위와 아래를 절단한 다음에

차 수저를 중간에 넣어서 부지런히 오렌지를 깠습니다.

 

바로 드실 수 있게 각방에 넣으려면

부지런히 까야하거든요.

 

오렌지가 달콤하고 맛있는 것도 있지만,

 

안 그런 것도 있으니 껍질을 깐

오렌지는 일단 다 맛을 봅니다.

 

그중에 달달한 것들만 골라서

작은 접시에 담아서 커피와 함께 놓아드리죠.

 

 

 

이렇게 과일이 나오는 날은 주방에 있던

과자류를 같이 제공하기도 하지만,

 

이럴 때 아니면 싱싱한 과일은 접하실 수 없는

어르신들이니 일단 과일은 꼭 챙겨드리죠.

점심근무가 끝나는 오후 2시.

휴식에 들어갔던 동료들이

돌아오는 시간입니다.

 

오렌지 껍질을 못 까시는 분들을 위해서

내가 오렌지 껍질을 다 훌러덩 깠으면 좋았겠지만..

 

점심근무 1시간 동안

음식을 먹여드려야 하는 분들 먹여드리고,

 

또 호출벨 누른 방에 찾아가는

서비스를 하다 보니 다 까지 못한 오렌지.

 

 

 

오렌지를 손으로 까면 손가락이 아프니

귀찮아서 오렌지를 통째로 방에

 

넣어버릴 동료가 혹시 있을까 싶어서

 

휴식에서 돌아온 동료들을 모아놓고

“오렌지 까기 특강“을 했습니다.

“오렌지를 위, 아래 잘라내고,
이렇게 중간에 차 수저를 넣어서 빙 돌리면 끝~”

 

모든 직원들이 다 고객을 배려하는

태도로 근무하지 않고!

 

또 오렌지를 직원이 까 주는 서비스까지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죠.

 

혹시나 그런 생각을 할 직원이 있을까 하는 조바심에,

오렌지 까기가 얼마나 쉬운지 보여줬습니다.

 

 

 

통째로 주는 오렌지를 까지 못해서

못 먹는 고객들도 알알이 까서 접시에 담아놓으면

자연스럽게 드실 수 있을 거 같아서 말이죠.

 

아마도 내가 남편의 간식으로

오렌지를 싸줄 때 통째가 아닌,

 

알알이 까서 통에 담아주는

습관 때문에 그런 듯 합니다.

 

먹기 쉬워야 손이 가는 건 당연한 이치이니 말이죠.

 

내가 동료들에게 한

“오렌지 까기 특강”.

앞으로 내 동료들이 디저트로

오렌지가 나올 때 꼭 사용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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