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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울화통 터지는 날

by 프라우지니 2020.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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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살면서 현지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외국인) 직원으로 일하는 것!

어떤 이는 그런 삶을 꿈꾸기도 하죠.

 

실제로 살아보면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것이 외국에서의 삶이지만..

그 현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꿈꾸는 것이 바로 “타국살이”죠.

 

외국인 직원으로 현지인들과 일 한다는 것!

또 외국인 직원으로 고객과 마주한다는 것!

 

이 모든 것이 매번 쉽지 많은 않은 것이 외국인 직원의 현실입니다.

 

모르죠!

다른 사람들은 “외국인 직원”으로 사는 것이 편하고, 나름 즐거울지도!

하지만 나에게는 쉽지 많은 않은 것이 바로 이 생활입니다.

 

현지인 직원들이 자기들끼리 은근한 눈빛으로 날 무시할 때도 자존심은 상하지만..

내 발음이 어눌하고, 내가 그들의 사투리를 못 알아들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죠.

 

하. 지. 만 !

나의 고객들한테 차별을 받으면 열이 받습니다.

 

그들의 눈에는 내가 얼마나 어눌하고 띨~해 보이는 직원인지 모르겠지만..

내 딴에는 매일 나의 최선을 다하는 직장 생활입니다.

 

현지인 직원들과 현지인 고객들 사이에서 내가 받는 스트레스.

이것이 없는 날도 있습니다.

 

 

 

나를 편하게 대해주는 직원들과 일하는 날은 하루가 편안합니다.

일의 강도가 아무리 세도 이 날은 즐거운 하루가 되죠.

 

반면에 나를 삐딱하게 보는 직원들과 일을 하면 하루가 피곤합니다.

일의 강도와는 달리 내가 심리적으로 받는 스트레스가 엄청나죠.

 

내가 받는 스트레스와는 별개로 그래도 고객들에게는 많이 웃으려고 노력을 합니다.

그럼에도 나를 한 번에 돌게 만드는 고객들이 있죠.

 

지금까지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어제는 빡쳐서 일하는 도중에 고객의 방을 그냥 나왔습니다.

 

직원들의 도움이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은 직원의 도움을 고마워하기 보다는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을 하죠.

 

그래서 자신의 기분에 따라서 직원들에게 짜증을 내고,

외국인 직원에게는 인종차별을 합니다.

 

다른 인종이기에 그것이 “인종차별”이 된다는 걸 모르는 것인지..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의 마음에 생채기를 냅니다.

 

 

인터넷에서 캡처

 

내가 견습생으로 요양원 생활을 시작했을 때부터 봐왔던 R.

다른 사람이 비해서 상당히 젊은 60대지만 요양원 생활 10년이 넘었죠.

 

보통 MS (Multiple Sclerosis 멀티플 스클레로지스)라고 불리는 병명이죠.

원어보다 한국의 병명이 저에게는 조금 더 어려운거 같아요. “다발성 경화증”이라...

 

위의 설명은 읽어도 이해가 잘 안 되는데.. 쉽게 설명하자면 몸의 근육이 다 힘을 잃어서 나중에는 자기 손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R같은 경우도 5년 전에는 자기 손으로 약간 버거워하기는 했지만..

직접 식사를 하고, 한 손으로 그림의 색도 칠하고 했었는데!

 

이제는 침대에 누워서 자신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입에 들어온 음식을 씹는 거랑 말하는 것과 우는 것 뿐이죠.

 

R의 가족 이야기는 지난번에 한 번 포스팅한 적이 있습니다.

http://jinny1970.tistory.com/2481

복지국가에서 벌어지는 가정의 비극.

 

한 동안 이산가족이 되어 온가족이 뿔뿔이 흩어져서 살았었죠.

 

자식들과는 헤어져도 남편만은 절대 놓지 않았던 그녀의 딸!

몇 년이 지난 지금은 가족들이 다시 모여서 산다고 합니다.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시 모여 산다니 해피엔딩!!

 

 

인터넷에서 캡처

이번에 MS진단을 받았던 할리우드 여배우입니다.

 

침대에서 하루를 보내는 R.

 

이른 아침에는 아침을 먹여주고, 오전에는 몸을 씻겨주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점심을 먹여주고, 오후에는 간식을, 저녁도 먹이고, 그 후에는 틀니를 닦고, 기저귀를 갈아주면 하루가 끝나죠.

 

나보다 더 큰 덩치의 여인의 몸을 좌로, 우로 돌려가면서 몸을 씻는 것도 힘들지만,

몸을 움직일 때마다 아프다고 소리를 지르고, 울어대면 일하는 직원도 진땀이 납니다.

 

저녁식사가 끝나고 실습생이랑 둘이 R의 방에 들어가서 기저귀를 가는데..

R이 몸을 돌릴 때마다 아프다고 짜증을 내기 시작합니다.

 

나와 같이 방에 들어간 (외국인인데 이곳에서 태어난 현지인 같은 아낙)실습생이 R을 달래듯이 말을 시작했습니다.

 

‘옆으로 몸을 돌릴 때 무섭지? 우리가 양쪽에 서있으니 너무 겁내지 말고..“

 

다른 직원은 모르겠지만,

저 같은 경우 환자가 넘어지면 그 충격을 막기 위해 제가 밑에 깔리죠.

 

나야 몸에 멍이 드는 정도겠지만, 환자들은 뼈가 부러지는 충격일수도 있으니 말이죠.

 

환자의 몸을 옆으로 틀다가 환자가 혹시 침대 밑으로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해도, 침대 옆에 서있던 내가 밑에 깔린 후에 환자가 떨어지게 되니 충격은 그리 크지 않을 겁니다.

 

그렇게 내가 기저귀랑 궁디쪽을 닦는 동안에 R의 몸을 실습생 쪽으로 돌려놨더니만 둘이서 이야기를 했고, 이번에는 아래에 넣은 기저귀를 평평하게 하기 위해서는 R이 내 쪽으로 몸을 틀어야 합니다.

 

 

 

그래서 그녀를 가능한 천천히 내 쪽으로 돌리는데,

아프다고 소리를 지르면서 짜증을 냅니다.

 

다시 몸을 침대에 똑바로 눕히니 그때부터 R이 실습생이랑 눈빛을 마주치고 대화를 하는데.. R은 시시때때로 날 곁눈질까지 해 가면서 실습생과 눈빛을 마주칩니다.

 

지금 외국인 직원을 앞에 두고 현지인(실습생은 이곳에서 태어났으니 거의 현지인이죠) 2명이서 자기네들끼리 사투리까지 하면서 날 비웃듯 하고 있는 거죠.

 

내가 동료들에게 당했던 그런 느낌을 지금 내 도움을 받는 환자가 나에게 주고 있습니다.

인.종.차.별

 

지금까지 이런 적은 없었는데 그 순간 울화가 치밀어 올라서는 R의 새 기저귀를 갈아주고 옆에 뒀던 헌 기저귀를 들고는 한마디 하고는 그 방을 나와 버렸습니다.

 

“R, 나 더 이상 여기 못 있겠다!”

 

내가 그 방을 나서니 R이 울부짖듯이 내 이름을 불러댔지만..

이미 내 자존심은 상했고, 모욕당한 기분이라 들리지 않았죠.

 

그 방에 나와서는 다른 직원을 그 방에 들여보냈습니다.

실습생이랑 같이 R의 잠자리를 봐줄 수 있게 말이죠.

 

다른 직원을 보낸 R의 방에서는 한동안 직원들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현지인 3명이 모여서 외국인 직원에 대해 뭐라고 찟고빳고 하는 것인지 신경 끊었습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직원들이 다 나온 R의 방에서 R이 애처롭게 내 이름을 불러댑니다.

 

“지니~ 지니!”

 

고객이 부르니 직원의 입장에서는 들여다봐야죠.

일단 들어갔지만 얼굴에 웃음기는 하나도 없이 사무적으로 물었죠.

 

“왜? 뭐 필요 한 거 있어?”

“아니, 내가 잘 못 했어. 미안해! 나 싫어하는 거 아니지?”

 

자기가 뭐 잘못했는지 알고는 그러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일단 직원인 내가 자기를 싫어할까봐 그것이 제일 겁났나 봅니다.

 

 

 

나중에 실습생에게 물었습니다.

 

“R한테 (나에게)사과 하라고 했어?“

“그런 이야기는 안 했고, 우리도 하루 11시간 근무하는 것이 힘들고, 또 우리 딴에는 조금 더 조심한다고 해도 온몸이 다 민감한 상태인 R에게는 어느 정도의 충격이 있을 수 있다고 했지. 그리고 ‘지니”가 널 얼마나 좋아하는데 그러냐는 이야기는 했어.“

 

“직원들의 도움 없으면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신들이 차별하는 외국인의 손길이 절실한 사람들,

 

그들에게는 슬픈 현실일지도 모르죠.

 

이런 사람들이 자신에게 도움을 주는 직원에게 감사보다는 “외국인”이라고 직원들과 은근한 눈빛을 주고받으면서 나에게 상처를 주고, 매주 점심이나 저녁 메뉴를 적을 때 내 입에서 조금 어눌한 발음의 음식메뉴가 나가면 킥킥거리고 웃기도 합니다.

 

자기네 딴에는 그것이 웃기는지 모르겠지만,

그걸 당하는 외국인에게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라는 걸 모르는 것인지..

 

요양원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서 내 독일어가 웃기게 들리는 고객이었다면, 치매가 중증이라 아무렇지도 않게 욕을 해대는 고객이었다면 “그러려니..”하고 툭 털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R은 치매도 아닌 제정신을 가지고 있고, 아직 60대 중반의 젊은 아낙이고!

 

또 제가 실습생으로 요양원에 들어와서 지금까지 5년이나 봐왔던 나에게는 어쩌면 친구 같기도 한 존재였는데, 이 아낙이 2년차 실습생이랑 눈빛까지 주고받으면서 날 보던 그 눈빛!

 

그 일이 있고 난후,, R은 사과를 해 왔습니다.

사과 뒤에 따라왔던 말 “나 싫어하지 않을 거지?”

 

“한번은 용서하는데, 앞으로 그러지마! 내 마음이 닫히면 그때는 끝이야!”

 

정말 내 마음이었습니다.

 

내 딴에는 최선을 다했는데, 배신감을 느끼고 나면..

아무리 고객이라고 해도 절대 웃음이 나가지 않습니다.

 

내가 해야 하는 일을 사무적으로 할뿐, 전처럼 웃으면서 눈을 맞춰주고,

손을 잡아주는 등 애정을 표현하는 일은 안 하게 되죠.

 

R이 이번일로 조금 더 현명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먹여주고, 씻겨주고, 배설물 치워주는 일을 하는 직원이 마음을 담아서 일하는 것!

그것이 환자를 그저 “일”로 대하는 직원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본인도 알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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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에 이어지는 오스트리아의 이국적인 풍경이 있는 "노이지들러 호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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