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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내가 본 오페라 립싱크, 모차르트의 후궁으로부터의 탈출.

by 프라우지니 2020.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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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럭셔리 취미 중에 하나인 오페라 관람.

나는 무료 관객이지만 자리만은 VIP들과 나란히 앉는 아낙이죠.^^

 

문제라고 한다면 내 옆의 VIP 관객들이 다들 어르신들이시라는 것. 아무래도 70~80유로 하는 좌석을 살 수 있는 경제력을 지니신 연령대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예전에 유럽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성악가가 공연 중에 있었다는 에피소드.

 

“공연 중에 응급차가 와서 공연오신 관객을 모시고 간 일도 있었다.”

 

유럽의 오페라 극장에 와서 비싼 좌석에 앉아있는 관객들을 보면 충분히 이해가 되는 이야기죠. 대부분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 노년이상의 연세이시거든요.

 

휠체어를 타고 오시는 경우도 있지만,

지팡이나 그 외 다른 보조 용구를 이용해서 오시는 분들도 꽤 계십니다.

 

한 줄에 30여명이 앉게 되는 좌석의 중간에 앉게 되면 나오는데도 시간이 걸리죠.

 

좌석의 끝으로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이 앉아 계시다가 이동을 하신다면..

나오는 시간이 2배 더 더뎌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내가 선호하는 좌석은 무대 앞자리,

가능하면 공연이 끝나면 잽싸게 나갈 수 있는 좌석을 선호하죠.

 

공연이 끝나는 시간이 저녁 10시가 넘는 시간이고, 이때는 전차가 30분에 한 대씩 오기 때문에 가끔은 공연이 끝나자마자 겁나 뛰어가서 타야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무대 젤 앞자리를 선호하는 나지만 가끔은 뒤쪽에 앉을 때도 있습니다.

 

내가 공연을 봤으면 좋겠는 날인데, 앞좌석에 자리가 없을 때!

이때는 빈 좌석이 있는 약간 뒤의 자리에 앉기도 하죠.

 

그래봤자 3~4자리 뒤쯤이라 무대 위 성악가들의 얼굴은 보이는 거리입니다.

이 날 공연에서 저는 립싱크 하는 성악가를 봤죠.

 

“가수도 아닌 성악가가 그것도 녹화방송도 아닌 생방으로 립싱크를 한다?“

 

혹시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저도 들어본 적이 없는 일을 경험하게 된 날이었죠.

 

우리나라 같은 경우 대형 공연 같은 경우는 더블캐스팅을 많이 하겠지만,

유럽의 극장에서는 웬만해서는 더블캐스팅은 없는 거 같습니다.

 

가끔 연극배우가 감기가 걸려서 공연이 취소되기도 하는 안내가 걸리는걸 보면 말이요.

 

 

 

내가 보러 갔던 작품은 볼프강 모차르트 아마데우스의 “후궁으로부터의 탈출”

모차르트의 음악이 약간 가볍고 경쾌한 느낌이 나는데 그런 작품이었죠.

 

실제로 공연 초반에 연주되는 음악을 들어보면..

음악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그런 느낌을 갖게 됩니다.

 

“약간 경쾌하고 가볍다.”

마치 봄바람 같은 그런 느낌이 들죠. 최소한 나는 그랬습니다.^^

 

여기서 잠깐 오늘 보는 작품의 대략적인 이야기를 소개하자면..

 

후궁으로부터의 탈출(또는 도피)

이 오페라는 터키 태수의 궁전으로 팔려간 여인과 그녀의 약혼자,

그리고 궁전의 궁정인들 간에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는 연애희극 오페라입니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시간이 되고 공연의 막이 올라가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등장한 신사 한 분!

오늘 공연에 생긴 차질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오늘 공연을 하는 성악가 중에 한 명이 감기를 앓고 있어서 노래가 힘들다.”

 

이때쯤 들었던 생각!

“그럼 오늘 공연은 취소 되는 건가?”

 

"마침 노래가 가능한 성악가를 섭외했는데 독일 파사우(1시간 소요)에서 왔다.

성악가는 시간이 늦지 않게 도착을 하기는 했는데, 오늘 잘 해낼지 모르겠다.“

 

그렇게 “오늘 공연하는 성악가중 한명은 부득이 하게 립싱크를 한다”는 설명.

 

극중 대화까지는 가능한데, 고음을 내야하는 아리아는 독일에서 달려온 성악가가 노래를 한다는 이야기죠.

 

감기에 걸린 성악가는 나도 몇 번 본적이 있는 성악가.

 

정통 오페라가 아닌 조금 더 가벼운 오퍼레테에서 톤이 높은 목소리를 내는 조연이지만,

존재감은 제대로 들어내는 그런 배역을 자주 맡는 성악가죠.

 

아파도 공연을 위해서 무대 위에 출연한 성악가덕에 생전 처음 구경 하게 된 오페라 립싱크!

당연히 오늘 아리아를 부르는 가수는 무대 뒤에서 노래를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감기를 앓고 있는 성악가가 무대에 등장하는 부분에서는 오늘 대타를 온 성악가도 무대에 등장했습니다. 숨어서 하는 대타가 아닌 무대 위에 함께 등장하는 대타인거죠.

 

무대 위 한쪽에 그녀가 노래를 할 수 있게 악보를 올릴 수 있는 장치와 그녀가 노래를 할 때는 가사를 읽을 수 있게 불까지 켤 수 있는 조명이 설치된 거였죠.

 

대타 성악가는 그녀가 노래해야하는 부분에서는 항상 무대 위에 나타나서 조명을 켠후,

노래를 하고는 무대 뒤로 사라졌습니다.

 

대타 성악가가 하는 노래에 입을 맞춰서 연기를 하는 감기 걸린 성악가도 대단했지만,

무대 위에 올라와서 노래를 하는 대타 성악가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약간의 감동도 했습니다.

 

아파 노래를 못해서 대타를 구했고, 립싱크를 한다고 해도 굳이 관객에게 안 알릴수도 있었고, 대타 성악가를 무대 뒤에서 노래하게 했다면 사람들이 눈치를 못 챌 수도 있었을 텐데..

 

아파서 노래를 못한다는 성악가도, 대타로 급하게 극장에 도착한 성악가도,

각자가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걸 보면서 혼자 감동의 도가니탕을 끓였습니다.

 

 

 

그리고 공연이 끝났습니다.

지휘자도 올라와서 함께 인사하는 자리.

 

노래를 립싱크 해야만 했던(감기거린) 성악가는 자기 대신에 노래를 해준 대타 성악가를 자기 옆에 나란히 세웠습니다. 그리고 모두 관객들에게 인사를 했죠.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해서 속상했을 수도 있지만, 나름 최선을 다해서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을 소화한 성악가도, 갑자기 불려와서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악보를 보고 노래를 해야 했던 성악가도 참 멋지게 보이는 순간이었습니다.

 

아! 이날 지휘자는 여성이었네요.

 

아주 드물게 볼 수 있는 여성 지휘자에 같은 역에 열연한 두 명이 성악가!

꽤 감동을 남겨준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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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계속 이어지는 그로스글로크너 산악도로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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