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이야기

우리만 떠나게 된 늦은 여름휴가

by 프라우지니 2019. 9. 19.
반응형

 

 

9월에 시부모님을 모시고 크로아티아로 휴가를 갈 예정이었습니다.

 

예정상 나는 마지막 근무를 끝내고 나머지 9월은 휴가 처리를 했었고!

남편 또한 휴가를 내서 두어달 전부터 두분께 휴가를 가시자 말씀을 드렸었습니다.

 

갑자기 알게 된 시아버지의 병환.

 

수술이 두 달뒤로 잡힌걸 보면 사태가 그리 심각하지 않은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수술 일정이 이미 꽉 잡힌 상태라 그렇게 밖에 일정이 안된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고!

 

우리식구는 아무일 없는듯이 조용히 일상을 살고 있습니다.

 

아빠가 아프시다고 수선스럽게 부모님을 자주 찾아가지 않습니다.

그저 마당에서 만나면 인사를 하고, 엄마께는 아빠가 어떠신지 살짝 물어보는 정도죠.

 

아빠는 전보다 기운이 많이 없어보이시지만, 여전히 마당에서 이런저런 일들을 하십니다.

 

이미 예정되었던 시부모님과의 휴가는 아빠의 거절로 우리부부만 짧은 휴가를 가게될거 같습니다.

 

2주정도 잡았던 휴가는 “퇴직의사 철회”를 하면서 1주만 휴가를 가겠다고 했으니..

 

9월 마지막 주에는 근무가 잡힐지도 모르지만,

이미 근무 일정이 꽉 찬 상태면 저는 집에 있지 싶습니다.

 

 

 

시부모님은 안 가시겠다는 늦은 여름휴가.

 

남편이 마눌이랑 휴가를 가겠다고 장을 봐왔습니다.

오스트리아 사람에게는 꽤 중요한 검은빵과 살라미 소시지를 사온 남편.

 

유럽의 검은빵은 “맛없다”고 알려진 종류 중에 하나인 것 같은데..

이것도 가격대에 따라서 다양합니다.

 

1kg당 단돈 1유로(1300원)짜리는 당근 맛이 없지만, 같은 무게에 5유로 이상 하는 것들은 안에 다양한 종류의 허브들이 들어있어서 씹으면서 느끼는 맛이 다양합니다.

 

남편이 즐겨먹는 검은빵은 “(독일 남부의) 바이에른 빵”으로 kg당 3유로가 약간 넘는 가격이고, 빵 위에 두가지의 말린 허브가 박힌 나름 씹을수록 맛이 나는 빵입니다.

 

마눌은 두꺼운 살라미를 안 먹으니 나름 작은 사이즈를 사왔는데...

저는 이것보다 훨씬 더 가는 종류를 먹는걸 알면서 왜 이걸 사온 것인지!

 

어릴때부터 먹어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제 식성이 조금 특이합니다.

 

삼겹살도 안 먹고, 혹시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하는 상황이면 중간에 비계는 다 떼어내고 먹습니다. 살코기를 제외한 돼지기름, 소기름, 비계 등등은 안 먹습니다.

 

다른 소시지와는 달리 중간에 비계가 숭숭 박혀있는 “살라미”는 노 땡큐.

눈에 보이는 비계를 절대 먹을순 없죠. 물론 맛도 없고요.

 

살라미를 먹지않으니 웬만하면 선택을 하지 않지만,

휴가를 가면 먹어야 하는 상항이 생깁니다.^^;

 

이럴 때는 커다란 살라미는 너무 큰 비계가 박혀있으니 아주 가느다란 종류만 선호하죠.

 

아무리 그래도 손가락 굵기의 살라미는 내가 먹는 종류가 아닌데..

이걸 마눌용으로 사왔다는 남편.

 

 

구글지도에서 캡처

 

남편이 한이틀전부터 구글지도로 크로아티의 어딘가를 열심히 검색했었으니 휴가를 가기는 가는 모양입니다. 어디로 가는지, 가서 뭘 하는지는 사실 전 관심이 없습니다.

 

“가면 가나 부다, 오면 오나 부다“하죠.

 

특히나 매번 갔던 곳에 가게 되면 그곳은 휴가가 아닌 그냥 아는 동네 방문!

 

이번에는 매번 갔던 곳이 아닌 한번 지나쳐 갔던 곳으로 휴가를 가는 거 같던데...내가 관심을 갖고, 어디에 가는지 가서 뭘 하는지 미리 알게된다고 해도 달라지는건 없습니다.

 

남편이 머리 아파가면서 알아서 짠 여정에 마눌은 함께 하기만 하면 됩니다.

 

이번에는 자전거까지 챙겨가니 자전거를 타게될 거 같고!

보트도 챙겨가니 바다나 바다로 이어지는 어딘가에서 노를 젓고 있겠죠.

 

“아빠가 아프시다는데 너희들은 팔자좋게 여행이나 다니냐? 정신이 있냐?”

이런 생각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죠?

 

지금 아빠는 정신적 혼란기를 겪고 계시지 싶습니다.

그 곁에는 평생 아빠와 함께하신 엄마가 지키고 계시구요.

 

장보러 가면서 엄마와 만난 적이 있습니다.

엄마도 자전거를 타고 나오셔서 둘이 자전거를 타는 중에 잠시 대화를 했죠.

 

“네 아빠가 한 2년만 더 살았음 좋겠고, 다시 자전거도 타고 싶다고 하더라.”

 

운동을 좋아하시는 아빠는 무릎 때문에 마라톤을 그만두시고는 자전거를 많이 타셨습니다.

 

날씨가 좋은 날은 매일 오전에 두어시간 라이딩을 다니셨는데,

그걸 못하시니 답답하신 모양입니다.

 

아빠가 마음이 많이 약해진 상태이니 거기에 동조하지 마시고 꿋꿋하게 계시라고!

약해진 마음은 나에게만 말씀하시라고 엄마께 당부를 드렸습니다.

 

아들도 말은 하지 않지만 아빠를 걱정하고 있고,

며느리도 같은 마음이지만 내색은 하지 않습니다.

 

그저 아무일 없는 듯이 일상을 살고 있죠.

 

수술하면 아빠는 다시 건강해지실테니 지금은 그냥 잠시 힘든 시기라 생각합니다.

 

마당에서 부모님을 만나도 편안한 얼굴로 인사를 합니다.

 

심적으로 힘드신 상태이신데,

거기에 걱정스런 얼굴을 보이는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을 거 같아서 말이죠.

 

아들내외는 가려고 계획했던 여름휴가를 떠납니다.

그저 아무일 없는듯이 일상을 살면서 말이죠.

 

-------------------------------------------------------------------------

 

이번 여행에서 우리는 크로아티아의 어느 지역을 자전거로 다니지 싶습니다.

바다근처의 어느곳일테니 아래 영상의 노이지들러 호수처럼 꽤 근사한 풍경이겠죠.

 

 

다녀가신 흔적은 아래의 하트모양의 공감(♡)을 눌러서 남겨주우~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