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이야기

삼식이 된 남편

by 프라우지니 2019. 6. 13.
반응형

 

 

남편이 집에서 세끼를 먹으면 “삼식”이라 한다죠?

제 남편이 요새 삼식이가 됐습니다.

 

남편이 출근 할 때는 아침과 점심만 챙겨줬었는데..

(남편이) 집에 있으니 대충 싸주는 점심이 아닌 해 줘야 하는 점심이 되네요.^^;

 

제가 출근하면 안 해도 되는 일이지만..

출근할 때보다 집에 있을 때가 더 많으니, 남편의 세끼를 다 챙겨야 하는 요즘입니다.

 

왜 갑자기 “삼식”을 집에서 하냐구요?

남편이 떡하니 3주 휴가를 받았다네요.

 

원래 6월 말에 시부모님을 모시고 크로아티아로 휴가를 갈 예정이라 그때쯤 휴가를 받을 거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6월10일부터 휴가를 받으면 어쩌라는 이야기인지..

 

마눌도 근무가 없는 날은 둘이서 늘어지게 잠자는 아침인데...

잠자는 마눌을 툭툭 치면서 남편이 하는 말.

 

“아침 줘야지!”

 

자기는 자면서 마눌보고 아침을 차리라니..^^;

자다가 벌떡 일어나 과일이랑, 뮤슬리, 우유에 차까지 대령하는 마눌.

 

그렇게 아침을 주고는 마눌은 주방에서 시간을 보내는데..

방에서 아침 먹고 TV와 마주 앉아있는 남편이 날리는 한마디.

 

“점심은 뭐 해줄 꺼야?”

 

평소에는 알아서 잘 해먹는 인간이 마눌이 집에 있다고 부려먹을 모양입니다.

 

마침 슈퍼에서 콜라비가 세일하길레 사다가 콜라비 무생채를 하고 있던 터라 생각난 메뉴가 비빔밥.

 

“남편, 비빔밥 먹을래?”

“그게 뭔데?”

 

한국말로 ”잡채“하면 기가 막히게 알아들으면서도..

비빔국수나 비빔밥은 뭔지 잘 모르는 남편.

 

“밥이랑 야채랑 같이 섞어서 먹는 거 있잖아.”

“나는 조금만 줘!”

 

메뉴는 결정을 했는데, 비빔밥에 들어갈 만한 적당한 재료를 찾아보니 심히 부족합니다.

그래도 메뉴를 말한 상태이니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콜라비 무치고, 호박이랑 양파 볶고, 오이는 썰어서 살짝 볶고!

딱 여기까지만 준비가 가능합니다.

 

나중에 냉장고에 자고 있던 멸치볶음을 찾았습니다.^^;

진작에 봤다면 조금 더 맛있는 비빔밥이 됐을 것을...^^;

 

 

 

대충 비주얼은 비빔밥이 됐습니다.

 

마당에서 매운 맛 나는 크레세도 갔다가 썰어서 올리니 나름 푸짐 해 보이기는 하는디..

고기 하나 없는 베간 비빔밥입니다.^^;

 

사실 오늘 비빔밥에 들어간 밥도 일반 밥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눈에 보이는 잡곡들을 다 넣고, 거기에 대마잎 가루까지 섞어서 한 밥 이여서..

그냥 밥맛과는 거리가 있는 그런 비주얼도 맛도 다른 밥이었습니다.

 

밥도 정상이 아니고, 밥 위에 올라간 토핑도 정상이 아니고..

어쨌거나 대충 만들어낸 비빔밥을 남편 앞에 갖다 바쳤습니다.

 

안에 고추장도 듬뿍 퍼 올려서 일반 한국인 입맛에 맞는 그런 매콤한 맛이 됐습니다.

 

 

 

내가 비빔밥에 사용한 밥입니다.

 

쌀, 찹쌀, 퀴노아, 아마란스에 메밀 넣고, 그 위에 대마잎 가루 2수저.

저는 밥을 할 때 우리 집에 있고, 내 눈에 보이는 잡곡은 다 때려 넣습니다.

 

얼마 전까지는 좁쌀을 함께 넣었는데, 지금은 메밀 차 만든다고 사다가 메밀차 한번 만들고 처박아놨던 메밀을 밥에 넣어먹고 있습니다. 오늘은 까먹고 현미는 안 넣었네요.^^;

 

대마잎 가루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환각증세가 따라오지는 않습니다.

 

이것도 건강에 좋다고 해서 한번 사 봤는데..

뮤슬리에 넣어먹는 것도 마땅치 않고, 수제비 반죽에 넣어봐도 별로고!

 

결국 찾아낸 것이 밥할 때 그냥 넣습니다. 이렇게 라고 소비를 하려고 말이죠.^^

 

이렇게 만든 밥맛을 물어보신다면..

한마디로 표현하기는 힘듭니다.

 

퀴노아 맛도 나고, 아마란스 맛도 나고 밥맛도 나기는 하는데..

그냥 일반적인 밥맛과는 차이가 나는 다른 종류의 밥맛이죠.^^

 

남편이 집에 있으니 나만의 시간이 나지 않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남편 아침 차려줘야 하고, 오전에 슬슬 점심 준비를 해서 점심을 먹고 설거지까지 끝내면 대충 오후가 되죠.

 

오늘은 남편 따라 장보고 왔습니다.

내일은 집에서 바비큐를 한다고 고기를 사야 한다나요?

 

 

 

고기를 사다놓고 자전거 타러 가면서 마눌에게 날리는 한마디.

 

“당신이 고기 양념을 해, 마당에서 허브 종류대로 따다가 넣고!”

“어떤 양념 말하는 거야? “불고기 양념 아님 매운 거?”
“둘 다”

“거기에는 허브 안 들어가!”

“그래도 넣어!”

“한국 요리에 들어가는 허브가 없는데 어떻게 넣어.”

“.....”

 

평소에는 자기 맘대로 고기에 소금, 후추를 기본으로 자기 마음대로 양념하더니만,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분 것인지..

 

말 한마디면 마눌이 다 대령하니 귀찮아서 마눌을 부려먹는 것인지..

아님 한국식 양념이 정말 맛있어서???

 

평소에 좋아하지 않는 밥인데 오늘은 야채만 들어간 비빔밥도 먹고!

거기에 고기 양념을 다 한국식으로!!

 

평소에 한식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남편이라면 그러려니 하지만..

 

평소에는 “내가 하는 것이 제일 맛있고, 오스트리아 음식이 제일 맛있어!”하던 남편이 마눌에게 요리를 시키니 “왠일이지?” 싶습니다.

 

남편이 휴가일 때는 나는 웬만하면 근무를 하고 싶습니다.^^;

 

하루 종일 집안에 짱 박혀서 남편이 해달라는 거 해주다가 하루를 보내고 나니 내 시간을 뺏겨버린 거 같아서 조금은 억울합니다.^^;

 

----------------------------------------------------

오늘은 한국요리와는 아주 다른 오스트리아 요리 동영상을 업어왔습니다.

시어머니가 하시는 이곳 요리죠.

 

 

 

 

다녀가신 흔적은 아래의 하트모양의 공감(♡)을 눌러서 남겨주우~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