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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내가 이번에 알게 된 이곳의 한국인들

by 프라우지니 2019.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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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극장을 찾았습니다.

(뭐 간만에야, 한 달 에 서너 번 이상은 다니면서...^^;)

 

이번에 내가 봤던 작품은 오페라 “Medee"

한 여자의 복수극입니다.

 

 

https://www.landestheater-linz.at에서 캡처

 

작품 속에서는 여자 주인공의 이름을 “메데아”라고 했지만, 인터넷에 찾아보니 “메데이아”로 불리기도 하네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마녀의 이름이고, 실제로 이 마녀와 연관된 이야기도 있습니다.

 

남편을 위해 자신의 나라를 배신하고, 자신의 남자 형제들까지 죽이며 남편이 전쟁에 공을 세울 수 있게 모든 힘을 다 실어줬던 사랑에 눈이 먼 그런 여자입니다.

 

그런 (무서운) 여자를 배신하다니..

남편이 겁이 없었던 거죠.

 

남편 사이에 두 아이가 있는데, 남편이 공주와 결혼하겠다고 그녀를 버리자, 공주와 공주의 아버지(왕)를 죽이고, 자신이 낳은 두 아이까지 남편의 아이라는 이유로 죽여 버리지만, 남편은 사랑해서 차마 죽이지 못하는 뭐 그런 내용의 오페라입니다.

 

사람 사는 건 다 똑같은지 TV의 막장드라마나 오랜 전통과 수준이 있는 오페라나 내용은 다 같습니다.

 

자신이 낳은 아이까지 죽이는 것은 막장 중에도 최고 막장이 될 거 같지만, 장르가 오페라이다 보니 “막장”이라는 소리는 안 듣는 예술작품이죠.^^;

 

 

https://www.landestheater-linz.at에서 캡처

 

보통의 드라마나 영화에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죠.

주연, 조연, 엑스트라

 

오페라도 위에서 언급한 세 종류의 사람이 등장합니다.

주연, 조연은 무대에서 혼자만의 목소리를 내죠.

영화, 드라마의 엑스트라에 해당하는 것이 오페라 무대에서는 합창단들이죠.

 

지나가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 군중 무리 중에 하나가 되기도 합니다.

린츠 오페라 무대에도 검은머리의 동양들이 몇 있습니다.

 

그들을 보면서 내가 하는 생각은..

“저 사람은 한국인일까? 아닌가 중국인인가?”

 

주연 배우와는 달리 그저 “합창단원”이라고 기록되는 사람들이라,

합창단원의 국적까지 확인은 불가능하죠.

 

그래서  항상 궁금한 그 사람들의 국적이었는데..

이번에 그 궁금증을 풀었습니다.

 

 

https://www.landestheater-linz.at에서 캡처

 

이번에 본 오페라 “Medee 메데아“나오는 등장인물들.

거기서 한국인인 듯 한 조연 두 명이 있습니다.

 

내가 아는 한국인은 주연급 젊은 여자 성악가 한 명뿐인데..

갑자기 등장한 한국 이름인 듯 한 성악가 두 명.

 

내가 몰랐던 한국인이 또 있었나 궁금했습니다.

다행히 내가 보는 작품에 등장을 하니 이번기회에 알 수 있는 거죠.

 

 

https://www.landestheater-linz.at에서 캡처

 

등장 인물 중 한 명은 이름을 영어식으로 사용하지만 성이 김씨인 한국인이 맞고, 또 다른 이름은 한국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데 성이 두 개인 것을 봐서는 현지인 남편을 만나신 경우인 모양입니다.

 

이 분도 성은 김 씨네요.

(설마 김씨 성을 가진 중국인은 아니겠죠?^^;)

 

사실 캐스팅된 배우가 한국인이라고 해도, 무대 위에 등장하는 걸 볼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더블 캐스팅인 경우는 내가 원하는 배우가 안 나올 확률도 있거든요.

 

그래서 별 기대는 하지 않았었는데..

당일 모니터에 올라온 배우들의 이름을 보니 한국인 2명.

 

 

https://www.landestheater-linz.at에서 캡처

 

그리고 무대 위에 등장한 그 한국인 2명을 확인했습니다.

 

극이 시작되고 오케스트라의 반주에 맞춰서 처음과 두 번째 노래를 하게 되는 2명의 조연급 배우들은 내가 아는 사람들, 아니 몇 번 본적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합창 단원들 중에 몇 있는 동양인들.

 

항상 우르르 몰려왔다가 사라지는 합창 단원들을 보면서..

“저 사람은 한국인일까?” 싶었는데, 이번에 확실히 알게 됐습니다.

 

매번 몇 십 명의 목소리에 함께 묻히는 목소리로 노래를 하다가 오로지 자기만의 색으로 노래를 하는 그 무대가 얼마나 떨렸을까요?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는 그 무대를 보면서 “저 사람이 저렇게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었구나!”했습니다.

 

성악가라면 매번 무대에서 자기만의 목소리로 노래하는 그런 무대를 꿈꿀텐데..

매번 다른 목소리에 파묻히게 노래를 하다가 간만에 자기만의 목소리로 노래하는 그녀를 보면서 저도 덩달아 감동스러웠습니다.

 

그래서 그녀들이 인사할 때 더 힘차게 박수를 쳤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전차 안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는 그녀를 봤습니다. 누군가가 선물한 꽃다발을 자전거에 싣고 가는 그녀를 보니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무대 위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한국인임을 알았다고 해서 일부러 아는 척을 하지는 않습니다.거리에서 뜬금없이 “안녕하세요” 하면 상대방이 부담을 느낄 거 같아서 말이죠.

 

나는 내 자리에서 열심히 살고 있듯이...

그들도 그들의 자리에서 열심히 사는 걸 같아 보기 좋습니다.

 

그래서 공연이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에 무대 위의 그 사람들을 거리에서 종종 마주칠 때,

모르는 척 그냥 지나치지만 마음만은 그들을 응원합니다.

 

이번에 당신들이 한국인인 것을 알게 되어 기분이 좋습니다.

 

서로 다른 직종에 종사하고, 만날 일도 희박하지만..

이곳에 나와 같은 한국인이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마음이 든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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