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곳곳에는 “나체해변”이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곳이 다 사람들에게 공개된 곳은 아니죠.
저도 모든 사람들의 다 벗고 지내는 이름난 “나체해변”을 가보 적은 없지만..
매년 휴가를 가는 크로아티아에서 해변에서 벗은 사람들을 꽤 만났습니다.
매년 가는 곳이라 해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풍경을 바로 잡아내는데..
요새는 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벗는다”라는 느낌이죠.
우리가 자전거로 달리는 강변 자전거도로.
이곳의 특정한 곳에서 “나체촌”이 의심되는 것들을 본적이 있습니다.
숲 옆에 대나무 발로 막아놓은 곳에 수영장이 있고, 벌거벗은 사람들이 서성이는 걸 본적이 있죠. 사람들이 모이는 시간에 운 좋게 그곳을 지나가다 본 풍경이었습니다.
남편에게도 수선스럽게 “나체촌”인거 같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그 이후로 사람들이 그 안에 있는걸 보지 못한지라 증명할 방법은 없었죠.
그렇게 나와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던 “벌거벗기를 좋아하는 사람들”
이런 “나체” 문화가 유럽에서는 대를 이어서 내려오고 있더라구요.
내 동료가 그런 “나체”족인걸 이번에 알았습니다.
유럽 여행 중에 보신분도 있겠지만, 유럽의 캠핑장에는 캠핑카나 텐트를 들고 오는 여행객 말고, 그 캠핑장에 “붙박이”처럼 있는 캠핑카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가는 크로아티아의 캠핑장에도 이런 것들이 많이 있죠.
캠핑장 자체에서 캠핑카를 붙박이로 제작을 해서 손님맞이 객실로 쓰는 경우도 있지만,
개인소유의 멋진 캠핑카가 붙박이로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기 캠핑카를 캠핑장에 붙박이로 두면, 이건 거의 별장 같은 개념인거죠.
주말이나 연휴, 휴가등 아무 때나 오면 자기만의 공간이 있는 것이니..
이럴 경우 이 캠핑카의 주인은 캠핑장과 연단위로 계약을 합니다.
성수기에는 1박의 요금도 상당한데, 비수기를 계산한다고 해도 캠핑카를 붙박이로 만들려면 최소한 천유로 이상은 줘야 가능할거 같지만..
그래도 별장을 사는 것보다는 더 저렴하겠죠.
나름 서민이 럭셔리하게 휴가를 즐기는 방법이 아닌가 싶습니다.
유럽의 작은 동네에 호수가 있으면 그 옆으로 캠핑장이 들어 서고, 그곳에서 일반 관광객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공간은 현지인들 용이죠.
오스트리아의 크고 작은 호수 변에도 붙박이 캠핑카가 설치된 곳이 꽤 많습니다.
아니, 거의 모든 호숫가 캠핑장에 개인이 설치한 붙박이 캠핑카가 있지 싶습니다.
물가 비싼 오스트리아의 호숫가 캠핑장.
호수의 지명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1박 요금이 적어도 2~30유로는 되는데, 이곳에 설치된 붙박이 캠핑카들은 1년 사용료로 과연 얼마나 내는지 궁금했었습니다.
내 동료인 소냐가 집에서 멀지 않는 호숫가의 붙박이 캠핑카를 가지고 있고, 여름에는 거기서 거의 살다시피 하고, 겨울에도 시간이 나면 가서 지낸다고 했었습니다.
거의 별장 같은 개념이죠.
호숫가 1년 캠핑자리 이용료는 얼마나 되는지 궁금했던지라 소냐에게 물었습니다.
호숫가의 캠핑장 이용료를 얼마나 내고 있는지..
그녀는 1년 사용료로 800유로 이상을 지출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천유로까지는 안 되지만 적다고 할 수는 없는 금액.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여름에 휴가를 멀리 갈 필요 없이 그곳에서 즐기니,
나름 합당한 요금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날리는 한마디.
“우리 캠핑장은 FKK캠핑장이야.”
“그게 뭔데?”
“freikorpferkultur ”
“그니까 그 FKK가 뭐냐고?”
여기서 잠깐!
Freikoerpferkultur 프라이쾹퍼컬투어는 세단어의 조합으로..
frei(프라이/자유) Koerpfer (쾹퍼/몸) Kultur (컬투어/문화)
저는 처음 들어본 단어라 줄여서 FKK, 늘여서 Freikoerpferkultur도 몰랐죠.
그제야 나에게 살며시 말하는 소냐.
“나체 캠핑장이라고.”
지역 신문기사를 캡처
나체캠핑장은 TV 에서만 봤었습니다.
한 TV프로그램에 나체캠핑장이 나왔었죠.
최고령의 나체족이라고 89, 91세 어르신이 나와서 인터뷰를 했었고, 나체 캠핑장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게임을 하고, 술을 마시고 하는 모든 것들을 적나라하게 (온몸을) 보여줬었죠.
그렇게 TV에서만 봤던, 멀리 떨어져 있는 것 인줄 알았던 나체캠핑장.
소냐가 그곳을 이용하는 한사람의 나체족이었습니다.
신기해서 질문이 따발총처럼 쏟아졌습니다.
“엥? 뭐시여? 사람들이 다 벗고 있다는 이야기여?”
“그렇지.”
“아니, 너는 어쩌다 거기에 가게 된겨?”
“이 캠핑장의 붙박이 캠핑카는 우리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거야.”
“그럼 네 부모님도 나체족 이였어?”
“응”
“그럼 대를 이어 온 거네.”
“그렇지. 지금은 손자가 자주 그곳에 와.”
“그럼 손자랑 같이 벗고 있어?”
“그치.”
“그럼 네 딸도 와?”
“아니, 딸은 더 이상 안 오고 대신에 손주만 보내.”
소냐의 딸내미도 어렸을 때는 소냐와 같이 벌거벗고 캠핑장을 누볐는데..
더 이상은 싫다고 했답니다.
결론은 나체캠핑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대를 이어서 그곳에 다니고 있다는 이야기.
소냐가 죽으면 그 캠핑장에 있는 붙박이 캠핑카는 두 딸 중 하나에게 물려주겠지요.
인터넷에서 캡처
실제로 인터넷에 FKK를 치면 꽤 많은 정보들이 나옵니다.
“나체족 단체”도 있고, 이런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이나 캠핑장도 있고!
시댁식구랑 같이 식사하다가 FKK (나체주의자) 이야기를 하니, 시누이가 바로 반응하는걸 봐서는 아는 사람들은 아는 이곳의 문화인 모양입니다.
어릴 때부터 접하고 자라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을 이곳의 나체문화.
내가 몰랐던 이곳의 문화를 내 동료를 통해서 알게 됐습니다.
나체 문화를 알았다고 해서 그녀의 초대에 순순히 응할 거 같지는 않습니다.
다 벗고 있는데, 나 혼자 입고 있으면 그것도 심하게 눈에 띌 테고,
나도 같이 벗으면 검은머리라 더 눈에 띌 테니 그것도 불편할거 같아서 말이죠.^^;
다녀가신 흔적은 아래의 하트모양의 공감(♡)을 눌러서 남겨주우~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오스트리아 > 오스트리아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크리스마스트리는 언제까지 놓아야 할까? (11) | 2020.02.08 |
---|---|
배틀트립에 나왔던 오스트리아 음식, 조금 더 친절한 이야기. (10) | 2019.11.04 |
이곳 사람들이 추억의 음식이라 부르는 것, Gabelbissen가벨비센 (6) | 2019.06.25 |
내가 만난 오페라 극장 직원의 파워 (4) | 2019.05.29 |
어릴 때부터 접하는 오스트리아의 자원봉사 문화 (4) | 2019.05.11 |
너무 멀리 잡힌 내 안과예약 (18) | 2019.05.05 |
내가 산 가장 비싼 공연 티켓, 비엔나 소년 합창단 (4) | 2019.05.04 |
나의 꼼수, 컬투어파스 kulturpass (4) | 2019.03.23 |
국경을 넘어가는 담배쇼핑 (8) | 2019.01.20 |
나를 감동시킨 오스트리아의 양보운전 (22) | 2019.01.03 |
댓글